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분간 대국민 담화를 한 뒤 2시간 5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는 "대통령 자리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제 불찰 제 부덕이고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 '사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를 묻는 질문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좀 당황한 것 같았고 점수를 많이 까먹었다.
이 장시간 회견을 끝까지 다 본 이들은 "윤 대통령은 사과를 했는데 무엇에 대한 사과를 했나"는 질문에 꽂히게 될 공산이 높다.
너무 긴 회견 막바지에 부산일보 기자가 얄밉게(?) 잘 질문하고 이어 경향신문 기자가 추가 질문한 것인데 이렇게 된 데는 당초 '끝장 회견'을 내세웠기 때문에 자초한 것이다.
이날 자리가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대국민 사과'에 초점을 맞췄으면 정제된 발언으로 그쪽으로 매듭지으면 될 일이지, 2시간 넘게 '끝장'을 볼 일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그런 대로 절제된 발언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시비비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 기회라고 여겼는지 습관처럼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이런 경우에 기자들의 '전투욕'이 불타는 법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사과를 한 거냐 아닌 거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 것이다.
다음은 이날 회견에서 뉴스가 되는 핵심 문답이다.
- 내각과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은?
"적재적소 인물을 찾는데 인재풀 물색 검증에 들어가있다.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을 보여주겠다."
- '명태균씨와는 경선 막바지에 소통을 끊었다'고 했는데, 명태균 녹취(대통령 취임식 전날 통화)가 공개됐다.
"통화 녹취가 공개된 날 아침 비서실 회의에서 '경선 뒷부분에 가서 그럴 만한 일이 있었기에 (명태균씨에게) 연락하지 마라고 한 적이 있다. 대선 당선된 이후에 전화 혹은 텔레그램으로 연락받은 적있다. 축하 전화라고 봤다 선거 초입에 도움 준다고 그가 움직였기에 '수고했다'고 했다. 사람이 요만큼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매정하게 할 수없고, 그래서 전화를 받아줬다. 선거 초기에 이렇게 수백명으로부터 도움받았다. (명씨와는)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고 그렇다."
-김건희 여사도 대통령 취임 이후 수시로 명태균과 연락을 했다는 주장이 있다. 언제까지 왜 했나?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도 없고, 논란이 생긴 뒤 물어봤다. 몇 차례 문자를 했다고 한다.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고 뭐 그렇다."
-명태균 녹취에 기반한 세가지 키워드는 여론조작, 공천개입, 창원산단 선정개입이다.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면?
"나는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도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그런 적없다. 나는 대통령 취임한 뒤로 국민세금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하지 말라고 했다. 정책 여론조사만 하라고 했다.
공천 개입 문제는 개입 정의를 따져봐야 한다. 당선인 시절에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었는데 (재보궐 선거의 경우 후보 인물들이) 대개 정해져있었다. 나는 당선인 시절 안가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고3 입시생 만큼 바빴다.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에는 관심도 없었다. (명태균씨 녹취) 그게 전화 내용인지 텔레그램 통화 녹음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그가 서운했을 것 같아 받았지 공천 발언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명태균씨 개입 의혹) 창원산단을 포함해 열 몇 개 국가 산단은 내 대선공약이었다. 오픈해서 진행하는 것이지 몰래 하는 게 아니다. "
-김건희 여사의 인사와 선거개입에 대해?
"대통령 부인은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다. 공직자는 물론 아니지만, 대통령이 회의때 참모들에게 야단을 많이 친다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라'고 말하는 건 국정 관여가 아니다. 과거에도 대통령 부인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렇게 했다. 부인이 하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한다고 싸우지는 않을 거니까.
대통령 부인이 '국정 운영하는 데 욕 들어먹지 마라'고 하는 게 국정농단이라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검찰총장을 할 때부터 저나 집사람에 대해 침소봉대,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를 악마화하는 게 있었다.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 물론 잘 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은)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해야 한다. 다만 팩트 자체에 대해 말씀드리는데, 오래 공직생활하면서 나는 공사가 분명한 걸 신조로 삼아 해왔다. 외교 관례나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나와 핵심참모가 판단하면 (김건희의 대외활동을) 하고, 사실상 이미 많이 줄였다."
-'김여사 라인' 소위 한남동 7~8인회는 실재하는가?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대통령 부인이 '국민 뜻 받들어라'는 조언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우리 문화에 맞지 않다.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 야당'이라고 했지 않나. 대통령실 실무자에 대해서는 계통대로 한다. 직보 같은 걸 받지 않는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구성원들 중에서 조치를 받은 사람이 많다. "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 7시간 통화, 성향이 의심스러운 종교인(최재영)과의 대화, 명태균씨와 통화를 해온 게 드러났다. 김 여사의 신중하지 않는 사적인 처신이 문제다. 김 여사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하라는 건가(웃음). 좀 순진한 면이 있고, 제 아내라서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2021년 7월말 내가 정치선언을 하고 한달만에 전격적으로 입당 신청을 했을때 휴대폰 번호가 공개됐다. 그때 문자 3천개가 들어왔다. 나는 선거운동 하느라 밤늦게 들어와 쓰러져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아내가 내 휴대폰을 보고 이들의 문자에 대해 '고맙다' '잘 챙기겠다' 일일이 답을 하고 있었다. 날밤을 새고 그렇게 했다. 대통령이 되면서 휴대폰을 교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부 내 책임이다."
-앞선 대국민담화에서 사과를 했는데, 이제 '휴대폰 바꾸지 못해서' '사람이 모질지 못해'라고 한다. 듣는 국민 입장에서 마치 사과할 만한 일이 아닌데 대통령이 사과한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하는 건가?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 '다 맞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잘못 알려지는 것이 굉장히 많다. 가령 민주당에서 (명태균 통화 녹취) 공개했는데 짜집기를 했다거나 소리를 집어넣었다는데, 대통령이 그걸 다퉈야 하느냐."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사과를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어떤 부분을 사과한 것인가?
"사과를 드리는 것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안 지켜졌기 때문이고, 또 불필요하고 안 해도 되는 애기를 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걱정끼쳐 사과를 하는 것이지, 어떤 것들을 모두 인정해서 하는 사과는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직접 사과할 의향은? 오늘 기자회견을 준비할때 뭐라고 말한 게 있나?
"아내가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 임기 반환점에 국정 성과만 얘기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하라고 했다. 이것도 국정농단인가. 의도적으로 악마화, 침소봉대, 가짜뉴스의 대상이 됐지만, 아내는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마음이 아프더라도 자기 가족과 주변에 대해서 특혜를 준다는 것은 국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검찰총장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지금 특검 문제에 있어서 특검하느냐 마느냐를 국회가 결정하고 임명해서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지난 정권에서 2년이 넘도록 수백명 넘는 수사인력을 해서 어마무시하게 많은 조사를 했다. 김건희가 나올 때까지 그렇게 했으나 기소를 못 했다.
(김건희 관련 의혹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얘기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사법작용이 아니라 정치선동이다. 재수사를 하면 아내만 아니라 이미 사법 판단을 받은 사람들을 다시 다 조사해야 한다. 이건 인권 유린이다. 한번 털고 간 것은 사실상 일사부재리 적용한다. 헌법 수호를 해야 하는 대통령은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없다. 이를 받아들이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된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의 차원이 아니다."
-취임후 20%대 지지율이 떨어졌다. 대구 경북 등 전통적인 보수층이 이탈하고 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 '돌을 맞고 가겠다'고 했는데.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전광판을 보고 뛰느냐, 공을 보고 때리고 차야 한다. 이때문에 참모들로부터 바가지를 많이 듣고 있다. 내가 후보가 돼서 이 자리에 앉게 된 데는 대구 경북지역 절대 지지 덕분인데, 그렇게 아꼈으니 얼마나 실망이 컸겠는가 생각한다."
- 한동훈 대표와 갈등은 여권 분열로 국정동력을 잃게 한다. 한 대표와의 개인 감정과 앙금, 인간적인 배신감이 작용하고 있다는데?
"언론에서 갈등을 부추키는 것이 아닌가. 초심으로 가야 한다. 당정 문제를 떠나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일을 열심히 같이 하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그냥 만나서 얘기하면 쳇바퀴 도는 것이다. 우리 존재 이유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일을 같이 하면서 공동의 과업,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 나갈때 접착돼가는 것이다. 국감도 끝났고 여당과의 편한 소통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언론도 좀 도와주십시오."
-국회 개원식에 이어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 불참했는데?
"취임 첫해 국회 시정연설을 갔는데 야당은 로덴더홀에서 피켓시위를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다음해는 연설하는데 다 돌아섰다. 야유도 하고. 이거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날 하루는 '기본 프로토콜'을 보여주는 것인데, 내가 가면 난장판 국회에 도움이 되는 건가.
탄핵소추는 중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에게 하고 아주 예외적으로 하는 것인데 국회가 이런 걸 남발하고, 수도 없이 특검법을 반복하고, 거기다가 동행명령권을 남발한다. 이는 내게 국회에 오지 말라는 소리다. 이건 정치를 살리자는 게 아니라 죽이는 거다. 저도 시정연설에서 야당을 존중하는 애기를 할 것이고, 그 시간만 지켜준다면 열번이라도 가고 싶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