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2월6일 1년을 넘겼다. 1년 전 윤석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의사 수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겠다며 2025년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무려 2천명을 한번에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정원의 65%나 되는 정원을 한번에 늘리는 결정은 세계 의대교육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결정이 제대론 된 협의 없이 단 1회, 1시간 졸속 회의 끝에 속전속결 발표됐다는 것. 2024년 2월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가 처음 나왔고, 1시간 회의 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의대증원을 발표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결정이었다.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은 왜곡된 수가 체계, 사법리스크 등에서 비롯된 것이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맞섰다. 정부가 제시한 ‘의사 수 부족’ 3대 보고서의 추계 연구도 부실하며, 오히려 의사 수 과잉을 예측한 연구도 다수인데 정부는 이를 고의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선지고 수련병원을 떠났다. 주당 88시간에 육박하는 노동강도를 감당하며 의료현장의 밑바닥을 지탱하던 인력이었다. 이들을 사직으로 내몬 것도 정부다. 증원 발표와 동시에 의료계 집단행동을 사전에 차단한다며 업무개시명령·진료유지명령·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온갖 행정처분을 쏟아내며 경찰 인력까지 배치하는 바람에 젊은 의사들의 선택지는 사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연일 면허정지·형사처벌 등의 협박성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들의 반발만 불렀다.
의대생들도 재학생 대부분이 휴학하는 것으로 저항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으로 규정하고 1학기에 이어 2학기의 반이 지나가도록 휴학을 불허했지만, 결국 10월 백기를 들었다. 2025년 2월6일 기준 전체 의대생의 95%(1만8343명)가 휴학 중이고, 24학번과 25학번을 합쳐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재앙이 현실이 됐다.
전공의 사직은 심각한 의료 공백을 초래했다. 빅5 병원만 보더라도 전공의 비율이 약 40%에 이르며, 환자 처치, 입원 및 수술 환자 관리, 수술 보조, 임상연구 등 의료현장에서 이들이 투입되는 분야는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의 모든 분야가 쪼그라들었고 이는 수천억원의 적자로 이어졌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턴-레지던트-전문의-전임의로 이어지는 의사 수련 체계는 망가졌다. 의대생 휴학으로 의사 배출도 10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전문의 배출도 5분의 1수준에 그쳤다. 의사 수 늘리겠다며 시작한 정책이 반대로 현장에서 의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병원의 의학 연구 기능도 올스탑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후유증에 혈세 3조 이상이 낭비됐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는 환자가 6개월간 3천명을 초과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1년 의료대란의 피해는 의료인, 환자 뿐 아니라 결국 온 국민이다. 문제는 망가진 의료 체계가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것. 세계가 부러워하던 K의료가 지난 1년간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아래 나열하는 팩트만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1) 전공의 떠난 의료 현장.. 수련체계 박살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사라졌다. 13,531명의 전공의 중 91.3%(12,357명)가 수련병원을 떠났다. 2025년 2월14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7%로 1천174명만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 인턴 : 3,068명 중 99명(3.2%) / 레지던트 : 10,463명 중 1075명(10.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4%에 그친다. 2023년 말 38.5%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인턴부터 레지던트 4년차, 펠로우까지 연차별 각자의 역할을 최대의 역량으로 수행함으로써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던 도제식 수련체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이 났다. 자신을 가르쳐 줄 선배들이 사라진 마당에 향후 인턴 모집에 얼마나 지원자가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인기 과를 제외하면 연쇄적인 의료공백이 얼마나 장기화 될지 모를 정도로 수련체계는 망가졌다.
대(代)가 끊기는 과도 나올 것이다. 2024년 초 107명이었던 흉부외과 수련 전공의는 의대증원 사태로 대거 사직하면서 전국에 단 12명만 남았고, 이 중 6명은 전공의 말년차로 올해엔 전국에 6명의 전공의만 남게 됐다.
2) 전공의 사직으로 전문의 배출 급감... 바이탈과 직격탄
2025년 전문의 배출은 509명에 그쳤다. 전년도 합격자 수(2,727명)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대한의학회는 2월 제68차 전문의 자격 시험 2차 시험에 응시한 522명 중 결시자 2명과 불합격자 11명을 제외한 509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합격률은 97.5%다.
전문의 1차 시험에서는 응시자 534명 중 500명이 합격했다. 여기에 지난해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최종 탈락한 22명이 올해 2차 시험에 재응시한 것이다.
2025년 전문의 자격 시험의 최종 합격자는 전년도(2727명)의 18.7%다. 2024년 2차 시험 합격률은 99.1%였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해 응시자가 줄어든 것이다.
전문과목별로는 심장혈관흉부외과 합격자가 전년도 30명에서 6명, 산부인과는 112명에서 2025년 13명으로 줄었다. 신경외과는 93명에서 14명, 외과는 149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는 131명에서 24명, 응급의학과도 166명에서 28명이 합격해 큰 폭으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합격자 수가 많은 가정의학과(158명→80명)와 정형외과(216명→50명)도 2024년보다 신규 전문의가 줄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을 목표로 공부, 수련 과정을 밟는 의사다.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딴다. 즉,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전문의 배출도 없다.
당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4년차 레지던트는 총 2910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사직, 수련을 포기했다.
3) 신규 의사 배출 급감! 전공의·전문의·군의관·공보의 공급 연쇄적 타격
의사 배출도 급감했다. 2025년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269명이 합격했는데 전년도 합격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인원이다.
1월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국시원)은 2025년도 제89회 의사 국가시험에서 382명이 응시해 269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의사 면허는 국내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 국시의 필기·실기 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다. 이번 국시에는 382명이 응시했으나, 접수 취소자와 미응시자가 나오면서 최종 합격률이 예년에 비해 낮은 70.41%를 기록했다.
합격자 수는 2024년(3045명)의 8.8%에 그쳤다. 매년 3000여명 정도도 배출되던 의사 공급이 끊긴 것이다.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하면서 국시에 응시할 수 있는 본과 4학년 재학생이 사라져버린 탓이다.
이 부작용은 향후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사 시험 합격 후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수급이 모두 타격을 받는다. 아울러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각각 국가 안보, 지방의료를 지탱하는 인력들인데 구멍이 생긴 것이다.
* 의사 국가시험은 임상실습 기간(2년간 총 52주, 주당 36시간)을 채운 의대 졸업자나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가 합격했을 때 면허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통상 9∼10월 실기, 이듬해 1월 필기 순서로 치러진다.
4) 버티던 전문의들도 줄사직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 공백을 메꾸던 전문의들의 사직도 늘었다. 지난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데 더해, 사직한 전문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중심으로 사직이 늘어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10월 전국 88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의대 교수를 포함한 전문의는 1729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 사직한 전문의 수(865명)보다 2배 많은 수준이다.
특히 필수의료과 중심으로 사직이 증가했다. 지난해 신경과 전문의는 전년(15명)보다 4배 많은 60명이 사직했다. 신경외과 사직 규모 역시 81명으로 전년(20명)보다 4배 많았다. 같은 기간 산부인과는 57명, 소아청소년과는 106명의 전문의가 그만뒀다. 각각 전년보다 2.4배, 1.1배 증가한 규모다. 응급의학과 사직 전문의도 전년보다 3.6배 늘어 137명이 사직했다.
5) 난장판 된 의대교육, 7500명 동시 수업이 현실로
2024년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휴학한 의대 재학생 대부분이 2025년 3월에도 복학하지 않고 있다. 기존 정원 3058명에 1509명을 증원해 입학한 신입생 4567명도 휴학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뒤늦게 허용된 휴학에 따라 의대생 1만8200여 명 대부분이 진급하지 못했다. 의대생 전원이 복귀한다면 3058명인 2024학번과 4567명 등 두 학번 7625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 상황이 예상됐다. 그런데 2025년에도 휴학 사태가 반복되면 1만명이 넘는 2024~2026학년 3개 학번이 한 번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의학계는 이미 ‘더블링’ 상황으로도 정상적인 의대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2025년 2월 한 달 동안 전국 40개 의대 24학번 이상 재학생 1만8326명을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56%)이 휴학했다.
* 2024년 휴학 규모 : 7월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가운데 출석하고 있는 학생은 495명, 출석률은 2.7%에 불과(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
6) 전국 국립대병원 수천억 대 적자
전국 국립대 병원 11곳이 지난해 5662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넘겼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11개 국립대 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병원의 지난해 전체 손실액은 566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손실액(2847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국립대 병원은 서울대병원으로 110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에는 4억원대 적자에 그쳤으나, 1년 사이 11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경북대병원도 10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408억원)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른 국립대 병원들도 수백억 원대 적자를 냈다. 전남대병원(677억원), 부산대병원(656억원), 전북대병원(491억원), 충북대병원(419억원)이 400억원 넘는 적자를 냈고, 충남대병원(335억원), 제주대병원(335억원), 강원대병원(315억원), 경상국립대병원(306억원)은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전남대병원은 적자 규모가 전년의 2.9배로, 충북대병원은 9배로 늘었다. 흑자를 기록한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해 17억원의 흑자였으나 2023년(26억원)에 비하면 소폭 감소한 것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수술과 입원 건수가 줄어들면서 국립대 병원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외래·입원 등 의료 수입은 줄었지만,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 등 고정 비용은 계속 나갔기 때문.
여기에는 장례식장·주차장·구내식당 등 부대시설을 통해 올리는 수익도 포함돼 있어, 순수 의료 부문만 따져보면 적자 규모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 병원 11곳의 의료 부문 손익은 2023년 4559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9218억원 순손실로, 적자 규모가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료 부문 순손실 규모가 2023년 916억원에서 지난해 2178억원으로 2.4배로 늘었다.
7) 의료 대란에 들어간 혈세낭비 3.3조
의료대란을 무마하기 위해 2024년 한해 윤석열 정부가 쏟아부은 혈세가 3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유지, 응급의료 지원 등의 명목이며 1) 정부 예비비 2040억원, 2)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 2196억원, 3) 국민건강보험재정 1조3490억원, 4) 국민건강보험재정 선지급 1조4844억원 등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먼저 정부는 의료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총 2040억원(3월 1285억원, 5월 755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했다. 이 예산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당직 수당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의료인력 채용 인건비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파견 수당 등으로 사용됐다.
정부는 의료공백 수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도 활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보건의료 분야 국가 핵심기반의 마비’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각 지자체에 484억원의 재난기금을 집행하도록 했다. 이후 의료공백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9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기금을 ▷응급실 비상 인력 채용 ▷의료진 야간휴일수당 지원 ▷비상진료 의료기관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추가로 1712억원을 투입하게 됐다.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가 재난의 예방 및 복구 비용을 위해 의무적으로 적립한 기금이다.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도 무려 1조4054억원이 사용됐다. 건강보험 재정은 ▷응급환자 신속 전원 ▷중증환자 신속 배정 ▷응급실 진찰료 지원 ▷추석 연휴 비상진료 지원 등으로 쓰였다. 지난해 5월부터 매달 평균 176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수입이 급감한 수련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1조4844억원을 선지급했다. 기존에 건강보험 선지급은 메르스, 코로나 등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만 이루어졌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의료기관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건강보험을 선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선지급된 금액이 기한 내 상환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료 수지(보험료수입-보험급여비)는 11조30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의료공백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은 전체 건강보험료 적자의 25.6%를 차지한다. 따라서 의료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 2월4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