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호통에 허겁지겁 9·19 복원…정동영의 위험한 '대북 러브콜'

“적대적 두 국가” 선언한 北에 '안보 자해' 일방적 구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를 선제적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인기 사태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표의 맥락을 짚어보면 이번 조치는 ‘긴장 완화’라기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호통에 쫓겨 허겁지겁 내놓은 안보 자해 조치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발단은 지난주 정 장관의 대북 유감 표명이었다. 북한의 무인기 문제 제기 이후 정 장관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 이튿날 김여정은 이를 두고 “상식적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건이 재발하면 혹독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담화가 나온 지 4시간 만에 통일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닷새 뒤 정 장관이 직접 설 연휴 도중 브리핑을 자처해 9·19 합의 일부 복원을 선언했다. 일련의 흐름은 주도적 관리라기보다 북한 눈치보기에 가까운 모습이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입장발표’ 브리핑을 열고 “물리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하여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에 의한 대북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내용을 남북관계발전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시점과 속도는 북측 요구에 대한 답변처럼 비친다.

문제는 9·19 합의의 성격이다. 2018년 체결된 합의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무인기를 포함한 항공기는 군사분계선 기준 동부 15㎞, 서부 10㎞ 이내에서 비행이 제한된다. 군 안팎에서는 이 조치가 우리 군의 감시·정찰 활동에 실질적 제약을 가하고 정보 수집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눈과 귀를 묶는 ‘비대칭적 자제’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선제 복원’ 카드로 꺼내 든 배경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이후 북한은 한국과의 제도적·정치적 연결고리를 의도적으로 끊어내는 행보를 이어왔다. 남측과의 협의·합의 틀 자체를 부담으로 보는 기류가 분명한 상황에서, 일방적 복원이 실질적 호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당시 군의 대북 무인기 침투를 “무모한 군사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라는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북측의 일방적 주장을 인정한 꼴이 됐다. 북한은 2022년 무인기 5대를 서울 일대에 침투시키는 등 수차례 우리 영공에 무인기를 내려보냈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전례는 없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리는 "정 장관의 일방적 사과는 국민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된다"고 했다.

대북 정책은 강경과 유화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전략적 일관성과 상호성에 기반해야 한다. 상대의 경고 직후 연쇄적으로 조치를 내놓는 모습은 긴장 관리의 주도권을 스스로 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안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제적 양보를 택하는 결정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현실적 기대와 구체적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9·19 합의 일부 복원 선언은 ‘신뢰 회복’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대북 낙관론의 반복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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