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성폭력 의혹…네타냐후 체포영장에 정치 셈법 있었나

무슬림 피해자 “수차례 당해…팔레스타인 들먹이며 회유 시도” WSJ “의혹 제기 공개 20여 일 만에 영장 신청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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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칸 ICC 검사장 (출처: ICC)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군사 대응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2024년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이어졌다. 전쟁범죄와 반(反)인도주의범죄 등의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는 ICC 역사상 가장 파장이 큰 영장 발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ICC의 자체 영장 발부 및 기소는 대부분 후진국, 혹은 권력을 빼앗긴 독재자들을 대상으로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우방국 지도자, 나아가 미국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지도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이때까지 전무(全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를 이끌어낸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자신의 성폭력 비위를 무마하기 위해 영장 발부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영장 발부 시점과 성폭력 혐의가 공론화 된 시점이 공교롭게 맞물렸다는 것이 피해자의 증언, ICC 및 UN의 내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ICC에 대한 무용론(無用論), 나아가 ‘승자의 시각에서 쓰인 판결’이라는 비판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에 더해 ICC의 검찰 수장이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도덕적 문제 제기, 이런 상황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네타냐후 체포 영장 발부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 사실이라면 ICC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고조되던 2023년 12월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영국인 변호사 칸 검사장(무슬림)은 UN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당시 회의에는 말레이시아 변호사 출신의 30대 여성이 칸 검사장을 보좌하기 위해 동행했다. 피해자의 증언 및 조사 기록 등을 확인한 WSJ은 칸 검사장이 이 여성을 그가 머물던 UN 인근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로 불러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UN 당국자들에게 칸이 성적 접촉을 했으며 이런 행위는 수개월간 이어져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여성은 호텔방에서 도망치려 했으나 칸 검사장이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로 강압적으로 끌고 왔다고 한다. 이후 하의를 벗긴 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증언과 관련 의혹을 접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의 강제 성관계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기혼 여성으로 아이 한 명을 기르고 있는 피해 여성은 칸 검사장의 일정을 동행한 뉴욕, 콜롬비아, 콩고, 프랑스, 그리고 ICC 본부가 있는 헤이그에 위치한 칸 부인 명의의 저택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칸은 해외 출장 중 늦은 밤 피해 여성이 머무는 호텔방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그의 방으로 부르기도 했다. 


WSJ은 관련 의혹과 관련해 칸 측의 변호인단은 “어떠한 불법 성행위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증언 과정에서 인권법을 전공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직장을 떠나기 싫었고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의료비를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칸 검사장으로부터 일종의 보복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도 했다. 


WSJ은 칸 검사장이 내부적으로 성폭행 의혹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약 20일 뒤인 2024년 5월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체포 영장은 그해 11월에 발부됐다. 


칸 검사장의 영장 발부 계획에 따라 12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ICC 회원국 중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국가들은 찬사를 보냈다. ICC 내부 조사 기록 등에 따르면 피해 여성 역시 영장 발부 계획 발표 후 자신이 당한 피해를 폭로하는 것을 주저하게 됐다. 무슬림인 그녀 역시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전쟁범죄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칸 검사장이 이를 악용해 피해 여성을 회유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정의 구현이 이제 이뤄지려 한다”며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체포 영장을 고려해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말을 이 여성에게 했다. 칸은 여러 차례 피해 여성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내가 진짜 사퇴를 해야 할까,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영장이 중요한데…”라는 말도 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피해자가 셋 발생할 것”이라며 “당신과 당신의 가족,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의 정의 구현…”이라고도 했다. 


칸 검사장에 대한 UN 내부 수사 보고서는 수개월 이내에 공개될 전망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칸 검사장 해임을 표결에 부치게 되는데 125개 회원국 중 과반수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WSJ은 ICC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ICC라는 기관이 갖고 있는 권한이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세계 강대국이자 인구가 많은 미국과 인도, 러시아와 중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며 때때로 해당 재판부와 충돌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스라엘 역시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관할권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인 올해 2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의 문제점을 들며 칸 검사장과 ICC 수뇌부 일부에 대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칸 검사장은 성범죄 의혹은 ICC를 깎아내리기 위한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ICC 측은 팔레스타인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헤이그에서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또한 러시아 정보당국 역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함에 따라 이에 따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재판소 내부의 우려도 나왔다. 


칸 검사장은 5월 8일부터 9일까지 유엔 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칸 측은 WSJ에 “이스라엘 관련 체포 영장 발부에 법적 요건이 충족된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이를 발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한 성범죄 의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영장 발부를 이끌었다는 것에 따라 언론을 통해 칸의 신뢰성과 그간 쌓아온 명성을 짓밟으려는 시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칸은 이스라엘의 범죄 혐의 관련 조사에 나서며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앤서니 블링컨 및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과도 소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링컨 장관은 관할권 문제 등을 언급하며 ICC 개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었다고 한다. 각 국가는 전쟁 기간 중 발생한 국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ICC의 개입 없이 우선 자체 조사를 진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ICC의 규정은, ICC는 특정 국가가 자체적으로 범법 행위를 처벌하지 않거나 못할 경우에만 해당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ICC는 설립될 때부터 과도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만들어진 조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나아가 ‘도쿄 전범재판’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범죄 행위 등을 심판한 재판부가 ICC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쟁에서 승리한 측의 잣대로만 모든 유무죄 판단을 내리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따라 ICC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으로 주어졌다. 


실제 ICC는 수사, 체포 등을 진행할 자체 기구를 갖고 있지 않다. 회원국으로부터 인계된 범죄 혐의자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수준의 권한만이 주어졌다. 오랫동안 ICC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해온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국가 역시 ICC의 네타냐후 총리 체포 요청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ICC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일례로 네타냐후는 지난 4월 헝가리를 방문했었다. 유럽연합(EU)은 네타냐후 총리 체포에 응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헝가리는 자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영장 발부에 반발해 ICC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ICC의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의 과거 2014년 기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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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起訴(기소)할 수 있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조사를 통해 본 ICC의 역할과 한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와 미국 국무부는 年初(연초) 방대한 양의 북한 인권보고서를 각각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회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보고서를 인용한 여러 언론보도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에 아주 긍정적인 변화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언론보도 등에만 의존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올해 6월23일 국제형사재판소 검찰부는 천안함 爆沈(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지난 3년6개월간 조사했지만 전쟁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ICC의 기능과 문제점,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ICC 검찰부 북한 조사 보고서 全文을 번역해 소개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두 기관 모두 국가 차원의 범죄와 분쟁을 해결한다는 것은 같지만 다루는 사건에는 차이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경우는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독도의 영유권 문제 등이 국제사법재판소가 다룰 수 있는 사안이다. 쉽게 설명하면 두 나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개인의 죄를 다루는 기관이다. 개인의 죄라는 게 自國(자국)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사사건건 다룬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사건들을 말한다. 反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전쟁 범죄 등이 현재 ICC가 다룰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02년에 설립돼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起訴(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국가의 數(수)도 8곳뿐이다(우간다, 콩고,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리비아, 코트디부아르, 말리). 數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게 국제형사재판소에 提訴(제소)하는 방법과 관할권 등이 매우 복잡하고 제한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사건을 제소하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첫 번째 방법은 ‘자체적 위탁(Self-Referral)’ 이다. 국제형사재판소 가입국(현재까지 122개국, 북한은 가입하지 않음)이 자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식이다. 콩고,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가 이런 경우이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과거 정권의 지도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CC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다룬 사건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이뤄진 콩고 內戰(내전) 당시 소년병(만 15세 미만의 병사)을 전투에 투입한 콩고 叛軍(반군)무장세력 지도자 토마스 루방가 사건이었다. 콩고 정부가 내전이 잠잠해지고 난 후 반군 지도자를 ICC에 제소했다. 루방가는 2006년 3월 체포돼 2012년 14년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기간 동안 수감된 6년을 제하고 8년의 형기가 남아있지만, 현재 루방가는 항소심을 신청한 상태다.

 

판결문 대부분은 소년병들이 자의적으로 입대했는지 아니면 강제로 징집됐는지를 가리는 데 할애됐다. 많은 소년병이 강제로 징집됐다는 사실이 현지에 파견됐던 서방 특파원들과 인권단체들을 통해 확인됐다. 그중에는 부모들이 세금 납부 대신에 소년들을 반군에 넘겨주는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져 조사기간이 길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보상을 위해 강제징집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의 신분을 얻기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해 판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재판소는 ‘미성년자는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사고 능력이 떨어지므로 자의적 지원은 강제징집에 다름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고, 이 소년병들을 실전에 투입했다는 죄목으로 루방가에게 14년 형을 선고했다. 루방가는 2006년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이송돼 ICC 구류소에 구금돼 있다. 헤이그 구류소의 상황은 콩고 평민들이 생활하는 수준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며 항소심을 신청한 루방가는 또 몇 년간을 구류소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후 가령 김정은이 ICC에 기소된다 하여도 김정은이 자국민을 억류한 정치범수용소와는 차원이 다른 헤이그 구류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유엔 안보리에서 직접 ICC에 제소하는 방식이다. 수단과 리비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제소한 두 나라다. 유엔 안보리의 특성상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중 한 곳이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2000년대에 일어난 수단사태가 이 방식으로 ICC에 제소된 경우다. 수단 정부(이슬람 정권)는 다르푸르(Darfur) 지역에서 흑인들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진압 기간 중 7만 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미국이 주도해 수단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2010년 ICC가 수단의 당시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에게 전쟁범죄 및 대량학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아직까지도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親 알-바시르계 민병대 및 시위대가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수단 정부를 자극하고 체포를 강행할時 다른 형태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섣불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ICC 검찰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직권 조사(Proprio Motu)’ 방식이다. 최근 ICC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전쟁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발표를 했는데 이 경우가 ‘직권 조사’에 해당한다. 자체조사의 과정은 우선 ICC 검찰부가 예비조사를 끝내고 범죄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으면 이를 예비재판소에 제출한다. 예비재판소에서 사건의 기소 및 처벌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한 후 이를 정식 재판소로 보낸다. 케냐와 코트디부아르가 이 방식으로 제소된 국가이다. ICC는 지난 2007년 케냐의 대통령 선거 이후 벌어진 종족 분쟁 유혈사태로 약 1000여 명이 숨지자 자체조사를 펼쳤다. 자체조사 후 지금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부통령을 反인륜범죄로 기소했지만 아직까지 출석에 응하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에겐 ICC만으로는 제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제한적인 제소 방안들 때문인지 여태껏 ICC가 다룬 사건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ICC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ICC가 다룰 수 있는 사안이나 방법이 이렇게 제한적이고 조심스러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대한 범죄를 국제사회 차원으로 다룬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독일을 다룬 뉘렌베르크재판과 도쿄戰犯(전범)재판이 시초라면 시초이다. 전범들을 처벌했다는 점이 국제사회에 커다란 도약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재판 모두 법률不遡及(불소급)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注: “법률 없이는 형벌도 범죄도 없다, Nullum Crimen Sine Lege”). 反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을 다뤘는데 이 법률들이 동맹국이 승리를 확신할 때 즈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그 후 舊(구)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캄보디아 등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룬 재판들 역시 법률불소급의 원칙과 관할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런 비판들이 ICC를 조금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려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ICC에 제소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ICC에 곧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앞에 설명한 세 가지 제소 방안을 북한 상황에 대입해 보겠다.

 

자체적 위탁(Self-Referral): 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서 反인도적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니 ICC에 조사를 의뢰해 당사자의 처벌을 부탁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가능성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됐을 때에나 가능하다.

 

유엔안보리: 이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앞서 말했듯 유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이를 막는 커다란 장벽이다. COI 보고서 이후 유엔 청문회에 탈북자 신동혁 씨 등이 참석하는 등 과거보다 한 걸음은 나아갔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에 있는 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은 COI 보고서 등에 대해 '매우 불합리한 비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ICC검찰부 자체 조사(Proprio Motu): 세 가지 방안 중 가장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다. ICC 검찰부는 지난 3년6개월 동안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조사했다. 이 두 사건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는데 지난 6월23일 전쟁 범죄가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ICC 검찰부는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북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북한의 비협조로 충분한 조사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천안함의 경우는 군 시설에 대한 공격이었으므로 전쟁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연평도의 경우는 민간인의 피해가 있던 점은 확실하지만 고의로 민간인을 노렸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는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등도 법적 증거자료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탈북자들의 증언 등 구체적인 증거는 도움이 되지만, ICC 검찰부가 북한 내에서 범법자들을 직접 조사하고 수사하지 않는 이상 ICC 검찰부의 자체 기소 역시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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