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더위 피하려 판 구덩이에서 자다 생매장

부유층에는 에어컨 보급, 일반주민은 폭염에 무방비 노출…노골적인 '냉방 격차'
(참고사진) 늦여름에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코로나 사태 이후 강변 출입을 엄격히 단속하기 때문에 이제 이런 풍경은 볼 수 없다. 2019년 9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폭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지만, 모두가 똑같이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북한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냉방 설비(에어컨)를 이용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가 폭염 앞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때로는 사람의 생사를 가를 정도가 되고 있다.

◆ 북한 주민의 혹서기 대책
북한에서도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올해 7월 초부터 8월 초에 걸쳐 북부 지역의 최고 기온은 33℃, 동부 지역은 37℃, 남부 지역은 38~39℃였다. 8월 상순 양강도 혜산시의 취재협력자는 "올해 수확은 완전히 글렀다는 농장이 많다. 크게 자란 강냉이(옥수수)도 가뭄 때문에 익기 전에 잎이 말라 죽고 있다. 농작물뿐만이 아니다. 낮에는 3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대신 밤에 일하도록 당국이 요구하고 있지만, 열사병으로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농작물의 폭염 피해 실태에 대해서는 별도 기사로 다룬다.

올여름 서울의 최고 기온이 39도에 달했을 때, 서울 시민들은 더위를 피해 실내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혜산시 주민들은 땅을 1미터 정도 파서 만든 구덩이나 그늘진 창고, 혹은 강변으로 향했다. 부유층이나 특권층 간부 일부는 에어컨을 소유하고 전력 공급도 우선적으로 받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있어 봤자 선풍기 정도이며 이마저도 전력 부족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 피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폭염 대책으로 북한 당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야외 활동을 피하고, 대신 아침과 밤에 일하도록 지시했다. 그 외에는 모자나 양산, 색안경(선글라스)을 착용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에어컨 대신 구덩이, 선풍기 대신 창고
정부 말만 듣고 있어서는 당연히 더위를 피할 수 없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대안을 찾으려 하지만, 그 때문에 참사를 당하기도 한다. 혜산시의 협력자는 "집 안도 밖도 더워서 잘 곳이 없다. 창고에 판 구덩이 속에서 자던 일가족 전원이 흙에 묻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협력자는 "아파트 안은 난로 같아서, 아파트 앞에 이불을 깔고 자거나 창고에 들어가 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까지 양강도에 거주한 한 탈북자는 "일반 주민은 여름이 되면 창고 주위를 햇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천이나 판지로 둘러싸고, 잠자리를 만들어 자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폭염 대책은 거의 변함이 없는 듯하다.

◆ 폭염이 드러내는 주민 격차
북한 주민이 한여름 밤에 집을 떠나 구덩이나 창고로 향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돈을 들이지 않고 열대야에서 벗어날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서다. 이보다 쾌적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협력자는, "올해 여름에는 모기장이 인기가 많다. 강변에 모기장을 설치해 밖에서 자는 사람이 많다. 전문적으로 이동식(간이) 침대 등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요금은 침대와 모기장을 합쳐서 하룻밤에 6000원에서부터 비싼 것은 3만 5천원까지 있다"라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의 조사에 따르면 국영기업 근로자의 1개월 노임(급여)은 3만 5000~5만 원 정도다. 하룻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노임의 반달치 이상을 지불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강변이 돈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으로 변모한 셈이다.

또한 협력자는 "(중국산)에어컨이 (혜산을 통해) 대량으로 들어왔지만, 모두 평양이나 대도시로 빠지고 여기(북부 지역)에서는 간부나 부유층만 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돈도 권력도 없는 일반 주민에게만 무더위의 영향이 직격하는 것이다.

구덩이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변에서 유료 모기장과 이동식 침대를 빌려 더위를 식히는 사람, 그리고 전력난 속에서도 냉방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과 특권층이 있다. 폭염에 의해 '계급 격차'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하면 폭염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것이 북한 일반 주민들의 여름철 현실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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