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를 여러 번 겪어보면서 기자로서의 관(觀)을 갖게 됐다. 덩달아 흥분하거나 침울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돼 보수 정권이 재창출됐을때도 ‘우리는 흔쾌하게 당신을 찍지 않았다'라는 식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대통령 당선은 축하할 일이지만, 함께 ‘팡파레’를 울려퍼지게 하는 것보다는 취임 대통령에게 ‘그 한계’를 일깨워주는 게 언론이나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엄 탄핵’ 조기대선인데도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는 점을 임기 내내 잊어서는 안 된다. 집무실에 하나마나한 좋은 어록보다 '국민의 절반은 나를 지지 안 했다'는 걸 써붙여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다 할 수 있다고 덤벼들면 그게 자신의 발목을 부러뜨리는 사고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의 ‘피크’는 취임날이고 첫 인선을 마무리 짓기 전까지다. 그 뒤로 5년은 계속 조금씩 조금씩 힘이 빠지고 내려오는 과정이다.
새 대통령은 주어진 권한과 임기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것, 그 중에서도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을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 취임 초에는 대통령 권력으로 모든 걸 할 것 같지만 실제 그렇게 되지 않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반대 세력이 방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재명이 대통령 당선되자, 뉴스를 보는 게 싫어졌다는 보수 쪽 사람들이 꽤 생겼다. 외국에 나가 살아야 하나 쓸데없는 고민을 털어놓는 이도 있고, 파산하는 배에서 빨리 뛰어 내려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국무회의에서 김밥 먹는 장면에도 '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텅빈 대통령실이 귀신 나올 것 같다'고 푸념하는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트럼프와 사흘만에 한 통화도 조작했을 거라고 한다. 부정선거 당선 얘기가 왜 안 나올까 했는데 벌써 나오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이재명을 '우리 대통령'으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보수는 모든 걸 트집 잡으며 스스로 이율배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가령 보수 정권에서는 '진보물'이 들어있는 인사가 기용되면 난리를 쳤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쪽 사람들로만 채워가는 인사에 대해 참지 못한다. 좌우 이념 안 가리는 실용주의, 능력 위주 인사 발탁, 통합을 내세우더니 결국 정권이 들어서니 자기들끼리 다 해먹고 있다는 비판이다.
내 눈에는 그쪽 동네 사람들의 인력풀이 넓고 워낙 많이 줄서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그쪽 자기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수 쪽이 원하는 대로 하라면 '보수 정권'이 되라는 소리다. 피 터지게 싸우고 선거로 정권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든 어떻게 하든 국정을 잘 운영하고 책임을 지면 된다. 다만 실패 확률을 미리 줄이려면 반대편 입장에서 바라보고 듣기 싫은 소리를 자신에게 해주는 참모를 한두명은 보여주기 식이라도 꼭 곁에 두는 게 좋다.
정치는 '쇼'의 부분이 많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느냐도 중요하다. 보수 진영에 함몰되지 않은 눈으로 보면, 이재명은 취임 닷새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통령 직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 닷새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재명은 '반쪽 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완전한 대통령'이 되는 꿈은 결코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틀째, 여당은 '내란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중 내란특검법은 국힘당에게도 칼을 들이대는 법이다. 당의 존폐가 걸려있다. 국힘당과 보수 진영은 ‘정치 보복'이라며 죽기살기로 싸울 것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이 18일로 예정돼있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서울고법에서 유죄가 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은 그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조만간 통과시킨다. 이재명 정권 입장에서는 그렇게 안 할 수 없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셀프 면죄법'이라며 거리로 뛰쳐나가는 상황까지 벌어질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국정 통합 청사진'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야당의 의석수가 형편없지만 '윤석열 정권 시절의 풍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에서 보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쪽은 야당이지만, 발목을 잡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쪽은 정권과 여당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