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2인자’ 조태용과홍장원, 그날밤상황에서누구말을믿어야하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계엄 당일 "다 잡아넣어"라는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이어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해서 들었던 체포 명단을 메모했다.
'홍장원 메모'는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판단할 가장 핵심 사항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홍장원 공작" "내란 프레임"이라며 직접 공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살아나려면 '홍장원 메모'가 허구이거나 조작됐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8차)에 증인으로 나와 이를 시도했다. 그는 두가지 방식을 구사했다.
첫째, 메신저를 공격하는 방식.
둘째, 디테일에서 어긋난 부분을 지적해 전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방식.
이날 조 원장은 계엄 실패 이틀 뒤(12월 5일) 홍장원 전 차장을 전격 경질한 이유를 묻자, "지난해 8~9월 국회 정보위에서 지난 정부 때 국정원에 계셨던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면서 '유력한 사람을 통해 7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냐'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런 걸 보면서 홍 전 차장의 정치 중립과 관련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력한 사람이 누구냐. 지난 정부 국정원 출신 야당 의원은 박선원, 박지원 정도인데 맞냐"라는 질문에, "네. 여기서 자세히 말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회의 중간에 있었던 얘기니, 속기록도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이 민주당 쪽과 결탁돼있으니 그의 폭로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홍장원 메모' 자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홍 전 차장이 그날 밤 11시 6분쯤 원장 공관 앞에서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메모를 급히 썼다고 진술했는데 그 시간대에 CCTV를 확인보니 홍 전 차장은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고 말했다.
지난 4일 헌재 공개 변론 때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은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또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은 본인이 작성한 메모와 보좌관 작성한 메모 두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보좌관에게 직접 물어보니 메모가 총 4가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3일 밤에 홍 전 차장이 보좌관에게 사각 포스트잇에 쓴 메모를 줘 정서를 한 건 맞다"면서도 "그런데 그 다음 날 오후 다시 홍 전 차장이 같은 보좌관에게 '네가 기억나는 대로 다시 한번 써서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니 세 번째 메모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보좌관은 자기가 파란 펜으로 사람 이름만 쭉 썼고, 동그라미를 친다든지 '방첩사'라는 문구는 가필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12월 4일 늦은 오후에 보좌관 기억 더듬어 새로 써진 게 이 메모인데, 누군가가 가필해 놓은 게 지금 메모이니 결국 메모가 4가지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태용 원장의 증언은 상당히 설득력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인 홍 전 차장의 반박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 않다.
홍 전 차장은 밤 11시 6분 자신이 원장 공관 앞 공터가 아닌 사무실에 있었단 주장에 대해 "공관과 사무실은 겨우 3분 거리이며 CCTV로 전체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사람이다 보니 기억에 약간의 시간의 갭은 있을 수 있지만 원장 관저에서 청사까지 차로 2~3분밖에 안 걸려 관저 앞에서 제가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인하면 앞뒤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차 메모를 두고 보좌관에게 새 용지에 다시 기록하라고 한 이유에 대해선 “검찰·경찰 조사를 받아본 적 있나. 수사기관에선 특정 사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반복해 써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상황이 모두 끝난 뒤 체포조 명단 가운데 양경수(민주노총위원장), 조해주(전 선관위 상임위원), 권순일(전 대법관) 등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보좌관에게 기억을 거슬러 다시 적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좌관이 정서한 3차 메모 위에 본인이 직접 가필한 건 “‘1‧2차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 감금 조사’ 등 여 사령관에게 들은 내용을 간단히 노트테이킹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첫 메모를 구겨서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그걸 왜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 지금 보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물증이지만, 지난 12월 5‧6일로 돌아가 봐라”며 “제 입장에선 불러준 것을 흘려서 받아 적었다가 일반적인 메모가 아니니 정서를 해서 제대로 다시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내가 원래 왼손잡이인데 어릴 때 어머님이 왼손으로 절대 글을 못 쓰게 해서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다 보니 항상 악필이고 흘려 쓴다”며 “골프도 오른손으로 치지만 밥은 왼손으로 먹고, 축구공도 왼발로 찬다”고 했다.
한편, 인사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박지원 의원은 "제가 당시 정보위에서 홍 전 차장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며 "단 홍 전 차장이 직접 제게 청탁한 것이 아니고 주영국 대사를 역임하신 전 국정원 간부가 6~7차례 청탁해 거절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여권에선 홍 전 차장이 계엄 사태 직후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사실을 야당 의원에게 누설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계엄 직후인 4일 오전 0시2분 야당 정보위 간사인 박선원 의원과 “이게 뭐냐” “저도 TV 보고 알았다”고 문자를 주고받은 바있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문자를 두고 박 의원과 내통한 증거라고 하는데, 비상계엄 상황에 여당 의원들도 전화가 와서 통화했고 심지어 외교부에서도 문의 전화가 왔다. 이런 것까지 다 밝혀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국정원 차장이라면 야당의원들과도 친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날 밤 '홍장원 메모'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은 맞지 않다. 홍 전 차장에게는 그런 메모를 갑자기 창작해야 할 동기나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한 진술은 방첩사 관계자나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서도 나왔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