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오늘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에서 "뜨거운 선언과 썰렁한 분위기"란 제목으로 교수 시국선언을 비판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 교수들의 수가 벌써 3000명을 넘었고 연구자와 재학생, 동문 단체들까지 가세하고 있어도 시국선언을 바라보는 사회의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에 충분히 지쳐 있는 일반시민들의 눈에는 그저 ‘늘 하던 사람들이 늘 하던 짓을 하는’ 현상 정도로 비치는 모양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그 이유로 첫째, 명분의 부족을 들었다. 민주당에선 “이승만 정권의 비참한 전철” 운운하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을 거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그게 탄핵이나 하야까지 논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시국선언을 하는 게 용감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아 감동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시국선언 한다고 누가 잡아가는가? 대학가에서 한마디 했다가 고초를 당한 유일한 사례는 문재인 정권 시절 ‘표창장이 위조’라고 했다가 감사받고 쫓겨난 동양대 총장의 경우. 그때 그들은 모두 침묵했었다.>
셋째 이유는, 이중 잣대.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대학가에 시국선언이 봇물 터졌었다. 그때 기폭제가 된 게 정유라의 입시 비리. 근데 조국 자녀들의 여러 입시 비리에 연루된 대학들의 정의로운 교수님들께선 다들 입을 다물고 계셨다.>
넷째, 학생들의 고통과 아무 상관이 없는 주제란 점이다.
진 교수는, ‘뜨거운’ 선언의 열기와 ‘썰렁한’ 사회의 분위기 그 온도 차는 이번 시국선언이 일반의 민심보다는 외려 민주당에서 밀어붙이는 탄핵 드라이브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열통을 터지게 하는데도 정작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탄핵 집회에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참가자의 수는 외려 줄어들고 있다. 민주당에선 열심히 성냥으로 불을 지피려 하는데, 국민이라는 장작은 그동안 먹고 사느라 흘린 땀과 눈물로 속까지 흠뻑 젖은 상태. 그래서 특단의 조치, 즉 전국 대학가의 시국선언이라는 ‘번개탄’이 필요했던 것임을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고 진중권 교수는 간파했다. 또 하나 국민들이 모르지 않는 게 있다고 했다. 즉 ‘탄핵’, ‘하야’와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가 사법 리스크에 걸린 누군가의 대권 시간표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국민이라는 배우들이 그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명한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해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는 이용당하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너무나 뜨거운 선언과 너무나 싸늘한 민심. 그 현격한 괴리 속에서 우리는 질펀한 이권, 혹은 철 지난 이념의 관성으로 묶인 그들 공동체만이 느끼는 어떤 실존적 처절함, 어떤 종말론적 절박함만을 본다.>
교수들이 하야를 요구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허무맹랑한 근거로 밀어붙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대란을 이유로 삼는 게 훨씬 호응이 좋았을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與와 野 모두 정치의 주제를 잘못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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