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날, 이재명 대통령은 굳이 자신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를 새삼 보여줬다. 그동안 얼마간 잊혀졌던 '이재명은 이런 사람이었지' 하는 그의 야비함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이다.
일본의 한 신문이 <힌국 대통령, 월드컵 조별 탈락에 '이례적으로' 분노했다>라고 보도한 것처럼, 이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X(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무능한 지휘관'은 누가 봐도 홍명보 감독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도 아니고 명색이 대통령이 군중들의 실망과 분노에 올라타 패장인 축구대표팀 감독을 같이 때리고 있는 것이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이런 자잘한 대통령이 지금껏 있었나.
홍명보 감독은 대통령이 안 때려도 이미 심신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많이 두들겨맞은 상태였다. 이번 참패에 어쨌든 마음 고생과 낙담, 후회, 반성을 가장 많이 했을 이도 아마 홍명보일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부족 탓인지, 아니면 감독의 형편없는 전술 탓인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졸전을 펼친 선수들도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도 전임 명예 프로축구단장이자 심정적 붉은악마로서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칼 베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게 과연 대통령에 걸맞는 행동인가. 차라리 '댓글러'로 전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또 대통령이 무슨 축구칼럼니스트나 해설위원처럼 "이번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라는 식의 논평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공은 둥글다.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이 있다. 우리 감독과 선수들이 일부러 지려고 했던 게 아니고, 맞붙었던 상대팀이 실력에서 더 나았던 것이다.
패자의 등 뒤에 칼을 꽂는 것은 가장 쉽지만 가장 비겁한 짓이다. 가뜩이나 울적했던 홍명보는 대통령의 SNS 직후 감독직에서 바로 물러났다. 아마 그에게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향후 인생에서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자다가도 이재명이 떠오르면 가위에 눌릴지 모른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의례적이라도 "비록 경기결과가 큰 실망을 안겨줬지만 선수들과 코치진도 그동안 수고 많이 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봅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메시지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격조없이 '무능한 지휘관' 운운하며 굳이 안 때려도 홍명보는 스스로 물러났을 것이고, 대한축구협회는 알아서 비상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SNS글에는 "최휘영 문화체육부장관님과 관련 공무원 여러분 애쓰셨다"는 말밖에 없다. 정부 공무원들이 선수들과 코치, 스태프진보다 먼저 챙길 대상인가.
이 대통령은 또 "공사구별을 못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본인이 좀 창피하지도 않나.
국정에서 공사 구분을 못하고 본인과 관련된 변호인들이나 사적 관계가 있는 함량 미달 인사들로 정부 요직 곳곳에 꽂아온 '엉터리 인사'를 하고 있는 이가 바로 이 대통령 아닌가. 매일 거울을 볼텐데 뭘 보는지 모르겠다.
* 아래 글은 이재명 대통령이 X에 올린 글 전문이다.
최휘영 장관님과 관련 공무원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저도 전임 명예 프로축구단장이자 심정적 붉은악마로서 예상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낍니다.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습니다. 능력보다 네편내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공사구별을 못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조직은 민주적 구성과 통제, 권한과 책임의 일치가 중요합니다.
민간 영역의 민주적 지도력 구성과 객관적 감시견제 체제 확립은 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입니다.
농협 임원구성을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것처럼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등 체육단체는 최협의의 대의원에 의한 소수 간접선거제가 아니라 관련 체육인 모두에 의한 직선제를 도입하도록 행정지도를 하시도록 지시했는데 잘 이행중인 것으로 압니다.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위해 엄격한 감시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행위와 결과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컵 출전에도 많은 국민 혈세와 국가적 지원역량이 투입되는 만큼 문체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 원인 분석, 재발방지와 개선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주시기 바랍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로 국민들께 깊은 실망을 안겨드린 점 매우 송구합니다.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