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의 '의사 윤리' 비난..출입처 장관상 받은 기자 윤리는?

탈진해 응급실 떠나는 의사 향해 '환자 뒷전' 악담 퍼부은 기자

6개월 의료대란에서 의사 집단에 가장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던 곳이 문화일보다. 최근 응급실 파행과 관련한 문화일보 기사 중 세 개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 기사1. 2024.9.2. “연봉 ‘4억 콜’ 받더니...응급의들 바로 병원 옮겨”

▲ 기사2. 2024.9.3. “환자는 뒷전...응급의들 곳곳서 ‘집단사직’”

▲ 기사3. 2024.9.4. “응급의 잇단 서울행… 지역의료 혼란 가중”


제목만 보더라도 응급의학 전문의를, 환자는 뒷전이고 돈만 좇아 옮겨다니는(그것도 집단으로!) 의사들로 비난하는 내용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내용은 더 가관이다. 의사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병원 관계자, 그것도 익명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바탕으로 이런 과격한 비판을 하고 있다. 내용인즉,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집단사직’은 환자와 병원 사정을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행태이며, 무리 지어 집단으로 전국의 병원을 옮겨 다니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1. 환자 내팽개친 무책임한 집단사직?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달아 집단사직하면서...환자와 병원 상황을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집단사직이 전공의 이탈 사태 이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비상진료체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해당 전문의들이 응급실 운영이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직을 강행한 만큼 의사 직업윤리에도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사2)


문화일보는 건국대 충주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의 사직 현황을 소개하며 위와 같이 언급했다. 그런데 응급의학 전문의는 사직할 자유가 없나?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에서 “체력적으로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이러다간 내가 죽겠다”며 그만두는 의사에게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정상인가? 


이대목동병원의 남궁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개월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고 밝히며 “의사가 부족한데 사람이 죽어가니까 몸 갈아서 지금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밤 ‘1시간 안에 심정지 환자 둘, 뇌출혈 환자, 뇌경색 환자, 심근경색 의증 환자를 혼자 봤다’고 밝혔다. 올해 초 디스크가 터졌고, 최근에는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남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러 지금 이 업무에 자원할 응급의학과 의사는 농담 같은 존재”라며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은 일상이 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의사가 지금 사직하게 되면 역시 ‘환자를 버린 무책임한 의사’가 되는 건가. 


게다가 ‘집단사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실과 맞지 않다. ‘집단사직’은 집단이 함께 모의해서 집단 행동을 한다는 것인데 사직이라는 행위 자체가 개인의 선택이고 결정이다. 6개월 의료대란의 결과로 ‘응급실 엑소더스’가 일어나는 현상인데, 목적성을 가진 집단행동으로 보는 것 자체가 기자의 편견이다. 

 

 

2. 응급전문의 집단사직은 응급실 문 닫게 만들기 위한 목적?


문화일보는 의사단체가 ‘추석 응급실 위기설’을 주장하는 와중에 이런 집단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매우 위험한 주장을 편다. 그것도 익명의 대학병원 관계자와 병원장을 내세워서.


『최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은 병원들이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만큼 지역 의료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의사들은 본인들이 그만두면 응급실이 문 닫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기사2)


『익명을 요구한 지역 C병원장도 “추석을 계기로 병원 응급실 몇 군데를 셧다운시켜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정황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성실하게 치료하는 대부분 의사들과 함께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사1)


응급실 의사들이 ‘응급실 문을 닫게 만들어 지역 의료의 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단사직을 한다는 엄청난 주장인데 익명의 인물이 말하는 내용이 ‘이런 말을 들었다’거나 ‘저런 정황이 있다’도 아니고 ‘정황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니?

 

 

3. 집단사직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무리 지어 병원 옮겨다니며 몸값 올려?


문화일보는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집단사직이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이에선 이 같은 집단사직이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통상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이직할 때 3명 정도가 한 팀으로 움직인다”며 “한 명이 사직하면 개인적 사정이지만 집단으로 움직이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기사2)


이에 대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팀으로 이직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30년간 응급의학 전문의를 3명 이상 한번에 채용한 케이스는 은평성모병원과 이대서울병원 개원 때 외에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러 명을 한 번에 채용하는 사례가 올해 의료대란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인데 이 회장은 “집단 채용이 관행이 되면 정말 좋겠다”고 웃었다.


문화일보는 역시 익명의 인물을 내세워 의사들을, 돈만 좇아 병원을 옮겨다니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B 공공병원장은 “응급실 의사들이 무리를 지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면서 ‘판돈’을 올린 지 한참 됐다”고 꼬집었다.』(기사2)


이형민 회장에 따르면 해마다 2~5월 사이에는 200~300명의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이동이 벌어진다. 대부분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전임의가 아니라 1년 단위의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병원 사정에 의해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이동하는 사례, 개인 의사에 따른 이직 등 이유는 다양하다. 


이 회장은 “집단사직으로 보이는 이 상황은 전공의 없이 버티던 전문의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엑소더스”라며 “지난 8월 한달에만 대학병원의 전문의 구인 숫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수요가 폭발했는데 그것조차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다. 병원마다 사직이 잇따르면서 결원을 채우기 위한 3명 이상의 집단 채용은 6개월 의료대란이 낳은 특수상황이라는 뜻이다. 


문화일보의 ‘판돈을 올려왔다’는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지금은 연봉을 4억을 주든 그 이상을 제시하든 의미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높은 연봉을 줘도 ‘더는 일을 못하겠다’는 의사가 많은 게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4. 의사 직업윤리 문제 삼은 기자...복지부 출입하며 복지부 장관상 받은 건 문제없나?


공교롭게도 위 3개의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한 사람이다.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인 권 모 기자. 그런데 관련 기사 댓글마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내용에 눈길이 갔다. 이런 댓글들이다.


navi****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님 기사네요. 믿고 거릅니다~

 

momm****

권○○기자 상황인식도 저-기 달나라 수준인 듯. 용산에 누구랑 비슷하네~ 복지부 표창받고 상황에 맞지도 않은 기사 나부랭이 쓰는 거 기자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

 

lake****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 권○○ 프로필 쳐보니까, 문화일보 1월4일자 뉴스 보니~~ 복지부 장관상 받았더라구~ 팩트에 기반해서 글을 써야지~ 기자가, 선동을 하냐?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아라.


복지부 출입기자가 출입처가 주는 장관상을 받았다고? 검색을 하니 올해 1월4일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는 문화일보 기사가 보였다. 수상 소식을 문화일보가 자체 기사로 공개하고 있는 걸 보면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는 얘기다. ‘이해충돌’ 내지 ‘취재윤리’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문화일보 식 비약이라면 ‘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기자가, 장관상을 받고 나서, 복지부를 편드는 기사만 쓰고 대척점에 있는 의사를 악마화 한다 → 복지부와 기자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음이 틀림없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댓글에는 이런 식의 주장이 넘쳐났다.


udy****

이쯤되면 권○○은 용산대변인으로 승격하시고 문화일보는 용산일보로 바꿔야지!!!  

erne****

권○○ 얘는 보건복지부한테 사주 받아서 글 쓰지ㅋ

anni****

어용기자 권○○ 기억하겠음. 이건 응급의학계에서 고소해야 할 무지막지한 모독 기사임.

snow****

제목만 봤는데 역시 꾸준히 의사 악마화에 앞장서고 있는 문화일보 권○○ 기자네

seon****

진실은 뒷전인 그 기자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안 그래도 벼랑 끝에 내몰린 응급실 의사들을 더 낙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아래 댓글이 말해준다. 


choa****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낍니다. 피똥 묻은 환자, 술취한 환자, 온몸이 상처 투성이인 환자 보면서 밤새면서 일합니다. 기자님은 그렇게 일해봤습니까?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이 밤도 안 새고 세련되고 깨끗하게 일할 때 온갖 고초를 감내하는 사람들입니다. 세트로 사직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아마 예전부터 친하게 팀으로 일해온 사람들이겠죠. 응급의학과는 24시간 당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팀으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님은 부끄러운 줄 아세요.


chor****

기자님!!! 지금 진료를 떠안고 있는 의대교수와 전문의가 “무쇠철인의료기계”라도 된다는 뜻인가요? 치료하던 환자를 떠나는 게 아니잖아요? 응급실 환자는 시시각각 새로 들어오고 매순간 상황 바뀝니다!!! 그 일을 떠나는 이유가 왜 인지 기사를 써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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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아데스 2024-09-07 오전 3:16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웃과 동료의 불행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인간의 열망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다. 질투심이라는 가장 원초적 본능과 탐욕이 소수에 대한 박해와 착취에 열광하는 사회를 만들었고 그런 공동체는 몰락과 침체의 길을 걸었다.
    시장에 정부 권력이 개입할수록 사회적 갈등은 고조되고 효율성과 창의성은 상실하게 된다.

  • 사자후 2024-09-05 오후 6:27

    최소한의 생각도 양심도 없는 기자이군요. 복지부 자료를 받아 베끼는 수준이니 취재기자가 아니라 복사기자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 골든타임즈 2024-09-05 오후 6:26

    철밥통을 깨부수는 일은 언제나 반발이 필수, 이번 의료개혁에서 또 확인한다. 이처럼 개혁의 길은 험난하다. 그렇다고 주춤거려선 안된다. 票 계산만 하는 야당 사람들이 반발한다고 겁을 먹으면 안된다. 트집쟁이들은 언제나 도움이 되지 않기에 무시하면 그만이다.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조국을 위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것이다. 여태까지, 과거 대통령들과 정치인들은 자신의 감투에만 몰두하느라, 도무지 개혁 따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노동ㆍ연금ㆍ교육ㆍ의료 개혁 등 손도 대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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