총선 후 두 전라도 사람의 대화

똑똑한 보수되기 <2> – 지역차별 하지 맙시다


호남의 고민


“형님 진짜 오랜만이요. 막걸리 한 잔 합시다. 형님은 나이드셨어도 참 곱게 늙으셨구만요, 이.”

“어이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막걸리 좋제. 서울 생활 끝내고 고향 사니까 어떤가? 신간 편하제? 우리도 어느새 요렇크름 나이가 들어부렀네, 이. 그간 말이여 참 험한 세상 살았제”

“글지요. 저는 인자 좀 신간 편해졌지요, 근디 나라 돌아가는 꼴이 영 맘에 안 등께 불편하기도 하요. 그나저나 요번 선거에서 윤석열이 하고 국힘이 크게 져부러 갖고 속이 시원하겄소, 이.”

“좋기는… 민주당이 또 언제 뒤통수 때릴지도 모르고, 이번에 여기서 당선된 인간들이 또 바보 멍충이 소리 들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시원하다기 보단 말이여 영 찝찝하당께”


“근디 이번에 조국이가 만든 당이 전라도서 1등 해 버린 건 좀 너무하지 않소? 그 사람 도덕성은 영 아닌 것 같은디. 괜히 부산 사람을 우리가 밀어줘 갖고 욕만 먹는 것 아닌가 싶소”

“워매 이 사람 뭔 소리당가? 글믄 윤석열이는 도덕적이당가? 한동훈이는 도덕적이고? 자기 처갓집 하고 와이프는 죽어라 감싸면서 조국 처갓집하고 와이프 도륙내 버린 게 도덕적이당가? 한동훈이는 지가 떳떳하면 왜 핸드폰 비밀번호는 끝까지 숨겼당가? 다 도찐개찐이제.”

“그럴 수도 있구만요, 이. 어쨌든 조국이가 성공해 갖고 윤석열이 골치 아프게 됐응께 속 시원한 건 맞지요. 글고 조국당이 전라도서만 인기였던 건 아닌께 우리가 욕먹을 일은 아닌 거 같소”


“근디 형님, 아직도 이명박 때 광우병 데모한 것 가지고 전라도 욕하는 사람이 있당께요. 말도 안되는 걸 지어내 갖고 대선불복할라고 했다고요. 저도 그 때 서울서 살았자네요. 버스까지 대절해 가지고 막 광주에서 올라와서 데모하는 걸 보고 영 아니다 싶었소.”

“아 그거 참. 그 때는 말이여. 노무현이 하도 못 해 가지고 이명박이한테 참패했자네. 전라도 사람들이 당연히 속상해 있었제. 그 때 이명박이가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한 거여. 근데 이걸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네. 뭔 서울대 교순가가 나와 갖고 진짜 광우병 걸릴 수 있다고 하고. 시민단체들도 나서 갖고 ‘뇌송송 구멍탁’하는데 전라도 사람들이 무섭고 화 안나겄는가? 그래서 그랬던거제. 또 그 때 전라도 사람만 데모했는가? 전국민이 다 했제.”

“근디 형님, 아직도 미국산 소고기 안 드시요? 그때 평생 안 먹겠다고 했자네요.”

“아따, 그거 참. 지금은 먹제. 그 뒤로 내 미국도 갔다가 왔고 말이여. 지금 나보고 반성해라 뭐 이런 소린 것 같은디 말이여. 생각해 보소. 말도 안되는 걸로 국민을 속인 그 놈들이 나쁘제. 속아 넘어간 국민들이 나쁘당가. 우리도 다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네”


“그렇구만요. 이. 근디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 광주 분위기는 어땠당가요? 제가 사는 곳은 조용했지요. 지난 지방선거 때는 유세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는디 말이요.”

“자네 사는 동네는 지방선거 때 민주당하고 무소속이 아슬아슬했응께 엄청 시끄러웠겄제. 이번 총선에서 광주가 어땠냐고? 뭐 조용했제. 민주당이 막대기만 꽂아놔도 당선되는디 뭐가 시끄러울 게 있겄는가? 경선 때야 지들끼리 바빴을랑가 몰라도 말이여. 글고 전번 지방선거 때는 말이여. 광주에서 투표를 아예 안한 사람이 엄청 많았당께. 전국에서 투표율이 제일 낮았거든. 37프론가 38프로밖에 투표를 안했제.”   


“조국이가 만든 당이 전라도서 1등 해버린 건 너무하지 않소?”


“맞는 말이요.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 전라도서 국힘 찍은 사람이 10%나 됩디다. 나 내심 놀랬소, 윤석열이 저렇게 못하는디 전라도 사람 열 중 하나는 국힘 찍었다는 것 아니요, 이.”

“놀래긴? 난 당연하게 봤는디. 전라도에 아파트 사고 싶은 사람 없당가? 기독교인 없당가? 6·25 때 공산당한테 가장 많이 학살당한 데가 어디여? 전라도 아닌가. 그 후손과 친척은 없당가? 문재인이가 아파트 값 올리고 원전 폐쇄할 때 뭐 하는 짓인가 하면서 화난 사람도 당연히 있제. 또 자네 말대로 조국이 내로남불 하는 거 보고 혀를 차는 사람이 왜 없겄는가? 그래서 조용히 국힘 찍는 사람이 있는거제. 여기 보수당 찍고 싶어도 못 찍고 있는 사람 많네. 그걸 모르는가?”


“우리가 투표 안 하고 무소속 찍어봐도 민주당한테 소 귀에 경읽기 아니요? 어쨌든 민주당이 당선되는 거고, 무소속이 돼도 크게 신경 안 쓰자네요. 내놓고 국힘 밀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컸소? 보수면 보수당을 찍는 거가 맞자네요. 그렇게 하면 민주당도 화들짝 놀랄 거고 말이요.”

“이 자식이 지금 뭔 소리 한다냐? 국힘이 보수당이다냐? 가들 말이여, 솔직히 ‘경상도가다먹자당’ 아니여? 자네 아버지 대구에서 살 때 엄청 당했다매? 전라도 사람이라고 말이여. 근디 그거 모르냐? 대구는 말이여 전라도 사람만 텃새하는 거 아니여. 거기는 서울 사람도 텃새해. ‘니 서울래기가?’ 그러면서 말이여. 생각해 보소. 왜 텃새를 하겄는가. 우리가 다 먹어야겠다, 얼씬 거리지 마라. 그런 거 아니까? 국힘 하는 짓 보소. 경상도 의원들이 당 대표부터 싹 다 해먹자네. 어쩌다 충청도, 강원도 하나씩 끼워줘도 그거 다 구색 맞추기자네. 경상도 사람이 보수주의자여?  소가 웃을 일이네. 윤이상이를 기념하고 국제음악제 여는 게 보수여? 정율성을 기념한다고 했을 때 광주 사람 중에 반대하고 나선 사람 분명히 있었네. 윤이상 음악제 반대하고 나선 경상도 사람 있었당가? 내가 과문한지는 몰라도 난 본 적이 없네, 이.”


“형님도 참. 옳은 말씀을 왜 화를 내면서 한다요? 진정 좀 하시요. 글믄 이준석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 사람 아버지가 경북 칠곡 사람이드만요. 어머니도 경북사람이고요”

“내가 좀 흥분했구만. 미안하네. 개혁신당은 말이여 나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네. 기대도 하고 있고 말이여. 근디 뭔 아이러닌가 싶은 게 말이여. 이준석뿐만 아니라 요번에 개혁신당에서 비례로 당선된 두 사람 다 대구 사람이드만. 천하람도 대구자네. 전라도 젊은이도 있었으면 참 좋았겄는디 말이여. 여튼 저 젊은이들은 좀 다르까? 우리함께나누자당이 될 수 있으까? 그 사람들이 진짜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말이여, 긍께 진짜 제대로 된 보수당이 된다면 말이여 나는 당연히 밀어 주제. 어째 안 밀어줄 수 있겄는가? 고마운 마음으로 밀어주고말고.” 


“글고 말이여 자네가 서울에 있는 사람들하고 많이 알고 있응께 이 말 좀 전해 주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말이여, 5·18 가지고 자꾸 뭐라 해 쌌는디, 그 중에 뭐 북한군이 들어 왔네 마네 하는 것은 참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고 말이여. 근디 그거 있자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네 마네 하는 것은 말이여. 나도 상당히 고민한 문제여. 호남 출신 지식인 중에도 그거 제창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여. 근데 그거는 5·18을 추모하는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말이거든. 제발 우리한테 미안하다는 말 한번, 진심으로 해 달라는 거거든. 그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울어줄 사람 어디 없는가를 서러운 마음으로 찾고 있는거제. 5·18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뭐 굳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하겄는가? 그나저나 자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아직 기억하는가?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겄제?”

“잊어버리기는요. 근디 그동안 통 안 불렀소. 눈물이 나서 말이요. 그래요 형님. 오늘 같이 한 번 부릅시다. 간만에 통곡 한 번 합시다. 막걸리 사발에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지겠구만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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