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을 절반 이상 물갈이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요직을 거의 떠난 적 없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당중앙위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권력 핵심부의 세대 교체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졌다. 노동신문은 23일 전날 열린 노동당 9차 당대회 4일째 회의에서 138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111명의 후보위원을 선출했다고 보도하며 명단을 공개했다.
당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은 향후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 각 전문부서 인선을 통해 당 핵심 요직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사실상 고위직 진입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명단을 2021년 8차 당대회 당시 선출 인원과 비교하면 약 70여 명이 교체됐다. 중도 교체 인원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바뀐 셈이다.
◇ 70대 최룡해·박정천·리병철 탈락…“세대 교체” 관측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빨치산 2세대의 대표 주자로 꼽혀온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탈락이다. 최룡해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해온 핵심 실세다. 이번에 중앙위원에서 제외되면서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직에서도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의 탈락 배경으로는 올해 76세로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이 거론된다. 최룡해와 비슷한 연령대인 박정천 당 군정 담당 비서,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오수용 당 경제정책 담당 총고문 등도 중앙위원에서 제외됐다. 군부와 경제라인 원로들이 동반 퇴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큰 잘못이나 불충을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 없이 종신 복무하는 것이 관례였던 북한 관료사회엔 상당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또 최동명 당 과학교육부장,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김정순 당 근로단체부장 등 김정은 체제에서 발탁된 간부들도 중앙위원에서 탈락했다. 과학교육, 민방위, 근로단체 분야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조직지도부에서 군부를 담당해온 김조국 부부장 역시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특히 대남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리선권 당 10국 부장과 김영철 전 당 고문이 위원과 후보위원 명단 모두에서 빠진 점도 주목된다. 8차 당대회 당시 중앙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던 대표적 대남 일꾼 두 사람이 동시에 탈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로 대남 기구들이 모두 폐지된 것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다. 개정된 당 규약에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조항이나 문구가 삽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이재명 정부에겐 그닥 좋은 소식이 아니다.
◇김여정·현송월·최선희 건재…"여인천하"
당 부부장인 김여정과 현송월은 8차 당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당중앙위원에 선출됐다. 8차 때 21번째로 호명됐던 김여정은 이번에 25번째로 다소 순위가 하락했다. 현송월은 31번째에서 26번째로 순위가 상승했다. 현송월은 십대였던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뒷바라지를 해준 인연으로 김정은과 한동안 연인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김정은의 의전을 책임지고 있다. 최선희 외무상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 '여인천하'란 말이 나올 법하다.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당중앙위원 명단에서 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5년 전 8차 당대회 땐 23번째였다. 현재 공석인 당 국제비서로 승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북한이 중국·베트남·라오스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당대당(黨對黨) 외교에 주력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엿보인다. 북러관계 밀착으로 소원해진 북중관계의 복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전략무기 개발을 주도해온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도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그는 전략무기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대장 칭호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파병군을 지휘했던 김영복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당중앙위원 직을 유지했고, 파병에 관여한 리창호 정찰총국장은 당중앙위원에 새로이 진입했다. 은퇴한 오금철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도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판 여인천하? 元老·對南 지고 김여정·현송월·최선희 전면에
- 김명성 기자(샌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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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24, 06: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