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 4250km 美 대륙 차량 횡단기(橫斷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내게 이처럼 자유로웠던 순간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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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데이 연휴였던 2024년 5월26일부터 5월30일까지 미(美) 동부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에서 서부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2657마일(4251km)을 4박 5일간 승용차로 이동했다. 4일간은 하루 평균 1000km, 5일째는 250km를 달렸다. 30대 아들과 번갈아 운전했다. 녹음(綠陰)이 절정인 동부의 숲, 사방으로 지평선이 펼쳐진 중남부 곡창지대, 남부의 끝없는 목초지대, 섭씨 36도의 황토 사막과 그 사이에 솟은 3255m의 샌디아산(山) 잔설(殘雪)까지… 하루씩 바뀌어 간 풍경에 운전의 지루함을 못 느꼈다. 


버지니아, 테네시, 아칸소,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주(州)로 이어진 고속도로는 번잡하지 않았다. 버지니아에선 66번과 81번 고속도로, 테네시부터 캘리포니아까지는 40번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대부분 편도 2~3차선 이상이었고 주요 도심을 통과할 땐 차선이 두세 개씩 늘어났다. 하루 평균 두 개 주(州)를 달렸다. 도착 시간이 정해진 여행이어서 주변 명소(名所)는 들르지 못했다. 일조(日照) 시간이 긴 계절이었고, 동(東)에서 서(西)로 가는 여행이라 3일간은 하루 한 시간씩을 덤으로 받았다. 오전 7시부터 10시간을 운전했는데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켰다.


통상 두세 시간에 한 번씩 교대로 운전했다. 교대 장소는 도로변 휴게소, 주유소, 식당 등이었다. 필자가 지나간 고속도로변 휴게소는 한국과 달리 ‘휴식 장소(rest area)’였다. 화장실과 음료 자판기만 준비된 곳이었지만 대부분 우거진 숲 속에 위치해 훌륭한 휴식처였다. 휴게소 중엔 주(州)의 ‘웰컴 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있어서 지도와 인근 관광 정보를 얻기도 했다. 


주유(注油)는 통상 하루 두 번, 한 번에 13~14갤런(50리터 정도)씩 넣었다. 여행중 기름값은 평균적으로 갤런당 3.3 달러 정도였다. 미(美) 동부 평균 3.5달러, 5달러 초반대인 캘리포니아주에 비해 저렴했다. 두어 시간만 운전하면 새똥과 날벌레들 때문에 앞유리창이 더러워져 주유 때마다 주유소에 비치된 창닦이로 유리창을 닦았다.


숙소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았다. 처음 가는 길이라 하루에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웠다. 매일 오후 운전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을 계산한 뒤 도착 가능한 도시(대부분 소도시)의 호텔을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그렇게 택한 숙박지가 테네시주 잭슨, 오클라호마주 엘크 시티, 뉴멕시코주 갤럽이었다. 넷째날 숙소였던 캘리포니아주 바스토는 최종 숙박지로 사전에 정했던 곳이었다. 네 곳의 호텔 모두 퀸 베드 둘에 아침식사 무료, 주차 무료였다. 호텔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할인 행사를 했다. 내가 사용하던 전화회사 가입자 대상 할인, 시니어 할인(62세 이상) 등을 이용, 하루 평균 150 달러(세금 포함) 정도에 방을 빌렸다. 

 

 

1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테네시주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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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시속(時速) 130km…폭우(暴雨) 속 숲길을 달리다


26일 오전 7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집을 떠나 66번 고속도로에 올랐다. 첫날 주행 목표는 650마일(1041km) 떨어진 테네시주의 최대 도시인 내슈빌. 구글 내비게이션은 대략 9시간 반을 예상했다. 운전자 둘 모두 집에서 60마일 떨어진 81번 고속도로부터는 초행길이라 예정대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일요일 오전의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버지니아 서쪽 경계인 블루릿지 산맥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81번 고속도로 역시 차가 많지 않았다. 작은 도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면, 다시 길고 긴 숲길이다. 


5시간 넘게 운전을 하자 81번 도로가 끝나고 40번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버지니아주가 끝나고 테네시주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캘리포니아까지 같은 고속도로로 가면 된다. 테네시주의 풍광은 버지니아주와 비슷했다. 짙은 숲 사이로 이어진 한산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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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일부 도심구간을 제외하고 75마일(시속 120km)이었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80마일 이상 달렸다. 메모리얼 데이를 축하하러 도로에 나온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여럿 보았다. 미국 고속도로는 오토바이의 진입을 막지 않는다. 


테네시주의 주도(州都) 내슈빌로 향하던 중, 핸드폰의 시계가 한 시간 뒤로 늦춰졌다. 동부시간 대신 중부 시간대로 들어선 것이다. 해도 긴 여름에 한 시간을 번 느낌이 들었다. 백스터란 地名의 표지판이 보이더니 잠시 후 서쪽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차량 와이퍼가 최대속도로 작동헀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왔다. 전방 차량들 중 일부가 비상라이트를 켰고 우리 차도 감속하며 앞차를 따라갔다. 갓길이 충분히 넓지 않은 곳에 차를 정차시키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들어 저속(低速)으로라도 계속 차선을 지키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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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분 후 비가 멈췄다. 하늘이 금방 밝아졌다. 미국 동부의 강우(强雨)는 대충 이런 식이다. 길 옆의 끝없이 이어진 숲이 우거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내슈빌의 스카이 라인이 다가왔다. 도심 투어는 포기하고 멤피스를 가리키는 40번 웨스트 표시를 따라 운전대를 돌렸다. 당초 내슈빌 인근에서 숙소를 잡을 계획이었으나 650 마일을 9시간 정도 만에 주파했더니 서쪽으로 더 갈 욕심이 생겼다. 120마일 서쪽(두 시간 거리)인 잭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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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차로 미국 횡단을 한 사람들의 기록(유튜브 등)을 보니 운전 첫날 가급적 많이 가는 게 좋다는 얘기를 접했다. 며칠 지나면 운전이 지루해지고 계획한 만큼 가기 싫어진다는 얘기였다.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대략 11시간 운전에 779마일(1245km)을 달려왔다. 


 

 

2일: 테네시주 잭슨에서 오클라호마주 엘크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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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豐饒)의 땅 아칸소·오클라호마

 

둘째날 아침을 먹고 7시 전에 호텔을 떠났다. 호텔 카운터에서 ‘해피 밀’이라고 간식박스를 하나씩 주었다. 베이글 하나, 생수 한 병.  한 시간 반쯤 40번 고속도로를 달리니 멀리 멤피스시(市)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활동무대였고 동서를 잇는 고속도로와 화물열차의 기지, 미시시피강 수운(水運)의 요충이던 도시다. 시(市) 중심을 벗어나자 너른 들판이 나오고 미시시피강의 물줄기가 두어 갈래로 나뉘어 보였다. 중류 지역이라선지 생각보다 강폭이 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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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자 아칸소주(州)다. 테네시가 숲의 나라라면 여기부터는 농업지대다. 오클라호마 접경도시인 포트 스미스까지 287마일(459km)로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다. 어제는 종일 숲만 보며 달렸는데 오늘은 평야만 보인다, 한국에서 지평선을 쉽게 보기 힘든 터라 사방이 지평선으로 펼쳐진 풍광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움직이는 차에서 이 ‘녹색의 파노라마’를 어떻게 사진에 담아야 할지 막막했다. 미국 쌀농사의 중심지로 꼽히고 옥수수 등 농작물은 물론 낙농업도 발달했다. 남한 면적보다 큰 13만7700 평방 킬로미터 대부분이 평야다. 인구는 고작 300만 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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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주는 남한의 거의 두 배 크기(18만 평방 킬로미터)에 인구는 400만 명 정도. 두 대도시인 오클라호마시티와 털사에만 절반이 넘는 220만 명이 산다. 그래선지 주 경계선에서 둘째날 숙소인 엘크시티까지 292마일(467km)을 달리면서 제대로 된 도시를 만나기 어려웠다. 목초지(牧草地)의 연속이었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목초지에 드문드문 흑우(黑牛)가 몇 마리씩 나타났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 때문에 우사(牛舍)에서 나오지 않은 듯했다. 다음날 오전, 운전하면서 보니 도처에서 소들이 몰려 풀을 뜯고 있었다. 이 정도는 돼야 방목(放牧)이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우를 과연 미국소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기를까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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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는 자연은 척박하지만 석유, 천연가스가 쏟아지고, 대규모 목축업으로 텍사스 못지않게 잘사는 주임에도 최근엔 젊은이들의 도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다. 

 

숙박지는 오클라호마시티 주변으로 생각했으나 어제처럼 차량 체증이 없어 서쪽으로 180킬로미터 더 달려 엘크시티에서 숙박했다. 총 주행거리는 663마일(1060km), 소요 시간은 10시간. 호텔방에 들어서 석양이 물든 밖을 보니 소 목장이 바로 옆이었다. 흔들리는 차에서 제대로 찍지 못한 목장과 소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3일: 오클라호마주(州) 엘크시티에서 뉴멕시코주 갤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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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油田) 지대의 풍차(風車)와 아마존 트럭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우고 잊고 살던 ‘소실점(消失點)’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체감했다. ‘끝이 없는 길’이 아닌 ‘점으로 시작, 점으로 끝나는 길’이었다. 번잡한 도시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던 크루즈 컨트롤(같은 속도 주행)도 반 이상의 도로에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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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골프’(골프 코스에서 앞뒤로 사람이 없는 상황) 버금가는 ‘황제 주행’(앞뒤로 보이는 차가 한 대도 없는 상황)을 하루에도 여러 번 체험했다. 그런 도로이다 보니 자연스레 차량 엑셀을 깊이 밟게 되곤 했다. 90~100 마일(144~160km) 가까이 눈금이 치솟는 계기판을 보고 얼른 속도를 낮추곤 했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주 등에선 과속을 단속하는 경찰 차량도 보기 힘들었다. 음주운전 차량을 보면 경찰에 연락을 달라는 안내판이 도로 곳곳에 있었다. 


세 번째 날은 3개 주(州)를 달렸다. 오클라호마 54마일(86km), 텍사스 177마일(283km), 뉴멕시코 352마일(563km)로 총 583마일(933km). 운전 시간은 8시간 30분 정도. 뉴멕시코로 진입 후 한 시간이 늦어져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약간 넘은 한낮이었다. 


오클라호마와 텍사스는 대부분 목초지였다. 잘사는 주(州)라선지 고속도로 유지 상태, 휴게소나 웰컴 센터 상태가 수준급이었다. 미국 최대의 석유, 천연가스 생산지역임에도 도로 곳곳에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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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가 점점 사라져가자 뉴멕시코주 경계선이 나타났다. 목초지가 물이 마르면 이렇게 되겠구나 생각될 정도로 관목(灌木)만 드문드문 자랄 뿐 근사했던 초원지대가 사라져 갔다. 태양은 뜨거웠고 주변 어디서건 사람도, 제대로 된 마을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이렇게 사막이 되는구나…‘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된다’는 명언(名言)이 떠올랐다. 


풍광이 단순해졌다. 붉은 땅, 바짝 마른 관목, 그런 풀마저 서서히 사라져 가자 온통 붉은 맨땅이다. 그럴 즈음 차는 뉴멕시코의 최대도시 앨버커키 부근까지 갔다. 평야지대에서 멀리 높은 산이 나타났고 산 정상(頂上) 주변에 이 뜨거운 여름에도 하얀 눈이 녹지 않은 채 시야에 들어왔다. 디즈니 만화영화 속 배경의 한 장면 같았다. 사막 한 가운데 높은 산이 있고 그곳에 도시가 펼쳐졌다. 


광역(廣域) 앨버커키 인구는 약 90만, 200만 뉴멕시코 인구의 반 가까이가 몰려 산다. 해발 1600m의 고지대다. 인근에 리오그란데 강(江)이 흘러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 도시 주변엔 숲도 우거져 있다. 인근에 미국 UFO 성지(聖地)인 로스웰, 주도(州都)인 산타페가 있지만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갤럽으로 달렸다.



4일: 뉴멕시코주(州) 갤럽에서 캘리포니아주 바스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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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지경(無人之境)의 사막, 80km 달려 만난 주유소


어제 오후 섭씨 35도가 넘는 날씨에 겨울파커를 걸친 호텔 주변의 노숙자들을 보고 의아해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니 섭씨 7도 정도였다. 습도가 낮은 사막이라선지 일교차가 심했다. 밖에서 지내는 사막의 노숙자들에겐 겨울옷이 필수일 듯했다. 오늘은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세 주를 주행한다. 537마일(859km)로 9시간을 예상했다. 


호텔을 출발, 20여분 만에 애리조나주(州) 경계선을 통과했다. 여기서 358마일(573km)을 달려야 캘리포니아주에 도달, 그곳에서 157마일(251km)을 더 가면 오늘의 목표인 바스토다. 6시간 가까이 애리조나주를 달렸다. 풍광이랄 게 없다. 그냥 붉은 흙과 붉은 산. 간간이 관목이 보일 뿐이다. 멕시코 국경을 넘은 미국 밀입국자들이 애리조나 사막에서 죽음의 행군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실감났다. 물도 없고 그늘도 없고 피할 집도 없는 완전한 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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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00~350km 주행마다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던 우리에게 생각지 못한 상황이 닥쳤다. 그동안 15~20 킬로미터마다 주유소 안내가 나와 기름은 아무 데서나 넣어도 된다는 생각이 오산이었다. 주유소 푯말 한 곳의 출구에 쓰인 안내문을 얼핏 보고 통과했는데 다음 주유소는 51마일(83km) 전방이란 표지였다. 계기판의 남은 주행거리는 70마일 정도. 그래도 중간에 주유소가 한두 개는 있겠지 했지만 진짜 무인지경(無人之境)의 사막길을 80킬로 가까이 달려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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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부터 캘리포니아까지의 40번 고속도로를 달리며 만나는 차량은 대부분 미국의 동서를 횡단하는 화물 트럭들이었다. 사막을 오가는 아마존, 월마트 등 글자를 새긴 대형트럭들을 보며 이 고속도로가 미국의 동맥(動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속도로 옆으로 철도가 붙어 있는 곳도 많았다. 100개 가까운 컨테이너를 달고 고속도로 옆을 달리는 열차 행렬…. ‘사막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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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를 지나 캘리포니아로 접어들었다. 풍광은 그대로인데 달라진 게 있었다. 주유소 기름값. 여지껏 갤런당 3.5달러 이내이던 주유소 기름값이 5달러를 넘겼다. 목적지가 다가와서인지 차량이 늘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뜨겁던 오후 3시에 호텔로 들어갔다.

 

 

5일: 캘리포니아주(州) 바스토에서 로스앤젤레스 도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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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처럼 자유로웠던 순간이 있었나


오전 7시 호텔을 출발했다. 목적지까지는 118마일(189km). 출근시간이라 대략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을 예상했다. 호텔에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10여 분 달리다 도로변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웠다. 갤런당 4.5달러로 외부 주유소보다 갤런당 1달러 정도 저렴했다. 도로는 번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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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가 다가오자 서서히 외부 풍광이 달라졌다. 황톳빛 사막 대신 푸른 숲이 간간이 보였다. 도로 우측으로 샌 안토니오山(3068m) 정상(頂上) 부근의 잔설(殘雪)이 보인다. 15번 고속도로는 그 산 동남쪽의 모서리를 감돌며 엘에이에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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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오르막과 굴곡이 심한 내리막이 몇 차례 반복됐다. 주변에 서서히 마을들이 나타나더니 어느 새 도시 고속도로로 바뀐다. 여기부턴 여느 대도시와 다름 없다. 2인 이상 탑승차량만 주행 가능한 익스프레스 차선에 들어섰다. 곳곳에서 끼어들기가 벌어졌다. 출근길 체증에 짜증난 운전자들이 많이 보였다. 긴 여정(旅程)이 끝나가고 있었다. 

 

닷새간 1000km 이상의 숲 지대, 500km가 넘는 농업지대, 두세 개 주(州)로 이어진 초원과 사막을 지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다양함이 미국의 저력(底力)인가? 아칸소의 지평선, 오클라호마의 끝없는 들판에 혼자 서 있던 흑우(黑牛), 이미 석유가 잔뜩 나오는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의 고속도로 곳곳에 세워진 풍력 발전기들이 부러웠다. 테네시에서 만난 폭우 뒤의 뜨거운 햇살도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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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母女)간 여행은 흔하지만 부자(父子)간 여행은 흔치 않은 세상이다. 여행 후 만난 사람들 가운데 현장 이야기보다 아들과의 동행(同行)을 부러워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는 출발 전에 나와 아들에게 여행중 절대 상대의 말에 핏대 올리지 말 것을 따로 당부했다. 첫날 출발시간(나는 6시 반, 아들은 7시)을 두고도 전날 저녁부터 의견이 달랐었다. 첫날은 사전 계획대로 두 시간마다 교대로 운전했지만 둘째날부터는 서로 더 많이 운전하려고 했다. 


이 길을 달리면서 ‘왜 일찍 와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와볼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살면서 이처럼 자유로웠던 순간이 있었나. 미국 동서 횡단 고속도로가 내겐 진정한 자유로(自由路)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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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stkorea 2024-08-04 오전 9:26

    It's amazing, factastic!!
    I was really intrigued in the story of a 5-day vehicle vacation you
    and your kid had throughout the continental US.

    For me? I took Amtrak from west to east across the continental United States,

    and then Greyhound from east to west.
    Watching your trans-American travels reminded me of a trip
    I took many years ago. It was like returning to the Americas.

    America is a fantastic country. It is a blessed land. It reminded me
    that I used to drive a car as a part-time job in Frederick, Maryland.

    Anyway, while watching your amazing road trip,
    I cherished the recollections I had, especially when viewing the films.

    Thank you for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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