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삭주군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집에 쌀 한 톨 없어

"농사 지어도 남는 것 없고 빚만 늘어나니 삶에 대한 희망 잃는 것"…농촌 주민 생활고 심각.
최근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가족은 도시에서 살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농촌으로 이주해 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가족이 빚 때문에 집을 사실상 빼앗기다시피 해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숨진 부부는 살아생전에도 동네 주민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자녀들만 또래 아이들과 가끔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달 중순 이 집 자녀들과 함께 놀기 위해 찾아온 동네 아이들에 의해 쓰러진 일가족이 발견됐다. 집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일가족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이후 아이들이 “집에 사람들이 누워 있는데 일어나지 않는다”며 주변에 알려 어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으나 일가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당시 집 안에 연탄을 피운 흔적과 가스 냄새가 남아 있어, 이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인민반장이 군 안전부에 신고해 안전원들이 현장 조치를 취했으며, 친인척들에게 연락이 닿아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일가족 사망 당시 집에 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힘들게 살 바에야 눈을 감는 게 낫다”,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쩌냐”며 저마다 복잡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소식통은 “농촌에 식량이 떨어져 산에서 풀을 뜯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세대가 적지 않다”며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가을에 분배받은 식량으로 봄에 고리대로 진 빚을 갚고 나면 빈손이 되고, 결국 다시 또 빚을 져서 생활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생활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사를 힘들게 지어도 손에 남는 것이 없고 빚만 늘어나니 농촌 주민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는 것”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간혹 일어나지만, 나라에서 이런 일을 반동적인 행위로 취급하고 쉬쉬하기 때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북한 당국이 공식 매체를 통해 농촌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농촌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생계난과 채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채권자들이 추가 식량이나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빚을 지고 사는 농촌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일부 농촌 지역 주민들은 약초나 사금 채취 등 각종 부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돈벌이에는 한계가 있어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농촌 주민들은 국가가 거둬가는 식량만 줄어도 어떻게든 연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새집을 지어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주민들이 배를 곯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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