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찬, 한동훈 향해 '드루킹 같은 여론조작' 비난하더니 '여론조사 왜곡' 유죄?

여론조사 왜곡 혐의로 기소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게 15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024년 4·10 총선 당시 여론조사 왜곡 혐의로 기소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게 15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후보자 등록 당시 허위 학력 기재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날 장 부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했다는 혐의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장 부원장은 22대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같은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33.8%, 더불어민주당 유동철 후보 33.5%, 무소속 장예찬 후보 27.2%'로 나왔지만, 장씨는 자신을 지지한 응답자 중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86.7%의 수치를 인용하며 '장예찬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1위'라고 홍보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홍보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문자로 수영구 유권자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장 부원장에게 허위 사실 공표와 왜곡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부적절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카드뉴스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당선 가능성을 표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홍보물 제일 윗부분에 ‘장예찬! 당선가능성 여론조사 1위!’라는 문구가 가장 큰 글자로 기재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해당 홍보물은 카드뉴스 형식으로 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카드뉴스 형식의 이미지 제일 윗부분에 '장○○!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1위!라는 내용이 가장 큰 글자로 기재돼 있다”며 “일반 선거인들은 이 사건 여론조사 결과 장 부원장이 당선 가능성 항목에서 1위로 조사됐다고 인식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여부를 판단할 때는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엔 공직선거법상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의 의미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만 허위 학력 공표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확정했다. 장 부원장은 네덜란드 ‘주이드 응용과학대 음악 단과대학’을 중퇴했으나 총선 후보 등록 시 학력란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국립음악대 음악학사과정’으로 표기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원심은 “장 부원장이 기재한 학력은 세부적으로 일부 진실과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허위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사건을 “추악한 여론조작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드루킹보다 심각한 여론조작 사기꾼”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해 왔던 장 부원장이 ‘여론조사 왜곡’으로 사실상 유죄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계 인사인 박상수 변호사(전 국민의힘 대변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부원장의 대법원 파기환송 기사를 링크하면서 “대법원이 인정한 진짜 여론조작”이라고 썼다.


장 부원장은 당내에서 가장 강하게 한 전 대표의 징계를 요구해 왔던 인사다. 그는 “여론 조작과 증거 인멸을 중징계하지 않는다면, 당의 기강이 서지 않고 민주당에 도덕적 우위를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고, 14일 새벽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직후에는 “제명 이외의 처분이었다면 100만 당원들이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제명 결정을 옹호했다.


이 외에도 “여론 조작과 증거 인멸은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 “국민의힘은 드루킹보다 심각한 여론조작 사기꾼을 용인하는 범죄 정당이 아니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국힘 당원게시판 사건을 8천만 건 이상의 댓글을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생성함으로써 대규모 여론조작을 감행한 드루킹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들이 당원으로 가입한 후 하루 최대 3개의 글까지 게시할 수 있는 익명게시판에 하루 2~3개의 글을 쓴 것이 어떻게 여론조작이 될 수 있나.


내용도 문제 없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1600여 개의 댓글 중 한 전 대표 가족이 쓴 글이라고 지목된 글은, 언론의 사설과 칼럼을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수위가 높은 윤석열 부부 비방 글은 한 전 대표의 가족과는 관계 없는 제 3자가 쓴 글이었는데, 오히려 이호선 위원장은 이 글을 한 전 대표 장인 ‘진형구’가 작성한 것처럼 조작해 공개했다. 조작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이 위원장이 인정한 바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당원게시판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게시판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개진한 것을 두고 ‘드루킹과 같은 여론조작’으로 몰아가던 장 부원장이 오히려 ‘여론조작’으로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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