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의대 7500명 한꺼번에 교육해도 문제없다"? 반성도 사과도 없다!

사실과 동떨어진 호언장담, 거짓주장에 판 깔아준 조선일보

의료대란 8개월 동안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의대교육을 ‘돌팔이 교육’化 시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F학점을 받아도 유급 시키지 말것, 온라인 자료 다운만 받아도 수강한 것으로 간주, 6년제 의대교육을 5년으로 단축 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9월 발표된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 10월 발표된 학사 정상화 방안에 담긴 이런 대책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대충대충 교육시켜 강제진급 시키라’는 주문이었다. 교육부가 이런 비교육적 요구를 대학에 제시한 이유는, 휴학한 의대 1학년생(3000명)과 내년 신입생(4567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사태는 막겠다는 것. 어떻게든 의대생들의 휴학을 막고 그들을 돌아오게 만든 다음 억지로라도 진급시켜야 가능한 얘기였다.


이런 교육부의 억지스러운 대책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8개월간 동맹 휴학은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지난달 6일 내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밝히더니, 이마저도 철회해 조건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휴학 승인’ 방침으로 물러선 것이다. 

 

이쯤 되면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의대교육을 누더기로 만들고, 해결은커녕 ‘7,500명 동시 교육’ 사태를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조선일보와의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뻔뻔한 ‘정신승리’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사태가 현실화한 것에 대해 그는 “의대 교육의 질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니 믿어 달라”로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의학 교육 개선을 위해 5조원을 쏟기로 결정됐다. 국립대 의대 전임교수만 1000명을 증원한다. ‘5조원에 교수 1000명’. 교육 역사상 이만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적이 없다. 인력부터 시설, 각종 실험·실습 기자재까지 전방위적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돈으로 떼우겠다는 발상인데 이 정도면 정신승리를 넘어 ‘현실부정’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건물 올리고 장비를 산다 치자. 교수 1000명은 하늘에서 떨어지나? 지금도 병리학, 생리학, 생화학, 해부학 등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해 쟁탈전이 벌어지고, 현재 해당 분야를 대학원에서 전공하는 인력도 겨우 100명대 수준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기초의학교육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기초의학 교수 숫자는 갈수록 부족해지고 특히 의사 면허를 가진 기초의학 교수 숫자는 더욱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의학 교수는 향후 5년 이내 229명이 퇴직할 예정이고, 현재 대학원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는 104명, 학년 당 평균 26명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기초의학 교수는 전국에서 245명이 신규 임용됐는데 40개 의대 기준 각 학교가 연간 평균 2명을 임용하고 있고, 2명 중 1명은 의사과학자로 1년에 약 40명의 의사과학자가 기초의학교수로 채용된다. 


지방 의대일수록 상황은 더 열악하고, 기초의학은 대부분 예과 2년 과정에 들어가 있다. 당장 교수진 확보도 없이 대규모 증원이 이루어진 지방의대는 대체 누가 가르칠 건가? ‘5조원에 교수 1000명’이라니, 의사를 수입이라도 해 올 셈인가? 기초의학 교수가 나오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돈으로 다 된다는 발상이 그저 놀라운 뿐이다. 이 외에도 해부학 실습을 위한 카데바는 어떻게 마련할 건가? 


이 부총리는 ‘자기부정’과도 같은 발언도 했는데 “의대를 많이 방문했다”면서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더라. 최고 인재들이 가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최고의 교육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면서 거꾸로 정원은 대폭 늘려놓고 교육에 문제가 없단다. 현재의 교육 시설과 여건으론 최대 4배나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고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의대 5년제 논란’에 대해서는 “교육 과정이 여유 있다고 판단하는 대학은 원하면 자율적으로 축소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교육부가 5년제를 도입하라고 강압하는 게 전혀 아닌데 의도가 180도 다르게 왜곡 전파됐다”며 언론 탓을 했다. 대놓고 법을 위반하는 발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5조에서 규정된 의대 수업연한 6년을 단축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1년 이내에서 단축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법의 자의적 해석이다. 고등교육법 제31조 2항에 따라 교육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경우는 학위 취득에 필요한 모든 학점을 이수한 자에게만 해당되는 조항이다. 

  

교육부가 최초 ‘의대 5년제’ 방안을 발표할 당시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기자 질의응답에서 향후 법 개정 등의 제도개선까지 언급한 바 있다. 즉 ‘의대 5년제’안을 제도개선까지 아울러 검토하겠다는 브리핑이었는데, 이후 반발이 일자 ‘강제가 아닌 대학 자율 사항’이라고 물러섰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언론이 왜곡 보도했다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대란으로 입을 국민 피해가 수험생들의 피해보다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대 지원자 수가 정시까지 합쳐 10만명 넘을 것”이라면서 “의대 입시는 다른 전공 입시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준다. 입시에 대혼란이 찾아와 사실상 모든 수험생이 피해자가 된다. 누구 피해가 더 큰지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문제다. 입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10만명의 피해보다 5천만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인데, 경중에 대한 판단이 그리 어려운가? 결국 이 혼란을 만든 정부가 책임질 문제다.


조선일보의 이번 인터뷰 기사는 시종일관 이 부총리의 대변인 노릇, 중계방송 수준이다. 지난 4월16일에도 ‘의대 정원 4배 늘어도 교육에 문제 없다’고 주장한 충북대 총장 인터뷰를 아무런 비판 없이 게재한 바 있는데, 같은 기자가 동일한 수준의 기사를 되풀이 했다. 사실과 동떨어진 호언장담과 거짓말을 ‘취임 2주년 인터뷰’로 포장해 여과없이 내보낸 조선일보의 ‘기자정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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