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북송은 불법” 日법원, 사상 최초 北에 배상 판결

1960~70년대 '지상낙원' 믿은 재일교포 9만 명 북송, 법원 "거짓말로 이주시킨 뒤 출국 불허…불법 해당"
지난 2003년 9월 일본 니가타현에서 북한으로 출항하는 '만경봉-92' 유람선에 탄 승객들이 인공기를 흔들고 있다./미국의소리방송(VOA)
이른바 ‘북송(北送) 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갔다가 탈출한 재일교포들에게 북한 정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일본 사법부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공영 NHK와 닛테레뉴스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26일 북한으로 이주했다 탈북한 재일교포와 유족 등 4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8800만 엔(약 8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일동포 측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다.

이번 소송은 1959년 12월부터 약 25년간 이어진 북송 사업과 관련돼 있다. 이 기간 재일교포와 그 가족 등 약 9만3340명이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의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실제로는 열악한 식량 사정과 강제노동, 이동의 자유 제한 등 가혹한 생활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원고들은 1960~1972년 사이 북한으로 이주했다가 2001~2003년 탈북한 재일교포와 그 유족들이다. 이들은 “북한 정부가 허위 선전으로 도항을 유도했고, 출국조차 허용하지 않아 인생 전체를 빼앗겼다”며 4억 엔(약 37억40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앞서 1심을 맡은 도쿄지방재판소는 2022년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이미 소멸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항소심을 맡은 도쿄고등재판소는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 정부는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려 재일교포들을 북한으로 이주시켰고, 이후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발적 사건이 아닌 ‘하나의 계속적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1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환송심을 맡은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날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 정부의 불법행위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일본 법원이 북한 정부에 배상 명령을 내린 첫 사례”라며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정부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답변서나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 측의 침묵 속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이 향후 다른 북송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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