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금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이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공개적으로 당을 향해 경고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부정선거론이라는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주장에 매달려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의혹을 덮자는 것이 아니라 선거법 전문가, 통계학자, 전·현직 선관위 관계자, 시민사회, 그리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 참여하는 공개 대토론회를 열어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은 부정선거 의혹을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자는 태도다. 그런데 같은 당의 주진우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선관위 대변인인가, 국조특위 위원장인가"라고 비판하고, 윤 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힘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정당처럼 취급했다고 공격했다. 주 의원은 윤 의원의 공개토론 제안 등을 선관위 감싸기로 규정하고 특검 수사를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누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힘을 빼고 있는가? 윤상현 의원인가, 아니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계속 확대하면서 당 내부의 갈등까지 키우고 있는 정치인인가?
윤상현이 주장한 것은 '선관위 무죄'가 아니라 '증거로 검증하자'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의 주장을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윤 의원은 선관위의 관리상 문제나 행정착오가 없었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실제 조직적·계획적 부정선거를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공개 재검표가 무산된 데 대해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밝히면서, 부정선거가 실제로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를 확산시킨 사람들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쌍둥이 득표수와 개표 결과 착오 입력 등의 의혹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과학적 검증과 객관적 증거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태도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것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투표용지 부족이 있었다면 왜 발생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개표 과정에서 입력 오류가 있었다면 어떻게 발생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가 있었다면 그 처리 과정이 규정에 맞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조사하는 것과 "그러므로 선거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이 선을 구별해야 한다.
주진우 의원의 '투표지수보다 득표수가 많은 유령 투표소 46곳' 주장은 먼저 검증해야 한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 8월 26일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보다 득표수가 많은 이른바 '유령 투표소'가 전국 46곳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투표용지 교부수가 73,271매인데 득표수가 73,372표로 101표 많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서울 송파구 기초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는 57표, 춘천시의회의원선거 춘천시나선거구에서는 16표가 각각 더 많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이 숫자 차이는 그 자체로 확인하고 조사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왜 차이가 발생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숫자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유령이 투표했다.", "득표수가 조작됐다.", "선거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추론의 비약이다.
실제로 보도된 자료를 보면 계양을 사례에서 대조조서의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는 102매로 기재됐지만 개표상황표에는 213매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주 의원 측 분석이다. 선관위는 규정상 별도 분류해야 할 일부 투표지를 정상적으로 구분된 투표지 바구니로 옮겨 개표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설명이 옳은지, 잘못된 것인지도 다시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자료 간 숫자 불일치가 곧바로 투표조작이라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례는 "개표관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가"를 확인해야 할 사안이지, 그 자체가 "유령이 투표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의혹'과 '증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선관위 자료를 분석해서 이상한 숫자를 발견했다면 국민에게 알릴 수도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요구된다. "이상하다"와 "부정이다" 사이에는 거대한 증거의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표수 100, 득표수 101이라는 숫자가 발견됐다고 하자. 이것은 분명 조사해야 할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뒤따라야 한다.
1) 투표수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2) 해당 선거에서 다른 선거의 투표지가 혼입되지는 않았는가? 3)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는 어떻게 처리됐는가? 4) 대조조서와 개표상황표는 동일한 집계 단계를 나타내는가? 5) 후보자 득표수 외에 무효표와 기타 분류표는 어떻게 처리됐는가? 수정·정정된 기록이 있는가? 6) 실제 투표지 실물과 최종 개표상황표가 일치하는가? 7) 이 차이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가? 8) 동일한 유형의 오류가 전국적으로 어떤 패턴으로 발생했는가? 9) 의도적 조작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행위자·방법·동기·물적 증거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조사이고, 그것이 특검이며, 그것이 과학적 검증이다.
주진우 의원의 가장 큰 문제는 '의혹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확대하는 것'이다
주진우 의원은 "모든 의혹을 무조건 부정선거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부정의 일부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특검이 더 많은 부정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상현 의원의 태도를 선관위 대변인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논리적 문제가 생긴다. '관리상의 잘못'과 '부정선거'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선거관리 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것은 1) "관리 부실"일 수 있다. 2) 규정 위반일 수도 있다. 3) 행정착오일 수도 있다. 4) 고의적인 조작일 수도 있다. 이 네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먼저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를 특정하고, 그 다음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다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관리상 오류를 발견하자마자 이를 "부정이 드러났다"고 규정한다면 이후의 모든 숫자는 부정선거의 증거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이것은 과학적 검증의 순서를 거꾸로 뒤집는 것이다.
윤상현의 공개토론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있는가
윤상현 의원은 매우 간단한 제안을 했다. “공개적으로 토론하자”. 선거법 전문가도 부르고, 통계학자도 부르고, 전·현직 선관위 관계자도 부르고, 시민사회도 부르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부르자는 것이다.
이 제안의 핵심은 "부정선거가 없다"고 믿으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당신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증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하는 사람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공격한다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왜 검증을 두려워하는가?
진짜 증거가 있다면 공개토론은 오히려 증거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 통계가 정확하다면 통계학자 앞에서 검증하면 된다. 투표지와 개표자료가 조작됐다면 실물과 원자료를 대조하면 된다. 선관위가 거짓말을 했다면 자료로 반박하면 된다. 진실은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대 의견 = 배신'이라는 정치가 가장 위험하다
주진우 의원의 윤상현 의원 비판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내용보다 정치적 프레임이다. 당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이를 "배신", "해당행위", "당의 힘을 빼는 행위"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정당 내부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사라진다. 그 결과 정당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 남는다. 믿는 사람과 배신자로 낙인찍힌 사람이다. 이런 조직은 외부와 싸우기 전에 내부에서 무너진다.
보수정당이 정말 선거의 공정성을 걱정한다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선거다"라고 주장할 자유도 있어야 하고, "그 증거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선관위가 잘못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하고, "그것이 조직적 선거조작이라는 증거가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다.
보수진영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정선거 프레임의 무한 확대'다
보수진영이 선거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 오히려 보수정당이라면 법과 원칙, 절차와 제도의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선거 결과를 부정선거 의혹으로 연결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보수정당의 가장 중요한 법치주의와 책임정치의 가치가 훼손된다.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먼저 정치적 실패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책이 국민에게 선택받지 못했는지, 후보가 경쟁력이 부족했는지, 당의 전략이 잘못됐는지,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했는지, 젊은 세대와 수도권 유권자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패배의 원인을 전부 "선거가 조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정당은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패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패배한다.
국민의 분노는 '광장'에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제도로 해결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이 제기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광장의 분노를 정치인이 어떻게 다루느냐다. 국민에게 분노할 권리는 있다. 정부에 분노할 수도 있고, 선관위에 분노할 수도 있고, 정치인에게 분노할 수도 있다. 광장에서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역할은 그 분노를 계속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분노를 제도와 법률과 조사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하고, 자료를 요구하고, 감사와 수사를 요청하고, 법을 개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고, 필요하면 특검에 수사를 맡기면 된다. 그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정치인이 "저들이 우리 선거를 훔쳤다"는 분노만 반복해서 자극한다면 광장의 열기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열기가 제도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정치적 동원만 남는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를 믿는 정당'이 아니라 '부정선거를 검증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취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부정선거 의혹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 선거부터는 더욱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다만 검증의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모든 의혹을 데이터로 공개하라. "어디가 이상하다"가 아니라 원자료와 계산식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의혹 제기자가 직접 검증받도록 하라. 주장을 공개했으면 통계학자·선거법 전문가·데이터 전문가 앞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셋째, 선관위의 잘못은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라. 관리 부실과 행정착오가 확인되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고의적 조작은 증거가 있으면 끝까지 추적하라. 실물 투표지, 개표자료, 서버자료, CCTV, 관계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의혹이 틀렸다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도 책임져야 한다. 이 원칙이 없으면 정치인은 얼마든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틀려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의혹은 정치적 무기가 된다. 여섯째, 당내 토론을 보장하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당내에서 질문하는 사람을 배신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윤상현 의원에게도 요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고 윤상현 의원의 주장 역시 무조건 옳다고 볼 필요는 없다. 윤 의원이 말한 "조직적 부정선거의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판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그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윤 의원에게도 요구해야 한다. "검증하자"는 말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달라. 공개토론회를 실제로 개최하고, 통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의혹 제기자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고, 원자료를 공개하고, 선관위에도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필요하면 독립적인 제3기관의 분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윤상현 의원의 주장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선거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주진우 의원에게 묻는다
주진우 의원에게도 묻고 싶다. 46곳의 숫자 차이가 실제로 조직적 선거조작의 증거라면 그 연결고리를 제시해야 한다.
"투표지보다 득표수가 많다"는 숫자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46곳이 실제 투표지수보다 득표수가 많은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누가 그렇게 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고의였는지, 그 결과 어느 후보의 표가 얼마나 변경됐는지,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 과정에서 단순한 집계·분류·기록상의 오류가 발견된다면 그 역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증거에 대한 책임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의혹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국민에게는 의혹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보수진영이 지금 선택해야 할 길
보수진영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제 선거를 바라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후보가 이기면 정상선거, 우리 후보가 지면 부정선거"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의 핵심은 법과 제도, 책임과 원칙, 자유와 질서다.
선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법적 절차를 통해 다투고, 선관위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실제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엄중히 처벌하고, 증거가 없으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민주정치다.
국민의힘은 '의혹의 정당'이 아니라 '검증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더 많은 음모론도 아니다. 더 자극적인 유튜브 방송도 아니다. 더 정확한 데이터와 더 엄격한 검증이다. 윤상현 의원의 공개토론 제안은 이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적어도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 토론장에 불러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주진우 의원의 경우에는 46곳의 수치 불일치를 제시한 것 자체는 검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유령 투표소'와 '득표 조작' 의혹으로 연결하는 과정에는 아직 입증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특히 언론 보도에서도 현재 제시된 자료만으로 실제 투표조작이나 선거 결과 조작을 단정할 수 없으며, 핵심 쟁점은 숫자가 왜 달라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주진우 의원이 정말 선거의 공정성을 걱정한다면 윤상현 의원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윤 의원이 제안한 공개 검증의 장에 나와 자신의 자료를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책임이다.
진실을 주장하는 사람은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정말 보수정당으로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부정선거 의혹을 무조건 덮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상 현상을 부정선거의 증거로 확대해서도 안 된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엄격하게 따지고, 실제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끝까지 책임을 묻되, 증거 없는 음모론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의혹은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의혹은 증거가 아니다. 분노는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는 사실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은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신념이 증거를 대신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이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부정선거 논란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선거제도를 더 투명하게 만들고,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바로잡으며, 보수진영 내부의 비합리적인 음모론과 결별하고, 법치·책임·검증이라는 보수의 본래 가치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계속해서 의혹을 확대하고,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동료를 배신자로 몰고, 패배의 원인을 선거조작 탓으로 돌린다면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이기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부터 잃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배신자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더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가장 공정한 방법은 단 하나다. 공개하고, 검증하고, 틀리면 인정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그것이 법치이며, 그것이 보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