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윤석열 계엄의 진짜 이유를 찾을 때!

계엄 이후 나는 윤석열 씨와 친했던 사람들 수십 명을 만나 “계엄선포의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밝힌 공식 이유인 “反국가세력과 선관위 척결”이 진짜 이유라고 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보수는 문명건설의 챔피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섯 달에 걸쳐 나는 60회가 넘는 방송 출연을 기록했다. 하루에 네 번 출연하거나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작년 12월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회사에 출근하여 직원들에게 “앞으로 찾는 곳이 많아질 것이니 준비하자”고 했다. 윤석열의 계엄선포는 2022년 3월 청와대 대통령실 졸속 이전 결정 이후 유지했던 나의 판단이 적중한 경우로서 자연히 나의 생각을 묻는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용산 국방부를 향하여 “두 달 안으로 방 빼” 식으로 무도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본 나는 언젠가는 그가 큰 사고를 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해왔다.

보수는 아래 위를 아는 사람들이다. 죽은 사람과 살고 있는 사람과 태어날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지킬 것은 보수(保守)하고 고칠 것은 보수(補修)하면서 조금씩 개선(개혁이 아니다)해가는 전통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보수는 동양에선 현실과 사실에 기초하여 옳은 방향을 찾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경세가(經世家) 그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중(管仲)에서 박정희(朴正熙)로 이어지는 동양적 실용정치나 태도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자연히 법치, 사실, 자유(자율)를 3대 가치로 하니 동서양에 걸친 보편성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보수세력은 반공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만들고 문명건설 세력으로서 역사발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명(文明)은 좋은 제도의 종합이고 대부분의 제도는 보수로 분류되는 세력이 만들었다(의료보험·原電·고속도로·중화학공업·복지제도·한미동맹·댐·IT산업 등). 12·3 계엄 전후 윤석열 세력이 공격한 헌법, 국군, 의료보험, 국회, 선거관리, 헌법재판소 등은 보수가 만들어 발전시킨 문명적 제도이다. 위대한 문명건설의 챔피언이어야 할 대통령이 문명 파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보 誤判이 만악의 근원

그럼에도 이재명만 욕하면 보수의 자격증을 얻는 것이고 이재명의 집권을 막기 위해선 무슨 짓을 해도 양해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보수적 지식인(언론 포함) 그룹은 윤석열 집권 이후 팬클럽과 박수부대로 전락했다. 이들이 보수적 신념으로 앞장 서서 반대해야 할 것들이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대표 몰아내기, 의료대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었다. 윤석열이 청와대를 떠나는 이유가, 아시아에서 공산당과 싸우면서 자유를 지켜낸 유일한 나라의 역대 지도자들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욕하는 안하무인적 역사관이었는데도 1000명이 넘는 예비역 장성들이 박수를 쳤다.

보수진영에 굴러들어온 복덩어리인 이준석을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몰아낼 때도 “싸가지 없는 젊은이 처리” 정도로 생각했다. 윤석열의 2022년 여름 이준석 축출 공작은 24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그를 당선시킨 세대포위론 연합구조의 와해를 뜻하는 게 뻔했지만 이병태 KAIST 교수,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그리고 나 이외엔 거의가 환호 일변도였다.

작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보수의 핵심세력인 의료인들의 집단반발로 국힘당의 총선참패를 불렀다. 윤석열식 정치는 보수 세력을 골라서 저격한 내부총질이었고, 12·3 계엄선포는 국군 지휘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작년 12월4일 아침에 많은 국민들은 “아, 이렇게 해서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구나”라는 직감(直感)을 가졌을 것이다. 나의 보다 직설적 소감은 “윤석열이 내부총질을 하더니 결국 이재명의 프락치 역할을 하는구나”였다. 권력자가 전쟁이나 정치에서 정확한 정보를 멀리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칼을 휘두르면 자해(自害)로 귀결된다는 것은 하나의 법칙이다.

윤석열이 저지른 굵직한 실정(失政)의 공통분모는 정보 오판이다. 권력자가 눈이 먼 상태에서 하는 칼질처럼 위험한 것이 없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찌른다. 청와대 졸속 이전, 이준석 몰아내기, 의료대란, 그리고 계엄령 선포를 결정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수하(手下)에 두고도 오산(誤算)과 망상(妄想)의 늪에 빠져 일을 저질렀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 드리워진 주술과 음모론의 그림자는 이성적·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권력과 주술의 결합 이야기는 국가정책과 국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언론이 제대로 취재하여 그 진상을 국민들에게 보고하여야 할 의무사항이다(부정선거 음모론이 수많은 한국인의 삶을 불편·불화·분열시키고 있다).

양상훈 주필의 추리

계엄 이후 나는 윤석열 씨와 친했던 사람들 수십 명을 만나 “계엄선포의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밝힌 공식 이유인 “反국가세력과 선관위 척결”이 진짜 이유라고 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의 전부가 “김건희 보호”와 “무속의 영향”을 꼽았다. 작년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문제의 근원 ‘김건희 특검’ 피할 수 있겠나>라는 칼럼에서 비상계엄령 선포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김건희 여사 보호였을 것이란 추정을 내어 놓았다. 그는 <무엇이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해 이런 일까지 벌이게 만들었느냐는 의문이 계속 맴돈다>고 화두(話頭)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정부 각료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고 민주당 단독 예산을 통과시키려 한 것을 계엄 선포의 주 이유로 들었>고 <부정선거 의혹에도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윤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 선포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모험하려 하면 주변 사람들도 ‘이 문제 때문에 무언가 터지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안 처리 때문에 윤 대통령이 엄청난 일을 벌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료 탄핵과 예산 문제 외에 윤 대통령을 심각하게 압박한 것은 무엇이었느냐고 묻게 되는데 역시 김건희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었다.

이 의문을 푸는 열쇠는 계엄군의 체포자 명단에 여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가 올라 있었다는 점이다. 한동훈은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지만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독주에 대해선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 왔다. 윤 대통령이 순전히 민주당의 각료 탄핵과 예산 때문에 계엄을 편 것이라면 한 전 대표를 체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여당 대표 체포는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인데 한동훈은 이재명 사람이 아닌데 왜 체포를 할까, 역시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최우선 임무는 김건희 보호?

시중에서는 계엄 다음 날부터 윤 대통령의 ‘김건희 수호 계엄’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과정 전체를 보면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양상훈 주필의 촉이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수류탄 정도를 던졌는데 윤 대통령은 원자폭탄으로 대응했다. 총선 직전이어서 윤 대통령의 원폭은 국민의힘 선거를 망칠 수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여사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양상훈 주필은 말한다.

나는 작년 초 이른바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김경률 비대위원) 직후 윤 대통령과 접촉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냥 선거용이라고 넘어갈 정도의 언급이었는데도 대통령이 흥분상태에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대한 원색적 욕설을 퍼붓는 데 놀랐다고 한다. 그 순간 김건희 씨가 윤석열에게는 건드리면 안 되는 존엄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린 사건은 지난해 10월 4일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의결이었다고 보았다. 이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4표 나왔다. 그토록 표 단속을 했지만 ‘철통 단결’은 허상임이 드러났다. 다음 표결에서 4표만 더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의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 즈음부터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이탈표 추가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위기를 느낀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여의도로 보내 국민의힘 의원들과 단합 오찬까지 하게 했는데 양상훈 주필은 이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표 단속이었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3차 재의결 날짜가 작년 12월 10일로 잡혔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는 윤 대통령 부부를 모르는 ‘순진한’ 충언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격화됐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친윤(親尹) 측 공격이었다. 그러자 친한계(親韓系)가 국회의 12월 10일 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11월 하순부터 여권에서 돌기 시작했다.

11월 27일 친한계 의원이 라디오에서 특검 찬성 가능성을 언급했고, 11월 28일엔 한 신문이 ‘한 대표, 김건희 특검 고려’라고 보도했다.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이 군경 핵심들을 불러 모아 계엄을 본격 논의한 것은 이 보도 3일 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틀 뒤 계엄이라는 수소폭탄을 던졌다. 체포 명단에 ‘한동훈’은 빠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안 통과를 막기 위한 예방적 공격이었다는 해석이었다. 양상훈 주필은 칼럼을 이렇게 맺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계엄처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고 막으려 한 것은 김 여사 문제뿐이었다. 김 여사 문제의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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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5-04-23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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