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 관광객 유치 총력전

[단독]절박한 외화 확보 목적…백두산·칠보산 중심 관광 재개 시동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사업 전면 재가동에 나서며 외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 봉쇄의 흔적을 지우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되면서 사실상 코로나 봉쇄로 중단됐던 ‘관광 빗장 해제’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내각은 최근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국경 인접 지역 외사 부서에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침을 내렸다. 제9차 당대회 결정 관철의 일환으로 내려진 이번 지침은 아시아권 관광객, 특히 중국인을 대거 유치해 고갈된 외화 재정을 보충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각은 백두산(삼지연)과 칠보산 등 북부 핵심 관광 거점을 중심으로 4월부터 즉시 시행할 과업을 제시하며, 당대회 이후 첫 대외사업으로서의 상징성과 속도를 동시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 내용에는 실질적 외화 수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포함됐다. ▲중국 관광객에 대해 별도의 국가 허가 없이 여권만으로 단기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 ▲삼지연 공항과 회령·남양 등 통로 정비 및 검역 절차 간소화 ▲외화 결제 시스템 정비와 관광객 전용 상점 운영 ▲중국 대형 여행사와의 계약을 통한 관광객 수급 및 고정 수입 확보 등이 핵심이다.

특히 양강도 삼지연시는 ‘국제 관광도시의 본보기’로 육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중국 여행사들과 협력 강화가 요구됐다. 함경북도에는 칠보산과 청진 일대 외국인 숙박시설 보수와 관광 동선에 맞춘 경비 체계 조정 등 세부 지침도 함께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현대적인 국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교통수단과 안내 인력의 외형까지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삼지연과 혜산 일대에서 중국인 관광객 이동이 일상화된 모습을 연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각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측 여행사들과의 실무 접촉을 진행해 온 결과를 토대로 “북부 국경 지대 관광을 3월 내 전면 재가동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도 외사국 일꾼들은 중국 측 파트너들과의 화상회의와 서신 교환에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간 여객열차 운행이 6년여 만에 재개된 이후, 베이징·선양·단둥 등지에서 북한 측 ‘여행대표’들이 현지 여행사들과 관광 일정과 운영 방식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양강도와 함경북도 외사 부문 간부들은 갑작스러운 관광 재개 지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대회 직후라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곧바로 중국 관광객을 받으라니, 숙박시설 난방이나 식자재 공급을 어떻게 맞추라는 것인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절박한 외화 사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제9차 당대회 이후 제시된 경제발전 계획을 뒷받침할 ‘현찰’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제 제재와 자금난으로 대규모 산업과 무역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외화 수입이 가능한 관광 사업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도 예상된다. 국경 긴장 완화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이지만, 외부 정보 유입을 우려하는 보위 당국의 통제와 외화벌이를 우선시하는 외사 부문의 지침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체류나 밀수를 막기 위해 국경 경계 태세를 강화하면서도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려는 ‘이중 대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 드라이브의 배경에는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강조한 ‘다각적 대외경제 활동’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삼지연시는 ‘국제 관광도시의 본보기’로 제시되며 간부들에 대한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백두산 일대를 세계적 관광지로 꾸려놓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 태만이라는 지적이 반복되면서 간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통제 조치에 대한 주민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외사 부문은 중국 답사단 방문에 맞춰 삼지연 일대 장마당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고 구걸 행위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광객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조치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주민들은 급등한 환율과 생활고 속에서 체감하는 현실과 당국의 정책 사이 괴리를 지적하고 있다. 한 주민은 “간부들은 관광객이 쓰고 갈 위안화 몇 푼에 당대회 성과가 달려 있다며 몰두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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