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휴학과 수업 거부로 개강이 미루어지거나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수업에 들어오는 의대생들이 없어 사실상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량 유급사태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학년제’를 거론하며 ‘의대 유급은 없을 것’이라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박민수 차관)가 MZ세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생각을 모르고, 현장의 심각성을 무시하며 엉뚱한 헛소리를 해대며 의료사태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데, 교육부마저 저런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은 복창이 터질 지경이다.
현 사태가 5월초까지 지속되면 의대생 90% 이상이 유급을 면치 못하게 되고, 휴학 신청을 수리하지 않은 대학을 상대로 의대생들의 휴학 인정과 대규모 등록금 반환 소송이 벌어져 의대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런 소송전이야 어떻게든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대량 유급에 따라 2024년도 의사고시(2025년 1월 시행 예정)에 응시할 수 있는 본과 4학년 졸업생들이 줄어 매년 3천여명 배출되던 의사가 3백명도 나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의사가 부족하다며 2천명 증원을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의사 3천명을 줄이게 된다.
의대생 대량 유급은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는 대량 유급을 막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1조(수업일수) 2항에 따라 통상 학기제로 운영되는 학사일정을 학년제로 변경하여 법정 수업일수를 맞춰 대량 유급을 막으려는 꼼수를 동원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의대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의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짓이다.
교육부는 개강을 7월말이나 8월초에 시작해 내년 2월말까지 30주를 쉬지 않고 연속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법정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1조2항에 따르면 매 학년도 30주를 수업하면 된다. 15주를 1학기로 하여 30주를 수업하면 2학기를 수업하게 됨으로 법정 수업일수를 채운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발상인지는 서울대 의대 본과 2024년도 학사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학사일정은 2천명 정원 증원 발표가 있기 전인 2023년말에 서울대 의대가 확정 공고한 내용이다.

1학기의 수업일수는 각각 20주로 짜여져 있으며, 1학기 개강일자가 본과 3,4학년은 1월22일, 종강일은 7월12일, 6월28일이다. 2학기 개강일은 7월29일(3학년), 7월1일(4학년)이고 종강일은 2025년 1월3일(3학년), 12월13일(4학년)이다.
학사일정을 보면 거의 살인적인 스케쥴이다. 4학년의 경우 2024년 1월 22일에 개강하여 6월28일 종강한 후에 이틀을 쉬고 바로 7월1일에 2학기를 개강한다. 이 정도의 학사일정을 소화해야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40주 수업을 해야 하는데 30주만 수업을 하고 의사로 사회에 나와 제대로 의사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40주 배워야 할 내용을 30주만에 쉬지 않고 학습한다면 과연 몇 명의 의대생들이 소화해 낼 수 있을까? 40주를 공부해도 힘들어 중도에 쉬는 의대생들이 나오는데 말이다. 의대생들도 문제이지만, 의대 교수들도 30주를 쉬지 않고 연속해서 교육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 30주만에 의대생들이 해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2학기가 끝나는 시점이 2025년 2월말이 되기 때문에 2025년도 학사일정은 3월 중순 이후로 미루어져야 한다. 통상 의대는 다른 학과와 달리 본과는 1학기 개강이 1월에 이루어진다. 결국 2025년도 학사일정이 2달 미루어져야 해 내년도 학사일정도 파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본과 4학년의 경우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전공의(인턴) 일정도 연쇄적인 파행이 일어나고 대학병원 운영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의사 국가고시는 통상 1월초에 있다. 2024년 의사 국가고시는 1월4일, 5일 양일간에 있었다. 본과 4학년의 2학기 종강(서울대 경우 12월 13일) 후 약 20일 뒤이다.
학사일정의 파행으로 본과 4학년 2학기 수업이 2월말에 종강됨으로 의사 국가고시는 3월 중순에 치러질 수밖에 없다. 합격자 발표는 3월말에 가능함으로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4월이 되어야 한다.
의대생 대량유급을 막기 위해 말은 탄력적 학사일정 운영이라고 하지만, 학년제로 30주 수업일수를 맞춰 편법으로 의대 학사일정으로 운영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교육부는 모르는 것일까?
보건복지부나 교육부가 어떤 편법을 동원하고 협박을 일삼아도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원점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대학과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설사 교육부가 8월초 개강하여 30주 학년제로 탄력적(편법적) 의대 학사 운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점 재검토’가 받아들여지 않으면 8월초에 의대생들이 의대로 돌아와 수업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의료대란을 악화시키지 말고 ‘원점 재검토’를 천명하기 바란다. 이 길 밖에 현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관련 법조문>
제11조(수업일수) ① 법 제20조제2항에 따른 수업일수는 학교의 수업일수와 교과별 수업일수로 구분하여 정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학교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한다.
③ 학교의 장은 천재지변 또는 그 밖에 교육과정의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로 제2항에 따른 학교의 수업일수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 학년도 2주 이내에서 학교의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④ 제1항에 따른 교과별 수업일수는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학교의 수업일수 이내로 정하되, 제14조에 따른 학점당 필요한 이수시간의 이수에 지장이 없도록 정하여야 한다.
제14조(학점당 이수시간) ① 법 제21조제3항에 따른 학점당 필요한 이수시간은 학교가 교육과정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별로 정하되, 매 학기 최소 15시간 이상으로 한다.
② 학생의 출석 등 제1항에 따른 학점당 필요한 이수시간의 이수 인정에 필요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