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통틀어 윤석열의 결정적 失言은 이것

그는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내라고 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실토했다. “제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겁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결정적 失言



지난 한 달 간 이어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진술은 지난 2월4일 피청구인 윤석열이 한 말이었다. 그는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내라고 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실토했다. “제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겁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2023년 10월에 국정원으로부터 한 세 차례에 걸쳐 가지고 중앙 선관위 전산 시스템에 대해서 점검한 거를 보고받았는데 정말 많이 부실하고 엉터리였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에서는 (선관위가) 다 보여준 게 아니라 아주 일부만 보여주었다. 그때 보고 받기로는 ‘한 5% 장비만 보여줬다’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김용현 장관한테” 군대를 투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계엄법에 따라서 국방장관과 그 지휘를 받는 계엄사가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선관위에 들어가서 국정원에서 다 보지 못했던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이것이 가동되고 있는지를 스크린을 하라. 그렇게 해서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했다.

“아까 선관위에 왜 가셨냐고 하는 문제는 제가 계엄법 7조에 따라서 행정 사법 사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의문을 가졌던 것을 점검하도록 시킨 것이고 계엄이 신속하게 해제됐기 때문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음을 실토한 셈이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고 계엄법 제7조 1항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로 되어 있다. 중앙선관위는 정부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니고 국회처럼 독립된 헌법기관이므로 계엄군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다. 건국 이후 열 번이 넘는 계엄령이 선포되었지만 군대가 국회와 선관위를 점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으뜸 헌법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이를 몰랐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은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등으로 분류, 선관위를 행정부에서 분리했다. 4·19 혁명을 부른 3·15 부정선거 같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박정희 정권이 개헌(改憲)으로 선거사무를 정부기능에서 떼어내어 1963년에 출범시킨 것이 선관위이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선관위는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존중받아 지난 62년간 한번도 조직적 부정에 연루된 적이 없어 한국의 민주주의가 국제적으로 그 신인도(信認度)를 높게 인정받는 요인이 되었다.

지난 2월11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는 선관위 보안 점검에 참여했던 백종욱 전 국정원 차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이었다. 국회 쪽 대리인은 “(당시) 선관위는 보안 컨설팅 수행을 위해 서버를 포함해 전산장비 6400여 개 접근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했다”며 “국정원이 6400대 중 310대(약 5%)만 선별해서 점검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백 전 차장은 “점검을 많이 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입장이다. 그런데 점검 기간, 인원 제한 요소가 있어서 많이 할 수는 없었다”고 답했다. 국회 쪽 대리인이 “(선관위가 서버 점검을) 310대만, 5%만 했다는 게 선관위가 나머지는 못하게 해서 그것(310대)만 한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백 전 차장은 “그건 아니다. (국정원이) 열심히 해보니까 전체의 5%만 하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쪽 대리인은 “선관위가 (점검에) 불응하고 일부만 허용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라고 물었고, 백 전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선관위 보안 서버 점검을 5%만 실시한 건, 선관위가 불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정원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군 투입 정당성 주장을 무너뜨린 것이다. 헌법재판관이 탄핵 결정문 쓰기가 쉬워진 것이다.



격분상태에서 쓴 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태 이후 쏟아낸 말과 글에는 감정이 느껴진다. 인간은 높이 오를수록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게 되는데 윤 대통령은 예외이다. 지난 2월11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설전(舌戰)을 벌였다. 대통령은 “야권은 선제 탄핵을 주장하며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에 걸쳐)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이 굉장히 악의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박수 한 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로텐더 홀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장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 위원장도 발언권을 얻어 “탄핵과 예산, 특검은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권한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척결의 대상, 反국가 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했다면 이것이 과연 경고성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정말 경고성이었다면 헌법에서 보장하지 않는 엄연한 헌법 파괴 행위, 국회에 군대를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격분상태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게 지난 1월15일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다.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유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어 있어, 무도한 패악을 계속하기 어렵지만 선거조작으로 언제든 국회의석을 계획한 대로 차지할 수 있다든가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국회를, 지난해 4월의 부정선거로 당선된 의원들이 점거한 불법기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음모론자들의 억지를 수용, 수검표 단계를 하나 더 도입, 완벽하게 치러진 총선이라 기존 음모론자들도 입을 닫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부정의 증거가 “너무나 많다”고 벌컥한 이가 대통령이었고 이 망상에 따라 비상계엄령을 폈다는 이야기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장에 나와선 “증거가 많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의혹이 있어 선관위를 점검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돌변한다. 법률가에게 증거와 의혹 사이는 유죄와 무죄의 차이, 때론 삶과 죽음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너무나 큰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큰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아무런 고민의 흔적이나 양심의 가책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정선거가 맞다면 책임자는 윤석열



권력자가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정책이나 말과 글은 현실과 사실에서 벗어남으로 큰 사고를 치게 된다. 의과대학 증원 2000명 밀어붙이기가 부른 의료대란, 그리고 망상적 비상계엄이 부른 국가위기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국민께 드리는 글’은 계엄 사태 전후 대통령의 정신상태를 잘 보여준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습니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습니다.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屍身)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수사기관에 적극 수사 의뢰하고 모두 협력하여 범인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정상인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공박할 때 하는 비아냥, “그러지 말고 누가 했는지 제발 한 사람이라도 찍어 보라”는 데 대한 변명 같이 들린다. 이코노미스트 등 외국의 조사기관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西유럽 정도의 선진국 수준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러한 금자탑에 윤 대통령은 ‘엉터리 시스템’이라고 침을 뱉었다. 한국은행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국 금융기관이 발표하는 통계는 다 엉터리다”고 선언, 경제위기를 일으키는 식의 자해(自害)였다.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란 괴기한 비유는 아마도 ‘부정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듯하다.

지난 해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야 할 터인데 한 사람도 없다. 부정선거음모론의 가장 큰 논리적 약점은 부정선거 피해자라는 국민의힘 낙선자들 중 민경욱 한 사람만 빼고는 다 조용히 있는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그런 대규모 선거부정이 있었다면 논리적으로 그 1차적 책임은 선거관리를 엉터리로 한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는 모양이다.



김용현 증언, “대통령은 감정 기복이 심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리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증인으로 나와 국회측 대리인의 신문에서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국회측 대리인: 증인의 검찰 진술을 보면 초반에는 증인도 피청구인(윤석열)에게 계엄선포 같은 비상조치는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을 하셨던 것 같아요.

*김용현: 예?

*국회측: 피청구인 대통령이 비상조치 이런 얘기를 하면 초기에는 증인도 그걸 조금 기다리시라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을 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김용현: 예

*국회측: 맞습니까?

*김용현: 그거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소에 대통령께서 하루 24시간을 거의 국가 국민 민생 생각만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상황이 좀 안 좋고 정치상황이 어려우면 약간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고 이러다 보면 그런 말씀이 있을 수도 있는데 또 그 다음 날 되면 전혀 어떤 이상 없이 임무수행을 하시고 전혀 내색 없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시기 때문에 그런 대통령님의 생각을 저희들이 보면 처음 듣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겪으면서 대통령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을 합니다.

*국회측: 그런데 결국 증인도 뭐 말리는 걸 포기하고 피청구인 계엄선포에 동의를 하셨을 거 아니에요. 동의를 하셨으니까 이렇게 됐을 것 아닙니까?

*김용현: 항상 존중해 왔습니다.



윤석열 측 변호인은 헌재 신문에서 김용현 당시 장관이 계엄 투입병력을 최소 2만에서 최다 6만으로 건의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소한으로 하라고 하니 “그렇게 되면 이게 계엄입니까”라고 반발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지난 해 봄 회식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군 동원 의도를 밝혔을 때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절대로 안 됩니다. 역사와 국민과 국군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는 요지로 반대했다고 헌재에서 증언했다. 신 당시 장관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도 대통령을 잘 모시라고 충고했더니 수긍하더라고 했다. 이런 신원식 장관을 안보실장으로 빼고 그 자리에 충직한 김용현을 임명, 계엄령을 준비하면서부터 두 사람의 비극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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