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 단체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탄핵을 요구했다. 홍 총장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대교육 평가를 사실상 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 총장은 의평원이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앞으로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평원 평가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이례적인 유감 발표 직후 나온 홍원화의 보이콧 선언
홍 총장은 “학생도 없는 대학에서 무슨 평가를 하며, 내년 2~3월에 수업이 시작된다는 보장은 누가 할 수 있나”라며 “내가 앞장서서 증원이 10% 이상 이뤄진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주요변화 평가서를) 내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의평원 평가에 대한 사실상의 ‘보이콧’ 선언이다.
다른 대학들의 평가도 자신이 전화를 돌려 막겠다니, 그의 기고만장한 발언을 듣고 있으면 ‘믿는 구석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정도면 교육부의 행동대장 내지 홍위병 수준 아닌가. 게다가 홍 총장의 발언은 교육부가 의평원 방침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히며 불쾌감을 드러낸 직후 나왔다.
교육부의 ‘휴학승인 불허’ 방침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의대생의 휴학할 권리를 박탈하고 휴학도 유급도 시키지 않은 체 의대교육 현장을 파행시킨 주체가 대학 당국이다. 의대교육을 ‘F학점을 받아도 진급가능’한 돌팔이 교육으로 만들겠다는 교육부 지침에 교육자로서 항의하기는커녕 철저히 실행에 옮긴 장본인이 오히려 학생들을 핑계로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교 현장을 떠난 것과 의학교육 여건에 대한 평가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해당 학교가 배정받은 정원을 교육 시킬만한 시설·인력·장비, 그리고 교수진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데 있어 학생들이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인가?
의대교수들 “일신의 영달 위해 부실 교육에 앞장선 자들을 교육자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전의교협을 포함한 의대 교수들은 홍 총장의 의평원 평가 거부발언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전국의 대학 총장님께 호소한다”며 “의학 교육에 관해 무지하면서 의총협이라는 단체의 수장으로 의평원의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홍 총장을 탄핵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의교협은 “학생들이 대학을 떠나게 만든 장본인이 적반하장으로 ‘학생이 떠났으니 평가받지 않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현실을 비판해달라”며 “이 폭력적인 시대에 일신의 영달을 위해 부실 교육에 앞장서겠다는 자들을 교육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후대에 오명을 남기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이 ‘일신의 영달’을 언급한 건 홍 총장의 과거 부적절한 행보 때문이다. 홍 총장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수 및 학생 단체 등으로부터 총장직 사퇴를 요구받은 바 있다. 총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몰래 공천을 신청한 것도 이례적인데 총선 전부터 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가장 앞장서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북의대 정원(110명)의 2배가 넘는 250명을 교육부에 신청했다가 의대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는 “의대 정원을 250명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당시 대부분의 대학이 의대 반발을 우려해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결국 공천 신청이 들통나면서 이전의 모든 행보가 ‘국회의원 뱃지를 달기 위한 정치 행보’였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스스로 공천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총장직에서는 물러나지 않았다.
尹정부 의대증원 및 의평원 흔들기에 적극 협조...정계진출 노리나?
이후에도 홍 총장은 尹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의 ‘행동대장’ 같은 행보를 보여왔다. 의대생들의 정상적인 휴학신청을 교육부 지침을 이유로 막으면서, 추후 등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그는 증원이 이루어진 지방 의대 및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를 만들었다. 의대를 운영하는 23개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의총협을 지난 6월 출범시키고 자신이 회장을 맡은 것.
홍 총장은 의대 교육 파행을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 방침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돌팔이 교육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7월 교육부의 의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도 ‘의대 교육의 질 저하’는 아랑곳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나아가 의평원의 평가를 사실상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의평원의 평가 항목을 사전 심의해 평가 업무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교육부와 발맞추고 있다.
정부가 밀어부친 의대증원에 적극 협조했던 홍 총장이 이제는 교육부의 ‘의평원 흔들기’에도 행동대장처럼 나서자 의대교수들은 ‘교육자 자격이 없다’고 잇따라 지적한다.
빅5 교수들 “교육부와 대학의 불평은 증원 여건이 안 된다는 반증”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들도 지난달 31일 “의대생들이 교실을 떠난 상황과 교원 수 평가 등의 의평원 평가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돌아온 후에야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하는 발언은 억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교원 수와 시설, 재정 조달 등을 체크하는 의평원 평가는 온전한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일 뿐”이라며 “이조차 거부하려는 교육부와 대학의 불평은 증원 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거나, 부실 의대도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홍 총장의 발언을 ‘재평가 거부’라고 해석하며 “환영한다”는 조롱성 입장문을 냈다.
의협은 “의평원 재평가를 거부하는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며, 심지어는 의대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는데 제자에게 정상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모집정지까지 무릅쓰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홍 총장 발언을 비꼬았다.
이어 “대학들의 여러 고충을 이해하며 결국 준비될 때까지 신입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