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산 속으로 도망치는 도시 주민

탈북자로 오해받을까 '살기 힘들어 山에 간다'라고 편지 써놓고 집 비워.
산 속의 밭을 경작하기 위해 산길을 오르는 노인들. 2013년 6월 북부 지방의 산 속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공궁한 도시 주민 가운데 '최후의 수단'으로, 산속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살아남으려는 '화전민'이 양강도에서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라면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남성이나 이혼한 여성 외에도 당원까지 있다고 한다. 대체 왜 산으로 가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현금 수입 감소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있다. 양강도 혜산시의 취재협력자가 5월 중순 전했다.

◆1년 만에 백미 233%, 옥수수 163% 상승

'화전민'이란 거주지를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들판을 태워 밭을 일구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존재했었는데,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기근 시기에 대량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식량을 가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 비바람을 겨우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비닐 천막이나 임시 움막 안에 몸을 숨기고 자급자족하며 생활한다. 당연히 전기도 수도도 없으며, 도시와는 단절된 원시적인 삶이다. 협력자는 최근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협력자는"먹고 살기 힘들고 장사도 못하니까 산에 들어가 산나물을 캐거나 밭을 일구어 생활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럴까?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장사 등 개인의 경제 활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도시 주민들의 현금 수입은 급격히 감소했다. 게다가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백미가 233%, 옥수수가 163%나 상승하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아시아프레스 조사). 국영기업의 노임(급여)은 고정되어 있어 구매력은 급락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산에 들어가는 것일까?

"노인이 많지만, 홀아비도 있고 이혼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여성도 있다. 남성은 40대 이후, 흰머리가 난 정도의 나이가 많다. 물가가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시내에서의 생활을) 포기한 것이겠지. 당원도 있다고 들었다."

(참고사진) 급경사면에 개간된 밭이 보인다. 개인이 불법으로 경작한 '소토지'이다. 가난한 '화전민'은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자급자족을 시도한다. 2024년 10월 자강도 만포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기업이 가동 못해 한창 일할 나이에 산으로

동시에 김정은 정권은 식량 유통을 장악하고 국가의 통제 아래 두었다. 장마당에서의 식량 판매가 금지됐고, 주민들은 기업에 근무해 받는 소량의 식량 배급에 더해, 국영 식량 전매점인 '량곡판매소'에서 구매하는 것 외에는 주식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기업에 따라 배급과 노임이 밀리거나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일부 가동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돈벌이가 안 된다. 무역과 임가공 외에는 전부 힘들고, 주변을 봐도 임가공 안 하는 사람이 없다."

공장을 가동하려 해도 심각한 자금난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에서 반입된 원재료로 가발이나 속눈썹 등을 만드는 내직(임가공이라 부른다)으로 수입을 얻는 주민이 많다는 것이다.

즉, 직장에서 배급을 받고 부족한 식량은 '량곡판매소'에서 노임으로 사서 생활한다는 제도 설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국가는 일할 사람이 없는 '절량세대(먹을 것도 돈도 바닥난 가구)'에는 동사무소를 통해 무상으로 소량의 식량을 지급하고 있다. 협력자가 "홀아비나 이혼 후 부모를 부양하는 여성들이 산으로 들어갔다"고 말하는 것은, 일할 사람이 한 명뿐이고 직장에 나가야 하지만 노임도 식량 배급도 충분하지 않아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 산불 나면 벌금 1000만 원 또는 교화형

산에서 화전민으로 산다는 것은 주민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일지라도, 국가에서 보면 직장과 조직에서 이탈하는 행위다. 혜산시 노동당위원회는 '화전민'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5월 16일에는 여성동맹 강습과 생활총화에서 생활이 힘들다고 산에 들어가거나 산림을 함부로 개간하거나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면서, 산불이나 산사태 등을 일으키면 벌금 1000만 원, 심각한 경우 교화형(징역)에 처한다고 통지했다.

각 조직에서도 조직생활을 하지 않고 산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을 조사해 장악·통제하라는 당위원회의 지시가 전해졌다. 여성동맹에서는 5명이 한 조가 돼 조직생활에서 빠지는 사람 없이 상호 감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여성동맹 :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되는 조직.

※ 조직생활 : 북한의 모든 주민은 직장과 여성조직, 청년조직 등에 소속돼 노동당에 의한 일상적 통제를 받고 있다. 조직에서 이탈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 1000만 원 : 한화 약 26만 원(5월 22일 환율 기준). 국영기업 일반 노동자 월급이 3만 5천~5만 원 정도이므로, 약 20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이다.

◆ "산에 간다"라고 굳이 편지 남기는 이유

혜산은 중국과의 국경 도시이기 때문에 장기간 집을 비우고 직장에도 나오지 않으면 탈북 의혹이 생긴다. 탈북은 정치 문제로서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산에 들어가기 전에 편지를 두고 간다고 한다.

"○○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4세대가 산에 갔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집단 탈북이라고 난리가 났는데, 백암 방면의 산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중국으로 도망갔다고 의심받지 않도록, 산에 들어갈 때는 '살기 힘들어서 산에 간다'라고 편지를 써놓고 집을 비운 뒤, 한 달에 한두 번씩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당국은 화전민 단속을 위해 산속까지 순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요원하다.

"단속해도 잡히는 건 노인뿐이다. 젊은 사람들은 몸을 숨겼다가, 단속이 끝나면 다시 오두막에서 생활한다. (정부는) 조직적으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시내로)데리고 돌아가도 굶어죽을뿐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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