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진 미국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이 민주당에 참패했다. 뉴욕시장, 그리고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공화당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뉴욕시장 선거였다. 민주당 정치인이 최근 계속 승리한 곳이지만 급진적 좌파로 분류되는 조란 맘다니(34)가 50여 년간 뉴욕의 거물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한 앤드류 쿠우모(무소속)를 꺾고 당선돼 화제가 됐다. 맘다니는 5일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강행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이를 통해 교육, 교통, 의료, 주거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맘다니는 자칭 사회주의자로 그의 급진적 정책이 과연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은 서울시민이 맘다니를 선택한 뉴욕시민을 본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는 5일 사설을 통해 맘디니의 당선을 축하했다. NYT는 “맘다니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강조한 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는 조언의 글을 실었다. 일반적으로 선거 때마다 신문이 지지하는 후보를 여러 차례 밝혀온 NYT였지만 이번에는 맘다니를 공식 지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사설의 댓글에도 신문을 비판하는 지지자들의 댓글이 많이 보였다.
친(親)시장주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당일인 4일 제럴드 베이커 수석 논설위원이 쓴 ‘맘다니는 트럼프가 조심스레 꺼내봐야 할 선물(Mamdani Is a Gift, Which Trump Should Unwrap Carefully)’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이보다 더 완벽한 급진 좌파 맞상대를 만들어낼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좌절은 현실이고 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부제를 달았다.
그는 맘다니를 트럼프의 ‘마가(MAGA)’ 현상이 만들어낸 ‘창조물’로 비유하며 그의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오히려 트럼프가 상대하기 좋은 먹잇감을 만들어준 것에 불과하다는 식의 주장을 내놨다. 그의 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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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카멀라 해리스, 그리고 조 바이든. 누군가가 오랫동안 도널드 트럼프를 지켜주고 있었다.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조차 그의 정치적 운(運)에 따라 민주당이 골라준 상대의 덕을 너무 과하게 봤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앨빈 브래그, 파니 윌리스, 레티샤 제임스, 하버드의 대다수 교수진,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논설실 인원들까지 더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이 재판관 역할을 하는 이 정치무대는 늘 ‘워싱턴 제너럴스’와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의 경기처럼 진행된다. (注: 1960년대 활약한 묘기 농구팀들의 경기로 할렘 글로브트로터스가 거의 매번 승리했다. 승자가 정해진 농구 경기의 비유로 트럼프에게는 늘 이길 만한 상대만 등장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가 역사상 최대로 틀리지 않는 이상 트럼프는 정적(政敵)이 건네주는 가장 최신식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미국 최대 도시의 차기 시장이 될 민주당의 새 얼굴, 조란 맘다니다.
서류만 놓고 보면 맘다니는 ‘마가(MAGA)’의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일부러 발명한 민주당 정치인 같다. 그는 사회주의자이자 이민자, 무슬림, 영화감독과 탈(脫)식민주의 교수의 아들, 아프리카학 연구 학위 보유자, 34세, 보우도인대학의 팔레스타인 정의 구현 학생 단체의 공동 설립자이다. 지난 5년간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냈고 랩 프로듀서, 세입자 권리 운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더 빠뜨린 건 없나? 아, 그의 경력에는 2016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 ‘퀸 오브 카트웨’에서 ‘조감독 3’도 있다. 이 영화의 감독 미라 나이르는 조란 맘다니의 어머니다.
이런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는 절망한 사람들의 대변자로 자신의 지위를 키워왔다. 여러 차례 경찰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고 ‘인티파다(이슬람 저항 운동)’를 세계화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시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만들고 억만장자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을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스로를 ‘특권층의 자식이자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하며 세계최대 유대인 인구를 가진 도시(뉴욕)에 이스라엘 총리가 방문할 경우 체포하겠다고도 했다.
맘다니는 절제력과 관대한 인내심을 갖춘 정치적 상대에게는 달콤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주당 인물로 커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류 야당인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해 행위이다. 뉴욕시에서 많아야 200만 명이 투표하는 동안 뉴저지와 버지니아에서는 그 세 배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맞다면 뉴저지와 버지니아 모두 체 게바라보다는 우측에 있는 중도 성향의 민주당 주지사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이 향후 1~2년 동안 미키 셰릴이나 애비게일 스팬버거와 같은 인물을 대놓고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注: 선거 결과 뉴저지에서는 셰릴이, 버지니아에서는 스팬버거가 각각 주지사에 당선됐다.)
앞으로 트럼프와 맘다니의 싸움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범죄, 그리고 재정 위기 상태의 뉴욕시 문제를 놓고, 뉴욕 시장 관저에 있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기회가 생겼다고 확신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미국 국내 정치가 작동하는 거래 방식이다.
필자는 글의 방향을 잠시 틀어보려 한다. 공화당은 ‘SNS에 능한 이념가’의 퍼포먼스 정치와 그를 실제로 뽑은 유권자들의 관심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경계해야 한다.
맘다니가 전형적인 문화적 전사로 묘사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거 선거에서 이긴다면 이는 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가 승리한다면 이는 ‘좋은 일자리, 괜찮은 집’과 같은 한때 기본적인 삶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환상과 같은 일이 돼버린 도시에서, 유권자의 생활수준에 관한 걱정을 더 잘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높은 물가, 특히 주거비와 의료비다.
특히 젊은층은 맘다니의 문화 전쟁식 정치에 공감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더 시급한 우선순위는 경제 문제다. 오늘날 뉴욕에 살고 싶은 사람 중 부모가 부자이거나, 투자은행, 헤지펀드, 테크기업, 로펌 같은 곳에서 일하지 않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맘다니가 내린 처방전의 일부를 두고 비웃을 수 있다. 월세 동결은 오히려 주택 공급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며 ‘무상’ 보육과 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발상은 이 도시에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떠나게 만들 것이다.
뉴욕은 정치 지형에 있어 절대적으로 특수 사례다. 기묘한 사회, 문화 생태계를 가진 이 도시에서 너무 보편적인 결론을 끌어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회가 계속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소외감과 좌절감은 비록 뉴욕에서 더 크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는 다른 곳에서도 역시 존재한다.
맘다니의 급진주의가 좋은 시절을 되돌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이념 또한 또 하나의 환상일 뿐이다. 그러나 전국적 정치 무대에서 누군가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무소속이든 누군가가 이 정서를 정치적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