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9월 초 평양 소재 명문대 청년 대학생 20여 명과 예술인들을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무대에 세워 대규모 공개 사상투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직후 열린 대규모 사상투쟁회의로 평양시 대학가는 얼어붙었으며, 당사자들에게는 퇴학과 처벌 등 이른바 ‘인생 파멸’의 경고장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 평양시 청년회관에서는 보위부와 청년동맹 공동 주최로 사상투쟁회의가 열린 가운데 20여명의 청년들이 무대로 끌려나왔다. 이들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이과대학, 김형직사범대학, 장철구상업대학, 평양컴퓨터대학, 평양외국어대학, 평양의학대학,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 연극영화대학 등 북한을 대표하는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해당 학생들과 그 가족은 물론 대학 학장, 당 비서, 담임, 학부장, 강좌장, 교수, 학생 대표 등 150여 명이 강제로 참석했다. 이어 보위부가 학생들의 행위를 하나하나 ‘경고문 낭독’하듯 공개 발표하자 현장은 숨죽인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 학생들은 모두 한국 영화, 외국 음악, 한국 대중문화 영상 등을 유포하다가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선 ‘공조’, ‘재벌집 막내아들’, ‘옥씨부인전’, ‘중증외상병원’, ‘세계축구 명장면과 화면음악’, ‘남조선 춤과 노래경연·노래 메모리’ 등 구체적인 제목들까지 낱낱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고개를 떨군 채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당국은 “단순한 반성으로는 부족하다”며 퇴학 및 사회적 매장을 시사했다. 대학가에서는 “이제 학교로 돌아올 길이 닫힌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보위부의 장기 조사로 수업 결손이 누적되면서 휴학이나 제적 가능성이 거론되던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평양 예술영화촬영소에서 배우·연출가·작가 등 예술인 10여 명이 공개 투쟁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혐의로 공개 비판을 받았고, 회의 직후 족쇄가 채워진 채 평양시 안전부 예심과로 이관됐다. 당국은 “범죄 정도에 따라 8~15년형, 무기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됐다가 귀국 직후 곧바로 공개투쟁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대학가와 평양시에 공포심을 심으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말했다.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상투쟁을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미워해도 같은 핏줄인 남조선을 외국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누가 이런 정책을 조용히 넘어가고 동의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양 명문대생 20여 명 한국 드라마·K팝 유포 혐의로 공개재판
- 이주연 기자(샌드타임즈)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5-09-18, 08: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