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전사한 이들처럼 영웅이 되자" 젊은이들을 선전·선동으로 내모는 김정은 정권

외동아들을 러시아 戰場에서 잃고 정신이상을 겪게 된 어머니도.
수류탄으로 자폭한 전사자의 이름을 소개하는 조선중앙TV 방송. 19세의 우위혁과 20세의 윤정혁이 있다. 2025년 8월 22일에 방영한 방송에서 인용.
북한의 수도 평양에 '새별거리'라는 이름의 신도시가 등장했다. 준공식은 2월 16일 열렸으며, 참석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새별거리라는 이름은 이역만리 전장에서 조국이라는 부름에 한생으로도 못다하는 무게를 얹으며 최후의 한 시각까지 그처럼 용감했던 참전용사들의 생의 대명사로 이미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되였습니다."

'새별거리'는 러시아에서 전사한 병사의 유가족을 위해 조성된 아파트 단지다.

김정은 정권은 2024년 10월경부터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1만 5000명 이상의 병력이 파견됐고, 전사자는 약 2000명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부는 파병 규모와 사상자 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영웅이 되자며 대대적 선전

김정은 정권은 2025년 여름부터 전사자를 포함한 참전 병사들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대규모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영화를 제작해 조직이나 학교에서 반복 상영하고, 귀환한 참전 군인을 부대와 학교에 보내 "조국을 위해, 김정은 원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웠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시키고 있다.

북부 지역에 사는 한 취재협력자는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했던 여성과 3월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관련 내용을 전해왔다. 이 여성은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울면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학부모들 중에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어요. 그 여성은 행사장을 나서던 중 '내가 희생하면 부모님은 평양에 갈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참석한 학부모들 가운데는 '아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무엇을 준다 해도 전쟁에 보내고 싶지 않다. 죽어서 영웅이 되면 무슨 소용이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비참하게 죽은 북한군 병사

젊은이들은 자국 방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 침략 전쟁을 돕기 위해 보내졌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쿠르스크주 전장에서 드론에 쫓기는 북한 병사의 모습과 시신 영상·사진을 2024년 12월 이후 다수 공개했다. 물론 전사한 병사들의 비참함을, 김정은 정권은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한국의 분쟁지 전문 저널리스트 김영미 씨는,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두 명의 병사를 6개월에 이르는 우크라이나군 당국과의 협상 끝에 대면 인터뷰에 성공했다. MBC방송에서 1월 방영돼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포로는 1999년생과 2005년생. 두 명은 이렇게 말했다.

"왜 파견됐는지,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총소리나 포탄 소리가 들어봤지, 한시도 끊기지 않고, 이렇게 터지고 시체가 나돌아다이고. 눈앞에 방금까지 서 있던 사람이 이렇게 죽고, 이런 세상은 처음이니까.”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이렇게 머리에 (공격을)정통으로 맞아서, 그 자리에서 다 전사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생을 전사한 유가족에게 보내

북한에서는 3월 하순부터 신병 모집과 군 입대 절차를 진행하는 '초모'가 시작됐다. 노동신문은 4월 13일자 1면 기사에서, 입대를 자원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이 연일 이 '새별거리'에 입주한 전사자 유가족을 찾아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여러 명의 참전용사를 낳은 보통강구역 락원고급중학교에서는 인민군대 입대를 열렬히 탄원한 졸업생들이 공화국영웅인 류대국 렬사를 비롯한 참전용사들의 가족이 보금자리를 편 새별거리로 향하였다.참전렬사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이 중학시절 즐겨 부른 노래들도 유가족들과 함께 부르면서 조국이 기억하는 참된 아들이 되려는 불같은 맹세를 피력하였다.」

「렬사들의 가정을 찾은 이들은 유가족들 앞에서 사랑하는 이 땅의 귀중한 모든것을 마음에 소중히 안고 그앞에 언제나 떳떳한 삶을 살려는 하나의 지향으로 용감히 싸운 렬사들처럼 부모님들과 선생님, 모교의 자랑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새별거리를 끊임없이 찾고찾는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에게 렬사의 유가족들은 군사복무의 나날을 언제나 위훈으로 빛내여나갈것을 절절히 당부하였다.」

◆ "나는 진정한 영웅이 된다"며 특수부대 지원 늘어

이런 선전의 효과 때문일 것이다. 올해 젊은이들 중 '진정한 영웅이 된다'며 특수부대에 입대를 희망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고, 입대를 축하하는 행사를 학교 단위로 성대히 실시하고 있다고 협력자는 말했다.

"지금까지는 군사동원부에서 지급된 군복을 입고 1~2일 후에 배치처로 출발했는데, 올해는 다시 한 번 고향에 돌아가 성대한 환송회를 학교에서 하고 있다. '영웅이 되어 오라'며 꽃다발을 주고, 교문을 나올 때는 줄을 서서 배웅했었다."

한편 북한 국내에서는 엄청난 수의 병사가 러시아 전장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전장에 보내지는 일이 없도록 건설전문부대에 아들을 지원시키는 부모도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협력자는, 군입대 시기인 지금 사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입대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울면서 걷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아이들은 철이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니 (입대를) 기뻐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하고 끝났다는 소문을 듣고 안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문에 관해) 당국은 유언비어라고 하지만, 없는 말이 소문이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들이 전사한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도

길주군에서는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외동아들을 러시아 전장에서 잃고 정신이상을 겪게 된 어머니가, 아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체격이 비슷한 젊은이만 보이면 쫓아다녔다고 하더라고요. 국가는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정신병원에 보냈다고 해요. 그 집 아버지는 삶을 포기한 듯 매일 술에 의지하며 일도 나가지 않고 지낸다고 합니다. 전사자 가족을 모두 평양으로 데려가겠다는 것도 이런 문제를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이런 이야기가 퍼지면서 걱정하는 부모가 끊이지 않습니다."

◆아들이 입대하는 부모에게 특별휴가, 대학 진학 인센티브도

협력자에 따르면, 당국은 입대에 즈음해 올해는 우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입대할 자녀가 있는 가정에 출발 전까지 휴가를 주고 있어요. 해당 가족은 시내 숙박시설이나 편의봉사시설(식당 등)에서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다만 입대자 1명당 가족 1명까지만 무료이며, 나머지는 비용을 내야 합니다. 여유가 있는 기업은 식량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또한 5년의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우수한 청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아시아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군 복무 기간은 남성은 의무제로 10년, 여성은 지원제로 7년이었다. 제대할 무렵이면 남성은 28세, 여성은 25세 전후가 되어버리니까 공부를 희망하는 젊은이에게 5년 복무 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조건은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다.

다음 회에는,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시작한 새로운 '영웅신화 만들기'가 낳는 비극과 위험성에 관해, 북한 정예부대 출신 탈북민의 분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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