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교(京郊)의 버들, 겸재와 사진으로 만나다

조의환 사진 전시회/버들바람…2026년 9월4일~9월10일, 한벽원미술관

조의환 사진 | 버들바람

겸재의 버들 따라 시간을 덜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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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4일~10일

한벽원미술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83

02-732-3777

관람시간 10:00~18:00(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내가 기거하는 누옥(陋屋)은 3백 년 전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나고 자라며 활동하던 인왕과 북악 자락에 있다. 그러니 살면서 선생이 사시던 동네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집을 나서 창의문(彰義門) 고개를 지나 내려가면 먼저 선생이 나신 순화방(順化坊, 청운동 부근)이다. 오른쪽을 보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가 눈앞이고, 당신의 옥인동 집을 그린 ‘인곡유거(仁谷幽居)’가 바로 이어진다. 더 내려가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으로 들어가 궁궐을 마치 내 집 정원인 양 느긋하게 거닐며 300년 전 선생의 그림에 담긴 풍경을 떠올리는 소소한 특권을 여러해 누린다.


내 사진의 출발은 들판으로 사생(寫生)을 다니던 어린 시절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못다한 사생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사진으로 풀기 시작했다. 이후 미술사를 들여다보다 ‘진경산수(眞景山水)’를 알게 되고, 겸재의 ‘한양 진경’을 보며 서울과 근교의 아름다운 옛 모습 속에 녹아 있는 버드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한양 진경 속에 무심한 듯 등장하는 버드나무는 결코 그림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머리채처럼 늘어진 수형(樹形)과 빛나는 녹색은 나를 300년 전 겸재의 시대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매화와 소나무, 대나무가 화재(畵材)로 인기를 누려온 데 비해, 버드나무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도 내 관심을 끄는 데 한몫했다. 그렇게 나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는 70 대에 접어들어 버들을 좇아 나서게 되었다.

 

 

작가노트

 

경교(京郊)의 버들, 겸재와 사진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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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내 사산생태공원

 

수원 화성 20260412.jpg

수원 화성

 

버드나무는 우리 전통 시문학에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이자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징표로, 귀신을 물리치는 영물로, 때로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매개로 자주 등장한다. 대중가요 노랫말에서도 고향을 그리워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으뜸 소재다. 불가(佛家)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쥐고 정병 속 불사의 감로수를 고통받는 중생에게 뿌리는 ‘치유와 자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민간과 한방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버들잎과 가지는 이뇨, 진통, 해열제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 역시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개울과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친근한 버드나무는 우리나라에만 40여 종이 자생한다.


버들을 찾아 한강을 위아래로 분주히 드나들다 보니, 어느새 내가 겸재의 ‘정선 필 경교명승첩(鄭敾 筆 京郊名勝帖)’에 기록된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서울 근교와 한강변의 명승이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산업화로 도시가 확장되고 새 길이 나고, 개천과 강이 정비되는 사이, 버들이 대부분 사라져 이제는 버드나무가 있는 곳을 찾기조차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겸재의 진경산수는 실경의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왜곡과 변형을 통해 회화적으로 대담하게 재구성한 것이 압권이다. 그러니 감히 그 놀라운 경지를 사진으로 흉내 낸다는 것은 애당초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사진(寫眞)’은 글자 그대로 ‘진짜처럼 베끼는 것’인데, 프레임 밖으로 빼내어 버릴 것과 속에 가두어 둘 것을 선택하는 행위, 그것이 사진의 한계이자 본질이다.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요소를 과감히 덜어내고 계절과 사랑과 이별,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아련함을 살려본다. 수묵화 같은 여백미와 간결한 구성을 추구해 보려 했으나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계절, 시간, 날씨 그리고 그것을 싸안고 있는 상황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버들을 그려본다.


2026년 가을

조의환

 

** 전시와 함께 사진집‘조의환 사진|버들 바람’(도서출판 윤진)도 발행합니다.


조의환 사진-버들바람 185-239 160쪽 양장본 도서출판 윤진 .jpg

 

 

조의환 曺義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전공 졸업, 1976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수료, 1985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신문출판전공 석사, 2001

 

사진가 조의환 - 김녕만 촬영.jpg

작가 조의환

 

개인전

2026  ‘버들바람’(한벽원미술관, 서울)

2024  조의환의 주마간산 미국 서부(잇다프로젝트 연남, 서울)

2022  ‘밧디 댕겨왔수다’(김만덕기념관, 제주)

2021  ‘밧디 댕겨왔수다’(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17  ‘바뚜루뚜루’(갤러리나우, 서울)–방글라데시 차크마족 난민을 위한 자선 전시

2012  FLUX II(갤러리나우, 서울)

2011  FLUX I(갤러리두인, 서울)

 

그룹전

2025  송설100주년 동문전(Die Hütte Gallery, 서울)

2025  9색전(DIAMOND G,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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