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SNS 과거 게시물 모두 삭제! 무엇을 감추고 싶었나?

서부지법 폭동사태 직후에도 계엄 옹호했던 '윤어게인' 인사. 현직 당협위원장의 배신에 배현진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

“‘우리가 윤석열이다’ 하던 사람도 눈한번 질끈 감고 ‘우리가 이재명이다’ 한번만 해주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 이재명 정권의 정체입니다. 그래놓고 ‘2차 내란특검’이니 ‘내란청산TF’ 니 하며 ‘계엄 장사’ 계속하는 이재명 정권이 참 같잖습니다…이재명 정권은 앞으로 ‘계엄 장사’ 그만하십시오”.


이혜훈 전 의원이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즉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의 지적대로 이번 깜짝인사는 내란청산을 제1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방향과 충돌된다. 계엄옹호, 탄핵반대, 내란선동을 주장했던 '윤어게인' 인사 기용을 ‘통합과 탕평의 정치’로 포장하기엔 너무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다.


이혜훈 후보자도 자신의 과거 전력이 문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블로그·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에 올렸던 게시물들을 싹 다 지웠다.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도 현재 다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혜훈은 과거 자기의 발언을 숨기려고 블로그·페이스북·유튜브·네이버TV까지 모든 채널 콘텐츠를 없앴다. 글삭튀 하면서 자리를 구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2·3계엄 이후 이 후보자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글삭튀’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인다. 그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지기 이틀 전인 1월1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올라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조치는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며 계엄을 옹호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 체포 과정도 불법이다. 내란죄 수사 권한 없는 공수처가 체포에 나선 것, (영장도)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고 집행에 있어서도 사실상 공수처가 주도한 것까지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진 사흘 뒤에는 ‘습격당한 법원, 무너지는 법치’를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 패널로 출연해 “법치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법의 잣대가 만인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필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 신뢰를 잃으면 법치가 존중받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시종일관 계엄을 옹호하고 폭력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이 후보자의 발언에 당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며 논란이 됐었다. 


이어 3월에는 ‘윤어게인’을 대표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연단에 올라 “12월 7일 국회 표결은 국회법에 따라 부결이었음에도, 이를 표결불성립이라며 재발의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동일 회기내 재발의가 불가능함에도 이를 강행했기에 탄핵소추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기각이 아닌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75년 동안 총 21건의 탄핵이 추진됐는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있는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며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나아가 “민주당의 내란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플래카드를 지역구에 내걸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이런 과거 행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 독선적이고 무능한 정치검사 윤석열의 '윤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라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가 안된다.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게 맞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국민의힘은 더 격앙된 분위기인데 ‘완전히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이다. 주진우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꿀 빨면서 보수 전사인 척하더니 자리를 넙죽 받았다”고 직격했는데, 그의 표현대로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 그것도 TK만큼이나 유리한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 누릴 대로 다 누리고 ‘배신’했다는 점에서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행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 동대문을과 충북지사 출마 등을 노리다가 지난해 총선 때는 서울 중성동을로 옮겨져, 예산처 장관 후보자 발표 시점까지도 현직 원외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있었다. 주진우 의원은 “장관 지명 발표 전까지 우리당 당협위원장으로서 평가 작업까지 했다”면서 “인사 검증 동의 다 해놓고 혹시 지명 안될까봐 끝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당협위원장이 미리 거취 정리조차 하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사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 48개 지역구 조직을 관리하는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조차도 후보자 발표 시점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후보자 관내인 서울 중구의회는 국민의힘 구의원이 6석으로 민주당보다 두 배 많은데도 구의회 의장 자리가 민주당에게 넘어가는 등 국민의힘 분열이 심각했다고 한다. 배 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두고 이 후보자와 상의하다가 28일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위원장은 이 후보자의 지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의 신뢰를 처참히 짓밟으며 이재명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이 지명자의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위원장은 28일 즉각 이 후보자를 제명해줄 것을 중앙당에 요청했으며, 국민의힘 중앙당도 이에 화답해 휴일임에도 긴급 최고위를 열어 제명을 결정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자를 다른 부처도 아닌 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에 지명한 것을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의 윤준병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혜훈 의원을 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는 예산을 쥐고 다른 부처를 흔들 수 있는 행정부의 심장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비젼을 확실하게 공유하는 인사가 앉아야 할 자리임을 감안하면 여당의 불만은 당연해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색깔로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적임자라면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며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가 평생 공부해 오고 쌓아 온 모든 것을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윤어게인’ 행보에 대해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엄이 발발한 순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내 첫 일성이었다”며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탄핵 반대)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