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의 '바늘구멍 뚫기', 1호 조치는 북한술 수입

통일부·식약처, 北식품 수입절차 간소화하기로…인천세관 창고서 잠자는 들쭉술 시장에 풀릴 듯
정부가 북한산 가공식품 수입 재개를 위한 특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남북관계 단절로 사실상 확보가 불가능했던 북한 당국·기업의 발급 서류를 대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제도적 걸림돌을 낮추는 게 골자다. 대동강 맥주 등 북한 식품의 국내 반입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북한의 '적대적 관계' 선언과 안보리 대북 제재로 남북 교류·협력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정부가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통일부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북한산 식품의 수입검사 절차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다음 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식품 수입업자가 최초 수입 신고에 앞서 생산국 정부가 발행한 제조공장 허가증과 한국 식품당국의 현지 실사 동의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북한산 식품에 한해 이를 안전관리 수준을 입증하는 다른 서류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통일부는 해당 대체 서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서류의 신뢰성은 통일부와 식약처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협의회에서 종합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사 기준은 오히려 강화된다. 일반 수입 식품은 최초 반입 시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정밀검사를 받지만, 북한산 식품은 수입 때마다 정밀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북한 식품 반입 승인 단계에서부터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이날 입법예고했다. 통관 단계에서 제출하던 서류를 반입 승인 신청 단계에서 함께 제출하도록 해 절차를 단축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통일부 승인까지 받았음에도 수입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식품이 세관에 묶이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지난해 반입된 들쭉술과 고려된장술 등 북한산 주류는 현재까지도 인천세관 창고에 보관돼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보완된 수입신고 제도에 맞춰 필요한 서류를 갖추면 통관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제3국을 거쳐 반입되는 물품에 대해 관세법상 환적 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 기업과의 교역이 아닌 물품을 북한산으로 위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북측으로부터 원산지 확인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북한산 여부를 판단하는 협의회를 운영하도록 ‘남북 교역물품의 원산지확인에 관한 고시’도 함께 개정된다.

통일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북한산 식품을 수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남북 간 민간 분야 교역 재개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언급한 '바늘 구멍 뚫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작년 11월 “그래도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선의를 전달하고, (북한이) 의심하면 한 번 얘기하는 것보다는 두 번 얘기하는 것이 낫다”며 “끊임없이 노력해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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