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관이 아니다. 자신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모든 판단은 오로지 자신만 할 수 있으며, 모든 권한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은 오롯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거기에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은 관종끼도 다분하고, 정치적 야심도 엿보인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비상계엄(쿠데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밀수를 하려 했으며, 국정원, 관세청, 검찰총장(심우정), 법무부장관(한동훈), 대통령실이 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국회에서 버젓이 설파했다.
이재명이 백해룡을 ‘마약 사건 무마 외압’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에 합류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경찰청과 검찰(임은정)은 백해룡을 동부지검 임은정 지검장이 지휘하는 해당 합수부에 발령을 내리자, 백해룡은 자신과 협의하지 않은 부당한 인사발령이라며 반발했다. 어제는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오늘 출근하고는 합수단은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단체'라고 규정하면서 임은정과 소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상부의 지휘와 지시를 무시하고, 25명의 수사관 선발권을 자신에게 주고 자기 멋대로 수사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면 합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안하무인도 없다. 이건 소신도 아니고 정의로운 것도 아니며, 공직자의 도리도 아니다. 소영웅주의에 찌들어 공적 문제를 자신의 출세나 입신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
이런 유형의 인간을 우리는 12년 전에 마주한 적이 있었다. 국정원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지휘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공소장을 임의로 변경허가 신청했다가 업무에서 배제되고 여주지청으로 좌천되었다. 그러자 윤석열은 국회에 출석해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정의로운 척 하면서 상부에서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이런 윤석열을 치켜세우며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정쟁화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감찰을 거쳐 윤석열이 주장한 외압 의혹은 무혐의로 처분되었고, 윤석열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하급자 윤석열로부터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받고 그로 인해 정치 중립성에 의혹이 제기되는 등 리더십이 훼손된 조영곤 중앙지검장은 결국 윤석열로부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진해서 감찰을 요청하고 이후 감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자신에 대한 오명을 씻어낸 이후 퇴임해버렸다.
퇴임식에서 조영곤은 "수사의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상관의 수사지휘에 자의적인 해석을 담아 말을 바꾸고 보태는 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검사는 누구보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실체적 진실만을 위해 무리한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인권침해나 진실왜곡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돌려서 윤석열의 의혹 주장을 반박했다.
윤석열이 수사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원장이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사실 국정원댓글 사건은 국정원(원세훈)이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대북 사이버전의 일환이었을 뿐이었다. 문제로 지적된 국정원 직원들이 단 댓글 내용을 보면 대부분 북한의 대남 정책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비판으로 대선과 무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댓글 숫자도 여론조작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윤석열로 인해 국정원 댓글 사건이 마치 보수 정권이 대선에 개입한 대단한 사건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게 된 것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져야 한다.
윤석열은 이미 이때도 증거 조작을 하며 사건을 왜곡하는 짓을 서슴없이 했다. 경찰의 사이버 수사대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을 조사하는 과정을 담은 CCTV를 분석한 자료를 윤석열 수사팀이 증거로 제시헀는데, 짜깁기와 편집으로 수사관들의 발언들을 왜곡해서 마치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대단한 증거를 발견한 것처럼 만든 것이었다. (필자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이 때부터 윤석열은 큰 일 낼 사람이고, 절대 검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보았다. 20대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로 윤석열이 올라왔을 때 극렬하게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매몰되어 비상계엄을 발동한 것이나 윤석열과 김건희가 비상계엄 자금 마련하기 위해 마약 사업을 했다고 주장하는 백해룡이나 망상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조직의 지휘체계를 무시한 윤석열이나 대통령의 지시와 검찰, 경찰의 인사발령도 무시하고 자기에게 수사관 선발권과 독립적인 수사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백해룡은 소영웅주의에 찌들어 정의의 사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비슷하다.
백해룡과 임은정은 함께 사진도 찍고, 또 민주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 이쁨도 함께 받았지만, 둘은 앞으로 앙숙이 되거나 찢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미 두 사람의 균열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은정은 백해룡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반박하는 글을 페북에 올렸고,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로 백해룡의 합수부 합류와 관련한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수사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하여 백해룡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백해룡 본인이 고발한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사건을 ‘셀프수사’ 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서울동부지검은 백해룡이 파견될 경우, 의사를 존중하여 기존 합동수사팀과 구분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인천지검 마약 밀수사건 수사은폐 의혹 등 백해룡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수사 과정과 수사 결론 모두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백해룡의 요구를 정중히, 그리고 명백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자신도 처음에는 백해룡의 주장에 혹 했으나, 실제 수사상황을 확인하고 합수팀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오해했음을 고백했다. 수사의 정도를 지키며 거대한 의혹의 산더미를 묵묵히 파헤치고 단단하게 사실관계를 찾아가는 합수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고 자신의 페북에 적고 있다. 특검과 달리 중간에 수사결과 발표를 할 수 없고 수사 보안이 철저히 지켜져야 해서 공개할 수 없지만, 백해룡의 주장은 ‘생구라’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백해룡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지는 사건의 타임 라인을 추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제의 마약 사건은 마약 밀수범이 2023년 1월에 인천세관에 입국하면서 인지된다. 그런데 백해룡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마약 사업으로 비상계엄(내란)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마약이 2023년 1월에 들어왔으니 윤석열측이 마약으로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면 적어도 2022년 하반기에는 계획하고 마약업자와 접촉을 했어야 한다. 즉,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내란을 계획하고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백해룡은 해당 마약 사건 당시 영등포 수사과장으로 마약 수사팀이 아니었는데 우연히 마약 밀수범을 체포하게 된다. 이들에게 마약 반입경위를 추궁한 결과, 몸에 부착하고 인천공항으로 들어 왔는데 세관직원 2명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통과시켜 주고 택시도 태워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레시아 마약범이 현장 공범으로 지목한 인천 공항 세관원은 확인해 보니 당일 근무자가 아니었다. 당일 '연차휴가'를 냈고, 가족과 함께 했던 사진들로 알리바이가 확인이 되었다. 그러자 백해룡은 “그래서 더 수상하다. 왜 연차 휴가를 내고 당일 행적 기록을 공개적으로 남겼느냐”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이 관련 세관원들을 조사하고 알리바이를 확인 한 후에 무혐의로 결론을 내자, 이번에는 백해룡은 검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세관원들을 비호한다고 주장한다.
백해룡은 마약사범들의 말을 믿고 수사브리핑에 이 내용을 넣었다가 세관의 자체 조사결과 마약사범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음이 확인되어 이후 수사 브리핑 내용에서 세관부분이 빠졌다.
백해룡은 여기서부터 점점 더 자신의 망상 속의 그림을 그리며 음모론을 확대해 나간다. 이 정도면 최고 권력이 관계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윤석열과 김건희를 끌어들이는 스펙타클한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한다. 윤석열이 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사업에 손을 댔고, 이 마약사업에 김건희의 오빠 김진우가 관계되어 있어, 사건이 적발되자 윤석열과 김건희가 압력을 넣어 사건을 무마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이 압력을 넣으니 관세청, 국정원, 검찰(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 등 모든 권력기관이 이 마약 사건 수사 무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논리를 확대해 나간 것이다.
마약사범들은 자신들의 마약 밀수 루트를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마약 사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과장인 백해룡의 주장과 그가 행한 해괴망측한 짓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또 그로 인해 고초를 당했을 세관원과 경찰, 검찰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백해룡은 국회에서 증인으로 나와 “윤석열과 김건희가 비상계엄(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사업을 했으며, 이에 김건희 일가가 관계했다”고 주장했다. 백해룡은 이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수사 결과, 백해룡의 말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 위증죄로 백해룡을 형사처벌하고 파면해서 공무원연금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백해룡을 망상 장애를 들어 처벌을 면해주어서도 안 된다. 망상증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야심과 소영웅주의의 개인적 욕망에 눈이 멀어 조직을 파괴하고 사회를 혼란시킨 죄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백해룡과 같이 망상과 음모론에 빠져 우리 사회를 좀 먹는 자들은 많다. 음모론의 원조이자 대왕 격인 김어준이 진보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다. 음모론자들을 발 붙이지 못하게 처음부터 우리 사회가 응징을 했더라면 백해룡과 같은 자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2020년 4.15 총선 직후 보수진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발호하자, 초기에 음모론을 진압하지 못하면 큰 일을 당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초기부터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음모론은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그 전염력을 감당할 수 없다. 음모론은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음모론자들은 단지 음모론 설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것을 통해 돈과 권력을 얻으려 한다. 대표적인 예가 김어준이고, 보수진영에서도 김어준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독버섯들이 여기저기 번창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장사하는 대표적인 인물들로 민경욱, 황교안, 공병호, 이봉규, 고성국, 가세연(강용석, 김세의), 신인균, 성창경 등등이 있다. 이들을 제끼고 최근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자신의 정치적 야심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가장 저질이고 악질적이며 천박한 인물은 단연 전한길이다.
전한길은 자신의 배후에 트럼프(미국)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자신이 이재명 정부로부터 탄압 받는다며 미국 망명을 추진한다고 떠들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며 유튜브로 계속 입을 틀고 있는데, 여전히 그의 주장은 근거도 없으며 음모론적이다.
전한길은 지금도 열심히 부정선거음모론을 설파하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며 미국 교포들을 현혹하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가장 이슈가 된 김현지 논란에 대해 전한길이 전하는 말은 초딩생이 봐도 어이가 없어 말을 못할 지경이다.
보수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함몰되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한, 이재명과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수도 없고, 향후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없다. 음모론자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사회를 좀 먹고 있다. 한번은 좌에서, 한번은 우에서, 다시 좌우가 함께 음모론을 시전하며 사회를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