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농장의 경영권…“이제 농장이 地主 역할 한다”

김정은이 시도하는 農政 개편의 실체(3)"추가 생산물은 분조(分組)가 나눠가져"
고구마 추수가 끝난 밭 가운데서 생각에 잠긴 채 중국 쪽을 바라보는 농민. 2024년 10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2021년 개정된 북한 농장법에서는 농장의 경영권이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프레스의 농장 현지조사에서도 생산의 국가계획 수립 과정에 농장이 직접 관여하고, 농장의 자율적 재량권이 커지는 등의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농장은 이제 지주 같은 역할을 한다"는 현지 농민의 증언은 김정은 시대 농정 개편의 본질을 드러낸 듯하다. 

◆농장 경영권의 확장

최근 변화의 핵심은 농장의 경영권 범위가 확장되고 그것이 법적으로 명문화된 것이다. 2021년 개정된 농장법에는 2015년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장의 경영권에 관한 항목이 추가되었다. 농장법 제22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농장은 경영활동에서 계획권과 생산조직권, 관리기구 및 로력조절권, 생산물처리권, 자금리용권 같은 경영권을 가진다. 농장은 국가가 부여한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함경북도의 두 농장 현지조사에서도 농장의 경영권이 실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계획 작성에 농장 직접 관여

지난 3월 말, 함경북도의 농장원인 취재협력자 A 씨는 생산의 국가계획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오던 과거와 달리 농장의 구체적 실정에 의거해서 당국과의 협상 하에 정해진다고 전했다.

“국가계획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고 농장이 운영비, 영농자재비, 분배 등을 모두 고려해서 생산량을 (정부기관에)제출하면 거기서 조정하는 식으로 정해요.”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A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계획 수행은 쉽지 않다면서 “작년에는 계획량이 알곡으로 약 400톤이었는데, 실제로는 10% 정도 미달되었다”고 말했다.

A 씨의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농업 관련 법률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2023년에 개정된 농장법(현재까지 미공개)에 계획 산정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변화가 확실하다면, 과거 국가계획의 피동적 수행자에서 주도적으로 계획작성에 관여하고 협상하는 방향으로 농장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농장원들이 농장 옥수수 저장고를 짓고 있다. 그 뒤의 이미 만들어진 저장고 사이로 옥수수가 가득 찬 저장고가 보인다. 2024년 10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분조의 위상과 역할 강화

협력자들은 농사의 직접 생산 단위로서 분조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진 사실에 대해서도 전해왔다. A 씨는 3월 초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분조별로 나눠준 땅은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운영돼요. 올해는 분조 차원에서 1/3 정도 땅에 심을 종자를 자체로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밭고랑에 콩 같은 거 심어서 추가 생산되는 건 분조가 가져요.”

※ 분조 : 북한 농장에서 생산의 말단 단위. 통상 10명 내외의 농장원이 분조를 이루고 분조들이 모여 작업반을 구성하며, 농장은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작업반으로 이루어졌다.

3월 중순, 도시주민으로 인근 농촌을 조사한 B 씨의 보고에서는 분조의 책임자인 분조장을 선출하는 절차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분조장의 역할이 높아지면서 분조 내에서 자체로 분조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싸움이나 불만이 생기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분조에서 추천한 분조장에 대해서 최종결정은 농장 관리위원회가 한다고 해요.”

과거에는 농장의 초급간부들은 위에서 임명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농장원들이 분조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 농정개편의 대상에 농장의 관리기구뿐 아니라 관리 인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이제 농장이 지주 역할”

“농장은 이제 지주 같은 역할을 한다. 농장이 자체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게 새땅찾기 하고, 분조별로 생산물 관리를 이악하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계획만 수행한다면 농장이 생산물을 가지고 기계를 사든, 비닐박막을 사든 국가에서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라는 거예요”

※ 새땅찾기: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땅을 개간하는 것으로, 농경지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농업정책의 하나로 간주해왔다.

A 씨가 2월 중순에 보내온 내용이다. 지주는 과거 땅을 독점하고 소작농들에게 경작권을 주는 대가로 소작료를 받아 부를 챙기던 농촌의 지배층을 이르는 말로, 보통 북한 주민들은 지주에 대해 부유하지만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A 씨가 농장을 지주에 비유한 것은 국가계획 수행에만 급급하던 과거와 달리 확장된 경영자율권을 활용해 자체의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 현재 농장의 새로운 위상에 대한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농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왜 과거와는 달리 법률 개정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 이어서 살펴본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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