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 개혁이 화두에 올랐는데 엉뚱하게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본투표(당일투표)를 이틀간 실시하는 방안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기존 사전투표의 장점을 본투표에 전면 통합하여 선거의 투명성과 참정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안이라며 본투표를 이틀 실시하고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案(이하 ‘국힘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고 그 부작용이 매우 심각해 사전투표제를 실시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퇴행하는 안이다. 과연 본투표 이틀 실시하는 방안이 사전투표의 장점을 흡수하고 동시에 투명성과 참정권을 확보하는지 살펴보자.
1. 유권자 투표 편의성을 저해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국힘안’은 전국 자율투표소를 전국에 총 304개소를 설치하여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나 생활공간이 달라 본투표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관외지역 자율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고,(현재의 관외사전투표와 비슷하나 본투표일 이틀 동안에 투표 가능) 구,시,군 자율 투표소를 전국에 7~8천개소를 설치하여 관내지역의 유권자들이 투표하도록(현재의 관내사전투표와 당일투표를 합친 형태) 한다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유권자들이 투표소의 접근성이 떨어져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실질적으로 유권자의 참정권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한다.
현재 사전투표소는 전국의 읍,면,동에 1개소씩 약 3,500개소에 설치되고, 당일투표소는 약 14,500개소가 설치되어 운영된다. ‘국힘당안’은 관외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소가 304개소에 불과해 현재의 사전투표소 3,500개소의 1/10에 불과하다. 그만큼 관외투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국힘당안’의) 전국 자율투표소 근접성이 떨어져 관외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사전투표제에서보다 월등히 많아질 것이다. 이는 과거 부재자투표 당시의 부재자투표를 한 사람들이 일반인의 경우 15만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부재자투표소는 시,군,구당 1개소에 설치, 운영해 ‘문상부안’의 자율투표소 304개소와 비슷했다.
본투표율도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다. ‘국힘당안’의 본투표소는 7~8천개소로 현행의 본투표소 14,500개소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본투표소도 현행보다 ‘국힘당안’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유권자들이 불편을 느껴 투표 포기하는 일이 발생해 이는 실질적으로 참정권을 제한하고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본투표소가 많으면 투표율이 올라가고, 적으면 떨어진다는 사실은 21대 총선의 수도권 지역별 사전투표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전투표소가 많아 사전투표소당 선거인 수가 적으면 사전투표율이 올라가고 사전투표소가 상대적으로 적어 사전투표소당 선거인 수가 많은 지역은 사전투표율이 떨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사전투표소가 17개로 사전투표소당 선거인수가 7,913이었는데 사전투표율은 34.56%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금천구는 사전투표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소가 10개에 불과해 사전투표소당 선거인수가 20,773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아 사전투표율이 25.08%로 서울 최저를 기록한 것도 투표소의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그 동안 거소투표, 선상투표, 재외국민투표를 해오던 병원 입원자, 요양원 입소자, 재소자, 선박을 운행 중인 선원들, 유학생, 해외 여행객, 해외 공관원들, 해외 주재원들, 해외 교민들은 ‘국힘안’이 통과되면 아예 투표권 자체를 박탈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본투표일 이틀 동안 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투표지 부족 사태로 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받은 일이 벌어졌는데 오히려 유권자들의 편의성(접근성)을 떨어뜨려 실질적으로 참정권을 더 제한하는 대안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일 뿐이다.
2.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하는 ‘국힘안’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안이다.
관내 유권자가 투표하는 구,시,군 자율투표소에서 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관외 유권자가 전국 자율투표소 304개소에서 투표한 투표지를 투표소 현장에서 개표하는 것은 이론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런지는 지방선거의 경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광역의회의원비례대표, 기초의회의원 비례대표, 시도 교육감, 총 7개 선거가 치러진다.
관외투표가 이루어지는 전국 자율 투표소에서는 전국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광역의회의원비례대표, 기초의회의원 비례대표, 시도 교육감 투표지가 다 나오게 된다.
시,도지사 투표지 17종, 시도 교육감 투표지 17종, 시,군,구의 장의 투표지 226종, 시,도의회의원 투표지 약 670종, 시,도의회의원 비례대표 투표지 17종, 시,군,구의회의원 투표지 약 1,190종, 시,군,구의회의원 비례대표 투표지 226종이다. 따라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용되는 투표지는 모두 합하면 약 2,360여 종에 이른다.
즉, 관외투표가 이루어지는 전국 자율투표소 한 곳에서 이론적으로 약 2,360여 종의 투표지가 나올 수 있다. 보통은 500~1,000종의 투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1차로 시도 단위의 광역별로 투표지를 분류하고, 2차로 시,군,구 단위로 분류하여 개표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개표사무원이 500~1,000 종의 투표지를 각각 별도로 분류하고, 또 이의 개표결과를 개표상황표에 기입하고 그 결과를 선관위에 통보(입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표사무원이 지역별로 투표지를 분류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고성군 군의회의원 ‘가’ 선거구” 투표지가 있다면 이 투표지를 시도별로 분류해 넣을 경우 경남으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강원도로 분류할 것인지 헷갈린다. 경남에도 강원도에도 고성군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고성군이 경남에 있는지, 강원도에 있는지 조차도 모를 개표사무원이 태반일 텐데 순수 수개표로 지역별 분류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사람들도 가평이 경기도인지 강원도인지 헷갈리는데 말이다.
이천시의 한 지역의 경기도지사 선거 투표지와 안산시의 한 지역의 경기도지사 선거 투표지는 동일하다. 관외투표는 바코드로 선거명, 해당 선관위, 투표한 투표소, 일련번호가 나오기 때문에 바코드로 인식하지 않으면 투표지의 해당 선관위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다. 즉, 사람이 투표지를 분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투표지 분류기를 통해서만 해당 선관위 분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고 투표지 분류기가 없으면 ‘국힘안’은 불가능한 투개표제이다. 문제는 투표지 길이가 길어 투표지분류기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다. 총선에서의 비례대표후보나 지선에서의 시도(시군구)의회의원 비례대표후보 투표지는 길이가 40cm 이상을 초과해 현재의 투표지 분류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하지 않고 순전히 수개표만으로 개표하겠다는 ‘국힘안’은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이론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 안이다.
그리고 개표상황표를 전국의 자율투표소 304개소가 각각 500~1,000장의 개표상황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지 않다. 한 개소에서 나오는 투표지 종류가 500개라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관외투표지 개표를 위해 304*500=152,000장의 개표상황표가 작성되어야 하고, 이를 선관위에 통보(입력)해야 한다.
설사 이게 가능하다하더라도 수많은 오류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개표상황표의 수치를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투표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의 역량이 도마에 올라 선관위를 개혁하고자 한다면서 오히려 투개표업무를 복잡하게 만들어 선관위 업무를 가중시키고 오류와 실수를 현행보다 수백 배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3. 보안성과 신뢰성은 더 떨어진다
현행은 사전투표 시에만 전산망을 통한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하고 당일투표에서는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에 대해 사전투표를 한 사람은 사전투표를 했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paper 선거인명부를 사용한다. 하지만 ‘국힘안’은 본투표 이틀 실시하는 동안 모두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해야 한다.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해킹 위험이 더 커진다.
현행 당일투표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각 투표소별 선거인의 paper 선거인명부에 서명하면 되지만, ‘국힘안’의 당일투표 시에는 신분증 확인과 함께 사전투표소에 있는 컴퓨터로 신분확인과 투표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그리고 투표사무원은 투표하러 온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했는지를 세심하게 컴퓨터의 전산망을 통해 살피고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될 때만 투표지를 교부해야 한다.
전국 자율투표소에서 개표된 관외투표지는 결국 해당 선관위로 우편을 통해 우송되게 되어 있어 관외사전투표와 마찬가지로 우체국의 우송과정에서 선관위나 경찰의 감시가 없다. 이것 역시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7~8천 개소의 투표소에서 개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리감독, 감시가 소홀해져 부정 개입의 여지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는 251개소에서 개표를 하기 때문에 각당 개표참관인 뿐아니라 일반인 참관인, 언론들, 유튜버들이 밀착하여 개표과정을 감시할 수 있지만, 7~8천 개소가 되면 각당에서 개표참관인조차 다 투입할 수 없고, 현재와 같은 철저한 관리감독과 감시는 엄두도 못 낸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관외투표소인 전국 자율투표소 304개소에서 수십만 장의 개표상황표를 작성하고 입력하게 되면 실수와 오류를 막을 수 없는데다 7~8000개소의 투표소(개표장)에서 나오는 개표결과를 집계하고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보다 훨씬 오류 발생이 심해진다. ‘국힘안’이 보안성과 신뢰성이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4. 재검표 시에는 혼란이 발생하고 부정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현행 관외사전투표는 관외사전투표를 담은 봉투가 우편으로 해당 선관위로 우송되고, 개표장으로 이송되어 개표되고 개표상황표에 기록된다. 그리고 개표가 끝나면 투표지는 선관위로 이송되어 보관된다. 재검표가 있을 경우 선관위에 보관된 투표지를 재검표하게 된다.
만약 관외사전투표지 봉투가 우송과정에서 오송, 훼손, 멸실되어 실제 관외사전투표자 수와 해당 선관위로 도착한 봉투 수가 달라도 개표 시에는 해당 선관위로 우송된 투표지만 개표하고 개표상황표에 기록된다. 재검표 시에도 이 투표지를 재검표하기 때문에 개표할 때의 투표지 수와 재검표하는 투표지 수는 일치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힘안’의 경우는 다르다.
전국 자율 투표소에서 관외투표한 투표지는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되어 개표현황표에 기록되고 이것이 최종 투표수로 확정된다. 개표 후에는 각 투표지들은 해당 선관위로 이송된다. 우체국을 통해 우송되는 과정에서 주소의 오기입, 오송, 훼손, 멸실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해당 선관위에 도착하여 보관된 투표지 수는 관외투표한 수보다 적고 개표한 수보다 적어지게 된다. 재검표를 하게 되면 개표상황표에 기록된 투표지 수보다 적은 투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국힘안’의 경우는 한 봉투에 해당 선관위가 관할하는 투표지를 모두 함께 담아 우송하기 때문에 이 봉투에는 수 십장, 혹은 수 백장의 투표지가 들어갈 수 있는데 봉투 하나가 오송, 훼손, 멸실되면 한 지역의 투표지가 개표상황표의 투표지 수보다 수십, 수백장이 적어지게 되어 재검표가 무의미하게 된다. 이럴 경우 또 부정선거 의혹의 빌미가 된다.
5. 비용이 기존 사전투표제 대비 절감된다고?
‘국힘당안’은 비용이 현행 사전투표제보다 훨씬 증가한다. 304개소의 전국 자율투표소와 7~8,000개소의 시군구의 자율투표소에서 개표를 하려면 설비해야 될 시설물과 장비, 인력은 현행보다 훨씬 많게 된다.
투표사무원을 개표사무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투표 때와 개표 때 동원되는 인력은 다르다. 투표보다 개표 인원이 2배는 더 들게 된다. 개표장에 소방, 정전 대비 발전시설 등이 필요하고 경찰, 소방대원들도 각 투표소(개표소)에 상주시켜야 한다.
유무효표를 가리고 합의하기 위해서는 각당의 투표참관이이나 선관위원들이 7~8천 개소의 각 투표소(개표소)에 모두 투입해야 하고, 개표결과를 최종 확정하고 발표하려면 또 이에 필요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현재는 251개소의 개표장인데 ‘국힘안’은 7,304~8,304개소로 30배가 넘는 개표소가 되는데 개표 비용이 현행보다 적게 든다는 것이 말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