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입 관련 MAGA 분열 양상...WSJ “核 없는 이란이 진정한 평화”

강경 보수와 급진 좌파의 ‘끝없는 전쟁’ 우려에, “베트남·이라크와는 다르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에 이란 폭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전날 발표된 그의 ‘공격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발언에 이어 또 한 차례 모호한 입장을 낸 것이다. 


현재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및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상징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란 폭격 문제와 관련해 분열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 대선(大選) 불복 1·6 의회 난동 사태 옹호론자들 중 영향력 있는 인사 일부가 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보수와 진보 세력의 의견 충돌로도 미군 개입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데 보수 성향도 갈라지니 더더욱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수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자 ‘오판하는 MAGA의 고립주의자들(MAGA’s Misguided Isolationists)’이라는 제목의 사설(社說)을 통해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WSJ는 “언론은 이란 사태를 둘러싼 ‘MAGA의 내전(內戰)’을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주목할 점은 가장 목소리가 큰 고립주의자들이 이 논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이 역사적인 순간과 대다수 공화당원의 견해, 그리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사설을 시작했다. 


이 신문은 “베트남 전쟁 이후의 좌파들처럼 뉴라이트 고립주의자들은 모든 미국의 군사 개입을 재앙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베트남 증후군이 아니라 이라크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개입은 ‘국가 재건’을 위한 수렁, 혹은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WSJ는 폭스뉴스 출신으로 현재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터커 칼슨의 발언을 먼저 소개했다. 칼슨은 “이란과의 전쟁 첫 주에 수천 명의 미국인이 죽을 수 있고 유가 급등은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를 유발해 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등을 언급한 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매우 쉽게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고 우리는 패배할 것”이라고도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또 하나의 끝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칼슨과 같은 우파 평론가와 진보 좌파가 “미국이 후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전쟁은 예측 불가능하며 항상 고려해야 할 위험을 동반하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역내(域內)는 물론, 전세계적인 확전 없이 이 전투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란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나 그 수는 줄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은 거리를 두고 있다”며 “시진핑은 ‘군사 충돌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고립주의자들이 각 사안의 특수성을 구분하지 않은 채 모든 개입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어 “이란 사태와 관련해 지상군 투입이나 군사 점령을 언급하는 이는 없다”며 “미국이 가장 큰 부담이나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말처럼 ‘이스라엘이 모두를 위해 더러운 일을 떠맡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미국의 역할은 이스라엘이 보유하지 않은 공군 전력, 즉, 미국이 판매하는 것을 꺼려해 온 지하 핵시설 제거용 전력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정권이 가하는 핵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8일 트럼프의 협상 조건을 거부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WSJ는 “이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기 전부터 반복돼 온 위협이지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불분명하다”며 “미사일 등의 재고가 고갈된 현재, 이란 위협의 신뢰도는 한층 더 떨어졌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이뤄낸 이스라엘의 성과는 미국의 타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 사태의 재발 우려 역시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와의 차이점은 이란은 민간 목적을 훨씬 뛰어넘는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을 실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공식화했으며 현재는 이란이 벌써 핵 무기화에 돌입했는지, 아니면 원하는 시점에 무기화에 나설 준비가 된 것인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WSJ는 “(폭격을 받지 않은 지하 시설) 포르도에서 농축이 계속되도록 놔둔다면 이란이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나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진정한 끝없는 전쟁은 미국이 앞으로 벌일 전쟁이 아니라 1979년 이후부터 이란이 서방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이라고 했다. 이란은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미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했으며 이보다 더 중대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는 것이다. 또한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이란 신정(神政) 체제가 공격을 확대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10일 의회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약화시켰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쿠릴라 사령관은 “지금처럼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으며 (이런 기회는) 우리에게 용기가 있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터커 칼슨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를 공범(共犯)으로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트럼프의 탄핵도 언급하고 있다. 


WSJ는 이들은 미국의 개입으로 MAGA 지지층이 분열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으로 뭉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은 문화적, 민주주의적, 전략적 친밀감으로 인해 이스라엘을 좋아하고 지지하며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JL파트너스의 여론조사를 인용, ‘MAGA 공화당원’ 중 이란에 대한 미국의 폭격을 지지하는 비율이 3대 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그레이하우스의 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의 83%가 이스라엘의 폭격을 지지하며, 73%는 이란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WSJ는 “이는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이란의 핵과 관련된 기만과 거짓말, 은폐를 기록한 IAEA 보고서들에 비춰볼 때 타당한 조사 결과”라고 했다. 


이 신문은 다음과 같이 이날 사설을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평화중재자(peacemaker)’로 여긴다. 하지만 신정 체제의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이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 점에 대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일관된 입장을 보여 왔다. 오히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트라우마를 겪은 나머지, 평화를 명분 삼아 (1979년) 혁명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두는 고립주의자들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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