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지에 인쇄 날인된 것은 부정선거라는 주장의 황당함

공직선거법을 목적과 취지는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지난달 27일, 이준석과 전한길측의 부정선거 끝장토론은 모든 장면이 코메디 그 자체였다, 전한길측이 제기한 의혹들은 모두 신빙성이 전혀 없는 그들의 주장일 뿐 구체적인 증거가 뒷받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전한길측의 박주현 변호사와 이영돈 PD가 제기했던 사전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 도장 인쇄 날인과 관련하여 이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지 설명하겠다.


이들은 사전투표용지의 인쇄 날인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며, 이것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이들은 공직선거법 제158조 3항을 제시한다.


③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발급기로 선거권이 있는 해당 선거의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아니하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게 교부한다. 


위 공직선거법 158조 3항을 자세히 읽어 보라. 이 조항을 두고 이들은 인쇄 날인이 아니라 직접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그대로 실행해야 합법이라고 한다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음모론자들은 ‘직접 날인‘만 주장하지, 직접 날인하는 주체가 ‘사전투표관리관’이라고 공직선거법에 나와 있는 사실은 무시한다. 사전투표관리관은 사전투표소 투표관리 전반을 관리하기 때문에 도장을 직접 찍어 주는 업무를 할 수 없다. 


당일투표와 관련된 투표용지 발급 관련 공직선거법 제157조 2항에도 ‘투표관리관은 선거일에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는 때에는 사인날인란에 사인을 날인’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당일투표소 현장에서 투표관리관이 직접 날인한 경우는 역대 어떤 선거에서도 없었다. 날인 업무는 투표사무원이 하지 투표관리관이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연수을’ 재검표 과정에서 ‘일장기 투표지’가 나왔을 때 해당 투표소의 투표관리관이 일장기 투표지를 보지 못한 것도 20대 남성의 투표사무원이 날인했고 투표관리관은 투표지 날인이나 교부에 관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장기 투표지를 교부했던 당시의 투표사무원이 투표관리관 도장이 만년 도장인 줄을 모르고 인주를 묻혀 날인하다 보니 일장기 투표지가 교부되었다고 증언했다. 대법원이 도장을 직접 날인했던 이 투표사무원을 증인으로 채택하고자 했으나 민경욱과 변호인들은 한사코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처럼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공직선거법의 문자 그대로 투표관리관이 직접 날인해 주지 않았음으로 역대 모든 선거가 불법이며, 부정선거가 되어 무효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도, 윤석열도, 오세훈도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이고, 국힘당과 그 전신의 정당들의 국회의원들도 모두 불법으로 당선이 된 것으로 무효 처리해야 한다.


법률을 그 제정 목적과 취지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1획도 다르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며 세상은 분쟁으로 지샐 날이 없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문자주의, 근본적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지구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부터 아담-노아-아브라함-모세의 계보를 계산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자 중에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표관리관 도장 날인은 그 투표지가 선관위가 발급하는 정상적인 투표지인지를 보증하는 것이다. 당일(본) 투표용지는 사전에 인쇄소에서 인쇄된 투표지이기 때문에 당일투표소 현장에서 투표관리관 날인을 함으로써 유효한 투표지임을 인정받는 것이고, 사전투표지는 사전투표소 현장에서 직접 인쇄되어 출력되어 교부되는데다 QR(바코드) 마크에 선거일, 선거명, 발급투표소, 일련번호 등의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투표관리관 도장이 인쇄 날인이 되어도 충분히 유효한 투표지임을 보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투표지에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프린터에서 인쇄한다고 하여 법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투표 진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오류나 실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만약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 사전투표지에 사전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 날인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표자들은 본인 확인을 받고 프린터에서 출력된 사전투표지를 교부받은 후 투표관리관의 도장 날인을 받기 위해 다시 한 곳에서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한다. 수 십대의 프린터에 사전투표지를 받아든 투표자들은 한 곳으로 다시 몰리게 되어 사전투표장은 대혼잡이 일어나고 관리가 힘들어져 오히려 부정 개입의 틈을 주게 된다. 이틀간 사전투표를 다 완료할 수 없어 사전투표소는 투표자(국민)들의 불만으로 난장판이 될 것이다.


각 프린터마다 투표관리관 도장을 날인해 주는 인원을 배치하고 투표관리관 도장도 여러 개 만들어 날인해 주면, 이런 혼잡은 피할 수 있겠지만, 투표관리관이 직접 날인해 줄 수 있는 곳은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도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불법이며 부정선거가 된다. 그리고 여러 개의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위조 가능성 등 부정 개입의 여지는 인쇄 날인보다 더 크다. 


또한 당일투표와 마찬가지로 사전투표관리관은 사전투표 업무 전반을 관리하기 때문에 투표관리관 도장을 찍는 일만 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투표사무원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투표사무원이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찍어주는 것은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불법이며 부정선거이다. 


공직선거법 158조 3항에는 사전투표지의 ‘일련번호를 떼지 말라’고 되어 있지만, 사전투표지에는 QR마크(바코드)가 있지 일련번호는 따로 없다. 이 조항은 QR마크(바코드)를 떼어내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해야지 이걸 곧이곧대로 해석하여 없는 일련번호를 떼어내지 말라고 하면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 일련번호가 포함된 QR코드(바코드)에서 일련번호만 별도도 떼어내지 않고 다른 정보들만 떼어낼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문구)들이 다수 있어 이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4항과 제158조4항에는 각각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인주가 반대편에 묻을까봐 투표함에 접지 않고 말아서 투표함에 넣는 유권자들이 많고, 특히 지역구 관외사전투표지의 경우 봉투에 넣을 때 접지 않고 넣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접지 않고 넣어 개표장에서 개봉을 하면 대부분 접히지 않은 상태로 나온다. 말아서 투표함에 넣거나 봉투에 접지 않고 넣어도 원래의 이 법의 취지인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는 똑같기 때문에 투표지를 접지 않았다고 하여 무효가 되거나 불법, 부정선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다.


제151조6항에는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바 코드보다 훨씬 훼손하기 어렵고 관리하기 편한 QR코드를 쓰다가 음모론자들의 극성 때문에 지난 대선 때부터는 바 코드로 변경했다. 이것 역시 QR코드를 쓸 수 있게 공직선거법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관리관 도장을 날인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실에서는 투표사무원이 날인 업무를 담당하지 투표관리관이 할 수 없으며, 사전투표지의 경우 인쇄 날인해도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임으로 논란이 없게 아예 사전투표지에는 인쇄 날인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의 해당사항을 개정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선거관리규칙(제84조 3항)에는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대법원도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주었지만, 상위 법에서 이를 더 명확하게 하여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것 이외에도 공직선거법을 현실에 맞게, 실제 시행되는 형태에 맞게 논란이 없도록 개정할 조항들이 다수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 공직선거법을 목적과 취지는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하게 되면 선거 자체를 치를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의 미세한 문제점을 꼬투리로 삼아 음모론의 근거를 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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