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공세적 對敵투쟁·핵무력 고도화 선언

對南·對美 강경노선 재확인, 에너지 부족 문제 시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식 규정하며 공세적인 대남 투쟁 노선을 천명했다. 핵무력 고도화 의지도 거듭 강조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차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다”며 “공세적인 대적 투쟁을 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도 없이 무자비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9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한국을 더 이상 동족의 범주로 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발전의 필수적 요구를 반영해” 헌법을 수정·보충했다고 밝혔지만, 통일 관련 조항 삭제나 국경선 규정 신설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2024년 1월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저한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현행 북한 헌법 제9조는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따라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연설 전반에서 대남 적대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만큼, 헌법 개정에 관련 내용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에서도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구체적인 조항을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이번에도 핵심 내용은 대외적으로 숨긴 채 대남·대외 강경 노선만 부각했다는 평가다.

핵무력 강화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공고히 하겠다”며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확대·진화시키고 신속 정확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통해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 정세 인식에서도 강경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국가테러와 침략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수들이 대결을 선택하든 평화를 선택하든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번 연설에서는 내부 통치체계 개편 구상도 일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사회안전군을 경찰무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경찰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빈틈없이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보위성을 국가정보국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는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현실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는 “국가수입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국정 운영을 원만히 보장할 수 있고, 각종 폐단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재정 여건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긴장된 부문이 전력과 석탄”이라고 언급해 에너지 부족 문제를 시인했고, “주민 세대에 생활용수와 땔감을 정상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민생 여건이 여전히 열악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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