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 수립 77주년(9·9절)을 맞아 진행한 중앙선서모임에서 ‘헌법수호’와 ‘법적 의무’를 강조하며 한국 대통령 취임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일성·김정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생략해 더 이상 선대 후광에 기대지 않는 ‘김정은 시대의 독자 행보’를 부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국기게양식 및 선서 모임에서 국가수반으로서 직접 선창하며 “공화국 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며 사회주의 이념과 제도를 굳건히 고수하고 조국에 충성할 것”을 지도간부들이 국기 앞에서 엄숙히 선서했다고 밝혔다. 국기 계양식에서 북한 유명 여가수가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헌법수호·법적 의무·국기 앞 선서라는 표현은 남한 대통령 취임식에서 반복되는 핵심 어휘와 매우 흡사하다”며 “북한이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도 한국의 제도와 형식을 취사선택해 자기 식으로 흡수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이날 연설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선대 지도자에 대한 배제였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단 한 차례도 거명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불참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이제는 더 이상 ‘혈통의 후광’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명실상부한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연설에서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대의 장령·군관·병사들에게도 전투적 경례를 보낸다”며 러시아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교포 조직과 교포들에 대한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도 한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새 조선 창건 이후 77년간의 강국 건설 위업은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 총화됐다”며 “이제는 누구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으며 융성시대의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보유국의 지위가 불가역적임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전개될 북미 협상에서 비핵화 의제는 다루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사회주의 그 길이 유일무이한 정로”라고 규정하며 “외부의 어떤 선택에도 운명을 맡기지 않는 정치체제와 강력한 국력을 구축했기에 오늘의 영광을 맞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주의는 조선의 상징이자 영구한 존립의 초석이며 무진한 동력”이라며 ‘자력갱생’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 국경절 선서식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내세워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상징 의식으로 굳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선대의 신격화를 넘어 핵보유국이라는 위상을 기반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김정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한국 대통령 취임사 흉내낸 국경절 선서식
- 김명성 기자(샌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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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10, 1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