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가자지구 실제 사망자 10만 명 넘을 수도”…이코노미스트誌 “전쟁 끝내 더 큰 비극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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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가자지구 어린이들 [출처: 유엔개발기구]

 

대선(大選)이 다가오는 한국의 언론으로부터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현재 국제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가자지구 전쟁이다. 언론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논조는 미묘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피해와 처참한 상황을 강조하며 휴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10월 남부 이스라엘 지역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은 지난 3월 국제사회의 원조 등을 막는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까지 이어지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가자지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사들을 실었다. 이 매체는 우선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자지구 내 사망자의 수가 실제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5월 5일 기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5만2615명이라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병원의 기록과 온라인 등으로 접수된 신고 내용 등 두 개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망자 수를 집계했다. 보건부의 사망자 통계는 민간인과 전투 대원들을 따로 분류하지 않아 정확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불확실하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은 지난 1월 약 2만 명의 사망자는 무장 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의학저널 ‘란셋’의 연구진은 최근 가자지구 보건부의 자료에 추가로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라온 사망자 소식을 바탕으로 한 사망자 명단을 분석했다. 전쟁 발발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발생한 외상 환자 중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보건부 측이 근거로 든 두 개의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망자와 SNS에 올라온 사망자 정보 사이 중복되는 사망자가 매우 적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가자지구 보건부의 공식 수치보다 실제 사망자의 수가 46%에서 107%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실제 수치에 적용하면 사망자 수는 7만7000명에서 10만9000명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전쟁 직전 집계된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4%에서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물론 이 추산치는 2024년 6월 30일 이후 사망자 현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집계된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는 “(사망자 통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일부 목록에서는 중복된 사망자 신원이나 오류가 발견됐고 하마스 측이 전투원 사망자를 의도적으로 누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수천 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전쟁의 최종 사망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자지구의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는 제목의 다른 논평 기사도 실었다. 부제(副題)는 ‘미국은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무장 해제에 나서도록 하마스를 압박해야 한다’였다. 


이 기사는 5일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에 대한 새로운 군사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는 최신 소식으로 시작한다. 수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해 가자지구의 일부 지역을 재점령하고 건물들을 철거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남부 가자의 좁은 구역으로 강제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찬성하는 측은 하마스가 재건에 나설 가능성을 없애고 전투원들에 대한 식량 배급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약 18개월간 외쳐왔던 ‘완전한 승리’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주장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를 통해 가자지구에 수감된 이스라엘 인질들을 구출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의 사기 저하라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동원 대상인 예비군 중 50%만이 동원에 응하는 부대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0%의 이스라엘 국민은 가자지구 재점령을 위한 공세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의 지휘부와 로켓 등 핵심 무기 체계를 모두 무력화시켰고 지금의 전투는 사실상 게릴라전 수준에 다다랐다고 했다. 즉, 완전한 소탕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한 공격에 나서기에는 소요되는 자원 대비 얻는 것이 적은 상황이다. 


최근 시행된 봉쇄령에 따라 ‘인종 청소’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인도적 지원이 하마스에 대한 압박용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트럼프가 중동을 방문해 네타냐후에게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하마스에 대한 재건 지원 자금(유엔 추산 향후 10년 간 530억 달러 규모)을 협상 카드로 사용해 무장 해제와 권력 이양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하마스가 지휘부의 권력 유지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 축출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고 규모는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가 다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이스라엘은 또 다시 대규모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위와 같은 결말도 암울하지만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 따른 결말은 더욱 비극적일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포격과 굶주림으로 더 많이 숨질 것이고 인질들은 감금 상태에서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내부의 분열이 심화되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은 그간 적들에 대한 일련의 군사적 승리를 거뒀지만 결국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고 주민들을 쫓아내는 길을 선택한다면 이는 전략적 실패이자 도덕적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9일 ‘이스라엘의 봉쇄에 따라 가자지구를 덮친 굶주림, 질병, 범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세히 소개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무법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물 부족 등으로 그나마 반입된 식재료의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내용이다. 

 

청년 남성들을 중심으로 약탈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밀가루 등의 식료품마저 빼앗길까 주민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매체는 '고기는 바라지도 않으니 밀가루라도 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화장실도 구경하기 힘들다' 등의 현지인 반응, 구호 활동을 벌이는 단체들의 물자 조달 어려움 등을 소개하며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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