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무역은행에서 발행한 ‘나래’ 전자결제카드. 2010년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되었지만, 현재는 북한 주민들도 사용 가능하다. 중국인 여행자 제공
당국의 의도와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또 전력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실제 카드사용은 원활한지에 대해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에게 물었다.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협력자 세 명이 지난 6월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하여 현지 카드 사용의 실태를 2회로 나누어 보고한다.
◆반신반의에도 가구마다 하나씩은 사용
“아직은 국가를 믿지 못하니까 (카드)사용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한두 개씩은 다 가지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협조자 A는 지난 6월 말, 자신의 주변에서 카드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의 또 다른 협조자 B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시내에는 그런대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돈이 워낙 빨리 낡으니 은행에 낡은 돈을 가지고 가서 카드에 넣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함흥이나 청진, 평양에서는 카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다.”
함경북도의 협조자 C 또한 “이제 로임(월급)도 카드로 주니, 은행을 통해서 통장 만들고 카드 만드는 풍(유행)이 생길 정도이고, 나름 편리한 것도 있어서 가구당 한 개씩은 다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용 적극 장려하는 당국
북한에 처음으로 카드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이다. 하지만 이는 외화 전용이었고, 또 사용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양과 지방의 몇 곳에 불과했다. 2010년 조선무역은행에서 보다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나래’ 카드를 출시한 이후 ‘고려’(2011년, 고려은행), ‘전성’(2015년, 조선중앙은행) 등 다양한 카드들이 발행되어, 2018년 시점에는 무려 20여종이 넘는 카드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결제 인프라의 부족, 시스템의 전원 공급 및 안정성 문제 등의 한계 때문에 일반주민들 속에서 카드는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북한 당국은 2021년 10월 ‘전자결제법’을 제정한 이후, 때로는 강압으로, 때로는 회유로서 다양한 시책들을 펼치며 주민의 카드 사용을 독려했다.
◆노임 지급과 식량 구입도 카드로
북한 당국의 카드 사용유도 및 장려정책이 사용자를 늘리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영상점이나 장마당(시장)에서도 카드를 많이 쓰고 있다. (시중에서는 사용이 불가한) 30% 이상 훼손된 낡은 돈도 은행에 가져가면 5% 떼고 받아주니까 사람들이 카드 쓰는 걸 좋아한다.” (협조자 C)
협조자 B도 카드 사용처가 늘어나고 있다며, 카드 사용의 장점으로 송금이 편리한 점을 꼽았다.
“국영상점, 정보통신봉사소, 수매상점 등에서는 대부분 카드로 결제를 받고 있다. 전기 때문에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특히 송금이 편리하다. 수수료가 1.5%로, 200만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송금하려면 용도를 밝혀야 한다고 들었다.”
협조자 A는 “이번에 혜산 강철공장 (6월)로임도 카드로 줘서 개인카드를 다 등록해서 받았다. 그 카드를 가지고 량곡판매소에 가서 결제를 한다”고 전했다.
◆여전한 한계에도 전망은 밝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제 사용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협조자 C는 “결제할 때 정전이 되면 다시 방문해야 하니까 카드와 현금을 같이 챙겨가야 한다. 그래서 식량판매소에서도 정전이 안 되는 시간을 정해서 식량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협조자 A도 “처음에는 결제 오류로 계산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개선 가능성을 낙관했다.
한편 가능한 카드 사용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유와 현실에서 카드가 활용되는 구체적인 모습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분석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