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응급의료 비상사태를 맞이하자 정부는 의료대란 무마를 위해 중대한 불법적 과오를 또 하나 범했다. 즉 의료대란 무마를 위해 응급의료 비상진료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건강보험재정을 동원해 응급병원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1. 2023년 2월 의대 입학정원 증원 문제로 야기된 의료대란은 작년에 두세 번 해결의 기회가 있었으나 윤석열 정권의 고집과 무능으로 놓쳐버렸다. 보도에 의하면 의사 수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의료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태 해결의 뿌리와 핵심은 밀쳐두고 임시 방편적 대증적 요법이라고 보여 안타깝다.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는 오랜 기간 누적된 의료 적폐가 분출된 사태 발단의 계기였을 뿐이다.  


의료사태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해 명확한 인식 중요하다. 종래의 의료시스템은 병원에서 의사가 주체가 되어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료공급과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의료수요로 작동되는 단선적 구조다. 그런데 1987년 7월부터는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가 되었다. 의사든 환자든 반드시 건강보험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진료하고 진료받고, 병원과 환자 간 진료비용도 건강보험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수불하게 되었다. 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관리 감독을 받게 되었다. 요약하면 우리 의료시스템은 건강보험시스템을 바탕으로 작동되는 혁명적인 복합구조로 바꾸어 졌다. 


2. 2024.2.6. 윤석열 정부는 갑자기 의대 입학정원(종래 3,058명)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증원의 과학적이고 합리적 데이터 제시, 교육여건의 현실적 고려, 의료계와의 협의도 없었다. 그러자 전공의 사직, 의대교수 및 전임의 사직, 병원 잔류 의사의 업무 과부하, 의대생 휴학 등으로 정부가 평지풍파를 일으켜 의료대란을 초래시켰다. 작년 2025학년도 입학정원 확정 이전 두세 번 해결의 기회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다 놓쳤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확정으로 의료공급 현장은 더욱 얽혀 꼬인 실타래처럼 되어버렸다.


3. 응급의료 비상사태를 맞이하자 정부는 의료대란 무마를 위해 중대한 불법적 과오를 또 하나 범했다. 즉 의료대란 무마를 위해 응급의료 비상진료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건강보험재정을 동원해 응급병원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전공의 사직으로 수련병원 등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진료비용을 선(先)지급토록 조치했다. 이와 같은 조치가 향후 건강보험을 위기로 몰아넣어 국민 부담과 생활 안정에 얼마나 심대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올해에도 이와 같은 조치는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건강보험재정(준비금)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가입자의 진료비용 부족 시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게 규정되어 있다. 의료기관의 응급의료에 대한 지원은 건강보험이 아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책임지게 되어 있다.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일이다. 


왜 이렇게 법률에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지 역사를 돌아보면 이해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는 의료비의 방대한 규모와 매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의 특성상 국가재정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기에 재정에서 떼 내어 별도로 국민의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특별히 창안된 제도이다. 건강보험은 가입자와 사용자(정부)가 매월 부담하는 보험료로 조성되는 재원으로 운용된다. 국가의 모든 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조세와 비교해서 건강보험 보험료는 환자의 의료비 보장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험료 부담의 주체도 조세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건강보험(재정)이 흔들리면 국민의 생활 안정이 깨지고 국가 운영 기반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4.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24년 2월부터 12월까지 응급의료체계 유지 지원(진찰료 가산 및 별도 보상 등), 중증 응급입원진료지원(수술 가산 인상 확대, 정책지원금 등), 일반 입원환자 정책지원금 등 10여 종의 비상진료 지원 항목으로 약 1.4조원을 건보재정으로 병원에 투입했다. 또 전공의가 사직한 수련병원 등의 도산을 막기 위해 진료비용을 2024년 5월부터 선(先)지급하고 있는데 2024년 12월 말 약 1.5조원으로, 총 약 2.9조원에 달하는 건보재정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의료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건보재정이 사태 진정용으로 지속 투입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마치 장난하다가 불을 내어 자기 집이 불타서 기둥이 내려앉자 멀쩡한 이웃집 기둥을 빼내어 받치는 형국이다.


또한 정부는 상급병원을 중증 질환 위주로 구조조정 작업도 추진해 막대한 재정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장기 안목에서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해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사태의 상황을 무마 합리화시키려고 임기응변으로 정책을 급조해 내어놓고 있는듯하다. 건강보험 48년 우수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그간 시대 변화를 읽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붕괴를 지나 파국으로 가는 형국이다.

 

5.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가 되어버린 의료사태를 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설치하고자 하는 의료수급추계위원회를 만들면 해법이 나올까? 의대정원 증원으로 초래된 사태의 일시적 무마용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성찰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젊은 의사나 예비 의사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참고로 장기간 의료정책 현장의 경험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선 의료사태의 본질과 해결의 방향을 대강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기술이 필요하나 지면 관계로 뒤로 미루기로 한다. (이론과 실천을 바탕으로 몸으로 체득하지 않고는 인간의 언어체계로 실타래처럼 꼬인 의료사태의 해결방안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기술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첫째, 꼬여버린 실타래는 실마리(실타래의 시작 부분)를 찾아 표식을 해둬야 하듯이 이번 의료사태의 시발점을 밝혀 적당한 표식을 해두는 것이 해법의 시발점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5.2.14 국회에서 의료사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고 하는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태의 긴급성을 감안해 최단시일 내에 감사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중요이유로 제기했던 지방의료 붕괴는 1999년부터 시작되어 점차 심화되어왔다. 그 원인과 과정 등 그 히스토리를 밝혀야 한다. 그리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셋째, 의대정원 증원의 또 하나의 중요이유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사태를 들었다. 필수의료 붕괴의 시작은 2000년부터이며 2016년부터는 완전 법제화 시켰다. 건강보험의 본질이 뿌리채 흔들리게 되었다. 그 원인과 과정의 히스토리 또한 중요하다. 


넷째, 해결방안은 정책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 없기에 정부가 주체가 되어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이비 이론가나 선동가들이 아닌 이론의 바탕을 가진 실천적 정책가에 의해 추진되도록 정치권은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다섯째, 위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정책적 실천가에 의해) 실천적 방안을 수립하고 이 방안을 토대로 국민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면서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과대학생에게 설명해야 한다. 사직 전공의나 의대 휴학생등 젊은 의사들은 정부나 선배들의 진정성을 느낄 때라야 복귀의 마음이 우러날 것이다. 


끝으로 정치권과 정부에서 소위 ‘의료수급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의사 숫자를 도출하는 것으로 의료사태를 무마 해결하려 한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시기가 지나버렸다. 사태는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 상기 모든 조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며 가장 효과적일 수 있으나 사안의 긴박성에 비춰 시일이 걸리는 것이 문제다. 실제 시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나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나 의료사태 유발의 원인 제공자들인 정부 관료들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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