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 총파업에 제동 "평시 수준 유지해야"

법원,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대부분 인용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노조가 쟁의행위 중에도 안전보호시설 및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채권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하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이날 인정한 안전보호시설에는 방재시설, 배기, 배수시설이 포함된다. 또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 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보안작업으로 봤다. 보안 작업에는 △설비 관리 업무(설비 내부 배관 관리 업무, 마스크 세정설비 약액 관리 업무, 웨이퍼 배출 관리 업무 등) △제조 관리 업무(웨이퍼 정체 관리 업무 등) △공정 관리 업무(웨이퍼 정체 관리 업무, 공정 불량 발생 모니터링 및 후속 조치 업무 등) △인공지능(AI)센터 시스템 관리 업무 등이 해당된다.


아울러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와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의무이행을 담보하도록 삼성노조 2곳에 “금지결정 위반시 1일 1억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정상적'의 의미를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즉 평시와 같은 상태”라고 해석했다.


또한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함을 입법 취지로 한다”며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보안 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업시설의 손상 방지' 및' 원료·제품의 변질·부패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수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성전자의 파업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산업 전반,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의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손해나 위험은 사후적인 금전배상 등을 통해서는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을 감안해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설의 경우 설비가 한번 손상되면 수리를 거쳐 다시 재가동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쟁의행위 기간 중이라 해도 시설 손상 방지를 위한 작업은 평상시와 같은 정도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조의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 요구 등에 대해서도 “‘파업할 테니 일을 덜 시켜라. 그러면 문제가 안 생긴다’는 취지”라며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24시간 가동되는 연속순환 공정의 특수성과 웨이퍼의 고유한 특성상 웨이퍼의 공정 대기 한계시간과 정해진 보관용량이 초과되는 경우, 일정 시간 내에 후속 공정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산패, 화학물질 증착, 과도한 식각 등을 원인으로 웨이퍼가 변질될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일시적인 가동 중단조차 수율 저하, 웨이퍼 손실, 설비 재가동 비용 등 막대한 직접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웨이퍼 관련 작업이 설령 궁극적으로는 생산과 관련되거나 적극적인 생산활동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작업이 중단될 경우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예방하고자 하는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의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측의 가처분 신청 중 일부 항목은 기각했다.


기각 항목은 ▲ 채무자들이 쟁의행위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협박을 사용하는 행위 ▲ 채권자 소속 근로자들, 임직원에 대한 방해금지 ▲ 전국삼성노조 및 우하경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이다.


이번 결정은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나와 향후 노사 관계 및 막판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총파업 이전 마지막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했으며,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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