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윤어게인·부정선거론’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형님이 이재명을 혼내고 윤석열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극우 유튜브 채널엔 이 대통령이 제대로 망신당하기를 기대하는 내용의 영상, 미국에 도착한 대통령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조롱성 영상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기대는 25일 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메시지로 절정에 달아올랐을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라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썼다.
회담 직전에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는 “최근 며칠간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한국 새 정부에 의한 매우 공격적인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앞선 SNS 언급을 자세히 설명하느라 예정된 회담 시작 시각을 넘겨 이 대통령을 기다리게 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에 “한미관계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이라고 언급하며 “믿기 힘든 이 상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사실로 알려졌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피의 정치보복을 중단하고, 입법 폭주와 사법 유린 등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정을 즉각 멈춰야 한다”며 “만약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독재의 길을 계속 간다면,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격렬한 심판으로 응답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나섰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의심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까지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최근 들어 한국 사회 및 정치에 대한 불신이 미국 내에서, 또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어 또 “그간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보여준 독재적 국정운영, 내란몰이, 사법 시스템의 파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장악이 결국 미국의 눈에 ‘숙청’과 ‘혁명’처럼 비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간이 흐르면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의 반미·친중·독재 행보가 자초한 일”이라면서 “구치소 CCTV 공개를 강압하고, 병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공산 혁명’에서나 볼 법한 반인권 행위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민망한 설레발이 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고 회담 직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트럼프의 스타일을 잘 분석한 결과로 보이지만 이 대통령은 과할 정도의 칭찬으로 트럼프가 마음껏 자화자찬 할 수 있는 무대를 깔아주었다. ‘남북 관계에서 피스메이커가 되어 달라, 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 ‘북한에 트럼프 타워가 세워지고 함께 골프도 치고 싶다’ 등의 발언은 긴장감과 어색함을 날려버린 센스있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소셜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지금 한국은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한 특별검사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미군도 직접 수사한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 내부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 작동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해명이었다.
해명을 들은 트럼프는 “나는 교회들을 압수수색했다는 말을 정보당국으로부터 들었다. 내게는 한국답지 않은 일로 들렸다”면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따가 논의하겠지만, 나는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해'라고 언급한 것은 의구심이 해소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극우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날 정상회담에 임한 이 대통령에 대해 외신들은 성공적이었는 호평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한뒤 이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긴장감을 피했다”며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리모델링과 전 세계 평화중재 노력 등에 대해 칭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에 이 대통령에게 ‘습격’에 대해 추궁했지만 이 대통령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신호였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경고가 따뜻한 환영으로 전환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글로 우려됐던 적대적인 회담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향해 칭찬을 쏟아내면서 사라졌다”며 “이날 우호적인 모습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와의 과거 회담에서 교훈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올초 경험했던 것처럼 많은 정상들은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설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이 대통령은 그런 운명을 피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5월 라마포사 대통령 방문 때처럼 연극적인 대치 상황을 피했다”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백악관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이 사용해온 익숙한 전략을 활용해 골프 이야기를 하고 집무실 인테리어와 평화 중재 능력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드디어 트럼프가 이재명을 혼내고 윤석열을 구하는구나’하고 환호하던 극우 윤어게인들이 밤 사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면서 “보통 극우는 국가주의자인데 한국 극우는 매국 사대주의자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Stop The Steal이 그 증거다. 세상을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