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졸속 이전이 부른 대통령 관저 부실 불법 공사. 최고 보안 시설에 도청 장치는 설치되지 않았을까? 청와대 이전을 반대했던 소수(少數)의 불길한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1>

〈통신 공사의 경우 미등록 전기 공사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였는데도 이에 대한 통제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감사원 보고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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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지금처럼 의료 대란을 수습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청와대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청와대 이전’으로 칭한다)에 따른 국가 지휘부 기능의 약화와 함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꼽히게 될 것이다. 의료 대란은 한국인이 누렸던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앗아가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경호사고나 전쟁지휘 능력의 약화, 또는 친북좌파(親北左派)에 의하여 세종시로의 천도(遷都)에 이용당할지 모른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총체적 권력투쟁을 벌이는 남북 관계에서 정통성의 중심인 서울을 수도로서 포기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포장되었던 ‘청와대 이전’은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 대통령실이 세 군데로 쪼개졌다. 주인이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관저, 그리고 수시로 사용하는 청와대의 행사장(영빈관 및 상춘재). 국군통수권자로선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됨으로써 경호 병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동선(動線) 노출로 늘 저격 사정권에 놓여 있다.

  

● 국방부는 독자적인 건물을 갖지 못하고 합참건물로 이사를 가 동거하고 있다. 전시(戰時) 지휘부인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인접,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옮긴다는데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외교부 장관 공관은 외국의 고위 외교관을 접대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곳이었는데 대통령 부부가 살겠다고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삼청동의 비서실장 공관으로 옮겼다가 최근 다시 궁정동의 옛 경호처장 관저로 이사를 갔다. 떠도는 신세다.

  

● 세종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공약으로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세종시를 정치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종북적 사상의 소유자라면 충청도 표를 노리는 것처럼 하면서 세종시의 제2집무실을 제1집무실로 이용, 상근하겠다고 공약, 당선되어 이를 실천하면 서울엔 일부 부처와 대법원만 남게 되어 수도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남쪽으로 천도하여 망한 고구려, 백제의 전철(前轍)을 밟게 될지 모른다.

  

●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에서 두서(頭緖)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격(國格)에도 기능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실 공간의 영향이 크다.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 밀어붙였던 대통령실 이전의 무모성[또는 무도성(無道性)]은 아래와 같이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취임도 하기 전에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청와대 이전이 박수를 받으면서 진행되었다. 특히 언론의 견제가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0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이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따내고 다른 공사까지 총괄적으로 지휘한 ‘21그램’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회사의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장을 받아 찾아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고 한다. 무속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취향과 연결되어 여러 가지 상상을 낳게 한다. 감사원 보고서를 읽어보면 이런 영세한 회사가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할 실력이 되는지가 의문이고, 공사 감독도 부실하였는데, 대한민국 적대 세력이 그 틈을 이용하여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권력자의 허영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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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청와대 개방 후 한동안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조선DB

 

나는 청와대 대통령실 이전과 그 후유증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글을 써온 소수(少數) 그룹 중 한 사람이고 이 때문에 윤석열 팬클럽 같은 인사들로부터 정부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3년에 걸쳐 썼던 글을 돌아보니 오늘의 부작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견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2022년 3월 16일 나는 조갑제닷컴에 “윤석열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야! 대통령부(大統領府)의 이전은 작은 천도이다. 졸속으로, 허영심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으로 대통령부를 옮기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아예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5월 10일 시작되는 임기 전에 대통령부 건물을 짓든지 기존 건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대통령궁은 국가의 심장이자 정치의 중심으로서 역사성, 상징성, 편리성, 안전성을 다 충족시켜야 한다. 두 달 안으로 그런 장소를 고르고 시설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戰時)가 아니다. 대통령부가 황급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면 국민들이 불안해진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무리를 하면 실수를 한다. 국가의 상징적 존재에 대한 실수는 오래간다.〉

  

  나는 대통령실이 민족사의 중심인 광화문 지역을 떠나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1. 옮길 장소는 약속한 대로 광화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조 개국의 3대 건축물인 경복궁(景福宮), 종묘(宗廟), 사직단(社稷壇)이 이 지역에 있고 대한제국의 황궁(皇宮)인 덕수궁, 대한민국 시대의 서울시청, 정부종합청사, 국립현대미술관이 여기에 있다. 지금 거론되는 용산은 임진왜란 때 왜군 주둔, 일제(日帝) 때 조선군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가 있었다는 외세(外勢)의 상징성이 너무 강하다.

  

2. 좋은 건물을 새로 지어서 옮기는 것이 맞다. 백악관, 엘리제궁, 크렘린궁 등이 보여주듯이 대통령궁은 그 나라의 대표적 건물이어야 한다. 있는 건물에 대통령부가 들어가는 것은 긴급할 때 임시처방으로 하는 일이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

  

3. 광화문을 꺼리는 이유로 경호상의 문제를 대는데 그렇다면 청와대에 그냥 있는 것이 낫다.

  

4. 대통령부를 옮기는 것은 작은 천도이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그 상징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고 민족사의 정통국가라는 상징성이 졸속 이전으로 훼손되면 불길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구청 옮기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5.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이 중대한 일을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권력자의 허영은 비싸게 계산된다. 

  

  

청와대 사정도 모르고 졸속 결정

  

2022년 3월 1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청와대 이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아닙니다. 어떤 연유로 지금의 청와대를 단 하루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국정 운영 초기에 대통령님과 함께 광화문 이전을 검토했던 한 사람으로서 주제넘지만 조언을 드립니다.

  

우선 모든 조건이 완비된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물리적으로 예산 낭비할 일이 없고 대통령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비서실장은 30초,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전원이 1분30초면 대통령 호출에 응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와대 이전을 위한 기구를 정식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국가 안보 시스템의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 데 따른 대책도 없이,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데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심지어는 예산 편성도 없이(예비비는 쌈짓돈이 아닙니다)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용산을 포함하여 차제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까지 충분한 검토를 시키고 현 정부에서 검토했던 내용도 참고하고 정식으로 예산도 편성하여 국가 중대사에 걸맞은 집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급히 결정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국민과 함께’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상황에 대한 오판(誤判)이 있었다. “현재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되어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는 대목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내 집무실을 사용, 소통에 불편이 없었다.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했지만 허언(虛言)이 되었다. 그는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했지만 졸속 이전 자체가 그 어떤 제왕적 대통령도 하지 못한 방식이었음을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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