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희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는 지식인들의 무지가 아니라, 미신을 믿는 지식인들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1.
야당에서 입수한 계엄군 체포리스트에는 국회의장, 여야 대표, 유명 정치인들 외에 다소 뜽금없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문재인의 옛 측근. 현재 정치적으로 무직상태인 한물간 인물. 그런 인물이 대체 왜 체포 1순위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을까.
알고보니 선거부정론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양씨는 일종의 '설계자', '딥스테이트'의 피라미드 정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일테면 그들에겐 흑막의 악과 같은 인물인 것. 실제로 그날 밤 국회에 투입된 특수요원 280명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297명이 중앙선관위를 장악했다. 윤대통령과 함께 이번 정변을 지휘한 김용현 국방장관이 어제 직접 입을 열었다.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다고. ’수사 위해 시설 확보가 필요‘했다고. 드디어 그날 밤의 끔찍했던 진실이 꺼풀을 벗고 수면위로 드러났다. 음모론의 흑마법에 넋을 잃은, 영지주의 망상, 그 광신이 이번 12.3 정변의 기축(機軸)이었던 것.
2.
선거부정론은 '개족보'이긴 해도 나름의 유서깊은 문화, 철학적 계통이 있다. 바로 영지주의(Gnosticism). 대체 왜 한국, 미국의 현대 기독교도들이 선거부정론자의 메인스트림을 구성하고 있는지 엿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대개 '영지주의'를 기독교 역사의 유서 깊은 이단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단 종파라기보다는 뿌리깊은 하나의 세계관이자 음모론의 배아줄기세포 같은 것이다. 서구사회에 존재해온 거의 모든 컬트의 어머니랄까.
숨겨진 비밀스런 세계, 보여지는 것과 다른 이면의 거대하고 은밀한 질서가 있다는 믿음, 그래서 하나님 뒤에 더 큰 하나님이 있고 그 뒤에는 더 거대한 영험한 존재가 있다고 믿는게 영지주의다. 보이는 세계보다 보여지지 않은 광범위한 이면의 질서가 있다는 믿음. 이것은 익숙한 고대 희랍의 전통이기도 하다.
3.
왜 유독 한미 양국 기독교도들 중에 선거부정론자가 그렇게 많은지 눈치채셨는지. 기본적으로 이 이단 추종자들은 언제나 비밀을 궁금해한다. 드러나지 않게 잠재태로 있는 커다란 그림자 권력 같은 것들. 이 영지주의가 현대정치권과 엮이면서 꽃피운 게 '음모론'이다. 한국의 노인세대, 미국 백인 기독교도들 사이에 이런 이교적 사고방식이 광활히 퍼져 있다. 미국은 우편투표 부정론으로, 한국에서는 사전투표 부정론이. 수년전 선거부정이라며 의사당 습격을 주도한 이들도 ’큐어넌 샤면‘이라는 유사기독교적 컬트집단이었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야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하느냐’고 따지면 이들 광신 종교인들은 ‘딥스테이트’를 운운한다. 공식권력인 대통령보다 힘이 센 비밀스러운 통치권력이 있다는 거다. 프리메이슨, X파일 등등 서구의 B급 사고체계에서 매우 광범위한 게 바로 이런 영지주의 정신세계다.
4.
국방장관 김용현은 어제 기자와 나눈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거부정론의 광신, 이 헛된 ‘백일몽’이 계엄군의 강제 수사, 민주화 이후 처음 선포돼 국민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유였음을 당당히 밝힌 것이다. 윤대통령 본인부터가 이런 선거부정 광신에 함몰된 인물이었다는 폭로도 곳곳에서 터뜨려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대통령과 처음 만난 날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을 보내 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대화 주제였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엄청난 誤신념에 흠뻑 빠져있었고 그런 이들과 소통하면서, 흔히 에코챔버라고 부르는 고립된 정신성을 강화해온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5.
요컨대 12.3 정변은 유사 기독교적 광신, B급 세계관 같은 역사적 '개족보'에서 배태된 대참사였던 것. 실제로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에 환호하며 맨 앞서서 지지 의사를 밝힌 대표적 인물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이제는 투표가 거대한 음모로 덮여있다는 영지주의적 판타지를 전파하는 그는 교회 전도사이기도 하다. 선거부정론의 음울한 유사 기독교적 배경을 심각히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다.
6.
지금 이 순간 선거부정론으로 소중한 시간과 돈, 넋을 잃고 부유하는 내 주변 이들 얼굴이 어른거린다. 학교 선생, 교회 장로, 현직군인, 다 고상한 사람들이다. 휴대폰 카카오톡에는 그들이 뜨겁게 배설하는 환호의 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하다 쓰는 글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금번 계염 관련해 보수 국민들에 관한 다음의 글을 남겼다.
‘보수 국민들이 진정 걱정된다. 길을 잃은 자들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국가의 명령과 요구에 따라 그리고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각자 삶의 진보를 향해 싸워왔던 한때의 戰士들이었다. 그들은 벌써 몇 번을 좌절하고 있는지 모른다.’
완전히 컬트가 되어버린 그들, 심지어 대통령이 이 망상의 흑마법에 빠져 변란을 벌였다는 현실이 나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려라’ -디모데전서 4:7 /
음모론에 빠져 변란 일으킨 윤석열을 보면서!
- 배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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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6, 11:20












부정선거의 증거가 많이 나왔는데, 특히 인천 지역구 선거재판에서 배춧잎 투표용지를 비롯하여 투표용지가 책 처럼 붙어있는 뭉치투표용지, 접히지 않은 투표용지 등등이 나왔는데, 이를 무시하고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놈들이야말로 부정선거를 숨기려는 음모론자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