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혹한 속에서 퇴비 수집에 동원된 여성들. '퇴비전투' 기간 중에는 모든 변소에서 인분이 사라진다고 한다. 2015년 1월 중순 북한 중부에서 촬영 김동철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 새해 연례작업인 '퇴비전투'. 매년 인분 모으기에 모든 주민이 동원돼 큰 부담이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노르마(할당량) 달성에 따라 금품을 지급하거나 관광을 보내주는 등 보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인분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 "변소 밑에서 삽 들고 기다리는 사람도"
만성적으로 비료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봄 경작기에 대비해 새해 초부터 인분을 모아 퇴비를 만드는 '퇴비전투'가 벌어진다. 노동자 1명당 1t 등의 과제(노르마)가 부과돼, 소속 기업과 조직, 기관의 관리하에 노동당과 행정간부까지 전국민이 동원된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퇴비전투'의 제1차 총화(총괄)가 2월 15일에 있었다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해 왔다.
"과제 달성에 따라, 노동자에게 돈과 '노동보조 물자'를 준다는 통보가 있어서 난리였다. 공동변소(재래식)에서는 구멍 밑에서 삽 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다. 변소가 보이면 바로 푸러 가니까, 인민반이 자기들 지구의 인분을 못 가져가게 망까지 보고 있다"
※ 노동보조 물자 : 탄광 노동 등 육체적으로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담배나 술, 식용유 등의 물자.
노르마가 많다 보니 매년 인분 쟁탈전이 벌어지지만, 포상 욕심에 경쟁이 더 치열해진 듯하다.
평양의 중앙기관 직원들도 '퇴비전투'에 동원됐다는 기사가 2023년 1월 14일 국영미디어에 일제히 게재됐다.◆ 이중 과제의 해소올해 '퇴비전투'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소속 기업, 조직, 인민반에서 각각 과제가 부과돼 이중 부담에 고통받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남편은 직장에서 1t의 과제가 있는데 아내도 지구 인민반에 동원돼 인분을 500kg을 모아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운용이 체계화돼 이중 과제가 부과되는 것이 해소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기에도 인센티브가 주어진다고 한다. 협력자는 "기업이나 여맹 등 소속된 곳의 과제 달성도에 따라, 견학(관광)과 급양소에 데려가 준다고 한다"고 말한다.※ 여맹 : 정식 명칭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다.
단,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변화가 있었는지는 아시아프레스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 불만 해소 및 통제 강화하려는 의도일까?
'퇴비전투'는, 직장과 학교에 다니면서 1인당 500kg, 1t 등 과제가 부과돼 혹독한 추위에 야외 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었다. 한편 부자들은 퇴비를 돈으로 사서 내거나 뇌물로 동원에서 빠지는 등 불공평한 부분도 컸다. 이번 움직임은 이러한 부담과 불공평을 경감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단지 몰아붙이기만 하는 종래의 방식뿐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면서 성과를 올리려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김정은은 '부정부패와의 싸움'이라며 사회와 노동당 내 규율 유지를 위해 처벌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통제 강화만으로는 성과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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