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의료대란, '원점재검토'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의대 교육은 돌팔이 교육으로 변질, 필수의료는 직격탄!

5개월간 이어진 의료대란은 의료현장 곳곳을 망가뜨렸다. 인턴부터 레지던트 4년차, 이후 펠로우까지 연차별 각자의 역할을 최대의 역량으로 수행함으로써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던 도제식 수련체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이 났다.


자신을 가르쳐 줄 선배들이 사라진 마당에 국시를 통과한 의대생들이 내년 전공의 인턴 모집에 지원할 가능성도 낮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아예 국시 응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매년 약 3천명씩 배출되던 의사 공급이 끊길 판이다. 인기 과를 제외하면 연쇄적인 의료공백이 얼마나 장기화될지 모를 정도로 수련체계는 망가졌다.   


필수의료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지탱하던 핵심이었는데 이들이 현장에서 사라졌으니, 안그래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필수의료는 대(代)가 끊길 지경이다. 전공의가 사라진 상급종합병원을 지키던 전문의들도 격무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사직하고 있다. 


10일 기준 40개 의과대학 소속 병원 88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1451명에 달했고 이 중 255명(17.6%)은 사직서가 수리됐다. 최초 조사시점인 지난 5월 2일 대비 사직서 제출 전문의는 15.8% 증가했고, 사직서가 수리된 인원도 2.3배가 됐다.


필수의료의 최전방 응급실부터 무너질 위기다. 수도권과 지방 상관없이 응급실 운영 중단 및 축소에 들어간 병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속초의료원 등은 부분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단국대병원·국립중앙의료원·한양대병원·이대목동병원 등도 응급실 운영에 파행을 겪고있다. 모두 응급실을 지키던 응급의학 전문의가 탈진해 사직하면서 생겨난 위기다.


의료현장 뿐 아니라 의대교육 현장도 난장판이 됐다. 최악은 의대교육을 ‘돌팔이 교육’으로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이다. 이달 10일 발표된 ‘2024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은 ‘돌팔이 의사 양성교육’ 선언이자 ‘의대생 강제진급 프로젝트’에 다름 아니었다. 말이 좋아 ‘탄력운영’이지 대충 가르치고 무조건 진급시키라는 거다.


어떤 황당한 내용이 담겼는지 살펴보자. 의대생들이 일부 과목에서 F학점을 맞아도 유급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I학점(Incomplete, 미완의 학점) 제도’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법까지 나왔는데, F학점 대신 I학점을 부여하고 추후 보충수업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했다. 유급 판단 시점도 학기말이 아닌 학년말로 변경했다. 의대생들의 유급을 어떻게든 막기위해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 동원되었다.


통상 여름 방학도 없이 한 해 40주 이상의 수업이 진행되는 의대인데, 28주까지 수업을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교육법상 최소 30주 이상 수업해야 하는 마지노선마저 허물었다. 


출결 관리도 대충하란다. 주말·야간 수업에 필요시 전면 원격수업도 가능하게 했는데, 수업을 듣지 않고 원격수업 자료만 내려받아도 수강을 인정하는 방안도 허용했다. 이 정도면 영상 보면서 손 대신 눈으로 수술하는 법을 배우고 환자 수술할 판이다.


타 대학과 달리 학사 규정이 매우 엄격하던 의과대학이었다. 한 과목만 F학점을 맞아도 1년 유급이 되고 연속 유급이면 퇴학 조치 된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대충 가르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랬던 의대 학사가 이 지경이 됐다. 앞으로 이런 교육으로 배출된 의사를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 


이 모든 어이없는 조치들은 교육부가 학생들의 휴학을 막고 나서는 무리수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휴학을 ‘동맹휴학’으로 규정하고 대학을 압박해 휴학 승인을 막은 것. 개별 학생들의 휴학신청이 개인 사유에 의한 것인지, 집단행동을 위한 휴학인지를 어떻게 구별하겠다는 건가. 쉬어가겠다는 학생의 ‘휴학할 권리’를 정부가 막는 경우도 있나?


휴학 승인을 막으면서 의대생들은 1학기에 낸 등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휴학 승인은 거부되고 수업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5개월이 지났다. 휴학 처리가 안 되면 유급인데, 교육부는 ‘휴학도 유급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어쩌라는 건가? 순리대로 풀어야 할 일을 억지로 막다보니 이런 황당한 ‘돌팔이 교육’ 지침까지 오게된 것이다.


의대생과 학부모들은 ‘누가 특혜를 원하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거꾸로 교육부가 ‘대충 교육시키라’는 지침을 내놓고 있으니 코미디다.


결국 이 모든 막장의 출발은 준비없이 밀어부친 ‘2000명 의대증원’이다. 교육부의 무리수도  내년에 입학할 의대생과 현 의대생을 합쳐 7500명이 같이 수업을 듣는 ‘재앙’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이 안 되니 ‘돌팔이 교육’ 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순리가 아닌데 해법이 될 순 없다.


한꺼번에 의대 정원의 65%를 늘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尹정부의 의대증원은 5개월만에 세계적 수준이던 의료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원점재검토’외엔 해법이 없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증원 철회 없이는 전공의도 의대생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지금의 난장판이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좋든 싫든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빨리 유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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