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북채널, 해법은 ‘북·러 국경 17km’와 푸틴 카드

박종화 평통연대 대표 “러시아 배제한 채 한반도 문제 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전면 차단된 가운데, 이를 복원할 ‘바늘구멍’으로 북러 접경과 러시아의 역할이 주목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종수 평통연대 공동대표는 최근 평통연대에 게재한 칼럼에서 “꽉 막힌 대북채널을 뚫기 위해서는 기존 접근법을 넘어선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북러 국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외교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를 지지했고,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서방 진영에 동참했다. 이후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기존의 남북 균형 외교는 사실상 친북 기조로 기울었다.

이 과정에서 북러 간 군사·정치 협력은 급격히 강화됐다. 양국은 동맹 성격의 조약을 체결했고, 북한군 파병 문제까지 거론됐다.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며 남북 관계를 사실상 단절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군사분계선은 상징적 경계선을 넘어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남북 간 접촉 창구는 거의 사라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관계 복원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박 대표는 “지금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난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모든 가용 채널을 동원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해법은 ‘북러 국경 17km’다. 남북 군사분계선(약 238km), 북중 국경(약 1500km)에 비하면 극히 짧은 구간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전략적 가능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과거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이 존재했고, 북중 국경 역시 오랜 기간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강력한 국경 통제로 북중 간 이동은 크게 줄었고, 탈북 규모도 급감했다.

이와 달리 북러 접경 지역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라진선봉 경제특구는 지리적으로 평양과 떨어져 있어 체제 부담이 적고, 북중러 3국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북극항로와 연결되는 물류 거점이자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핵심 축으로도 꼽힌다.

최근에는 인프라 개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자동차 전용 도로가 조기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동자 이동과 물류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북한 인력의 러시아 파견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 지역이 사실상의 교류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바늘구멍’은 푸틴 대통령이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지도자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한반도 주변 주요 정상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급속히 밀착했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반미·다극질서 구축을 목표로 협력을 강화해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개인적 친분을 이어가며, 미러 간 협상 채널을 유지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한반도 문제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러시아를 배제한 채 한반도 문제를 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쟁 종식 이후를 기다리기보다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와 다양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글로벌 질서 역시 미중 경쟁 속 다극화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향후 미러 간 타협이 이뤄질 경우, 북극 자원 개발과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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