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개인 거래 식량 가격 추이. 옥수수는 8월 말 시점에서 6월 가격의 2배까지 치솟았다. (아시아프레스 조사)
◆유명무실한 국정 노임
북한에서는 직종이나 노동 강도에 따라 국가가 노임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국정 노임'을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이는 원래 노동의 대가로서 식량·주거·에너지를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해 국가가 저렴한 가격으로 보장하는 배급제를 전제로 한 제도였다. 의료와 교육은 무상이며,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가족 모두가 노임으로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직장에는 직급에 따른 등급이 있었고, 승진할수록 노임도 올라갔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 파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식량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혼란과 대기근이 발생했다. 국정 노임으로는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이 제도는 파탄났고, 대부분의 주민이 생존을 위해 시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런데도 김정일 정권은 성인 남성에게 출근을 강요했다. 직장을 통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노임은 지급되지 않거나, 의미가 없을 정도의 소액만 지급됐으며, 식량 배급도 거의 중단된 상태가 최근까지 계속됐다.
◆10배 인상에 주민들이 안도한 것도 잠시
2023년 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김정은 정권이 국영기업 노임을 일제히 10배 이상 인상한 것이다. 그전까지 1,500~2,500원 정도였던 노임은 3만5,000~7만 원(후술)으로 크게 뛰었다. 또한, 노동자 본인에 한해 매달 식량 약 5kg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인상된 임금으로 가족의 식량까지 살 수 있게 됐다고 당국은 선전했다.
※ 2023년 1월경부터 식량의 시장 판매가 금지되고, 국영 식량 전매점인 '량곡판매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 북한 원화 1만 원은 한화 약 247원(2026년 8월 28일 현재).
국정 노임을 일제히 10배 이상 끌어올린 김정은 정권의 정책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90년대 이전처럼,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국정 노임으로 어떻게든 먹고살게 해준다는 것이 정권의 설계도였다.
순간적인 성과는 있었다. 노임이 일제히 인상되기 직전인 2023년 10월 초를 예로 들면, 아시아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백미는 1kg에 6,800원, 옥수수는 3,200원이었다. 즉, 당시 임금으로는 옥수수 1kg조차 살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인상 직후인 2024년 1월 초에는 노임을 5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백미는 8.8kg, 옥수수는 16.1kg을 살 수 있게 됐다.
가족 모두가 먹기에는 부족했지만, 무려 30년 동안 노임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조치처럼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개인의 경제활동이 강하게 억제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시장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분간은 먹고살 수 있겠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설계도 붕괴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량곡판매소의 식량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재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지난 3년간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내놓은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노임제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인상 직후와 최근(2026년 8월 28일)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백미는 6.5배, 옥수수는 5.5배나 폭등했다.
◆미지급에서 10만 원까지…현저한 격차
국영기업의 노임에 관해 더 알아보자. 대규모 광산이나 탄광, 제철소 등 국가의 생산 계획 지표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과 공장(중앙 관할 기업)의 노임은, 인상 직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 3만 5000~5만 원이다.
또한 용접공 등 기술직의 경우에는 기본 노임에 2,000~5,000원 정도가 추가로 지급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례 없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국정 노임 수준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앞선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2017년 대북 경제제재 이후 많은 광산과 탄광이 심각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취재협력자는 "노동자의 절반에게 노임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실태를 설명했다.
한편, 원재료 매입부터 생산, 판매까지 어느 정도 자율적인 경영 재량을 가진 지방 관할 기업은 노임 결정에도 재량이 있다. 따라서 경영 상황에 따라 노임에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협력자들은 "경영 부진으로 미지급 기업도 있고, 많을 때는 10만 원이나 받는 기업도 있다" 라고 전한다.
즉, 이익을 내는 기업은 그만큼 노임을 많이 지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기업이 지기 때문에 노임이 체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취재협력자의 보고를 종합하면, 지방 관할 기업 노동자의 노임은 월 7만~10만 원 정도가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또한 노임과는 별도로 공장에서 생산한 물품의 재고를 현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유명무실해진 노임…주민의 선택은
또한 노동자 본인 몫에 한해 무상으로 지급되는 식량도 경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옥수수를 한 달에 5kg 정도 지급하지만, 아예 지급하지 못하는 직장도 있다. 이처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노동자들이 간부를 "무능하다"라고 비판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기업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아시아프레스는 2024년 보도한 바 있다.
또한, 국영인 편의봉사망(식당, 이발소, 소규모 상점, 봉제 등 서비스 사업소)의 경우에는 "보통 7만 원 이상을 받는다. 기업과 거래하면서 이익이 나는 경우도 있어 노임 외에도 추가 수입이 있다"고 전했다. 조사 당시, 협력자는 "노임 올리고 처음에는 좋았는데, 이제 노임은 유명무실하다. 노임만으로는 못 산다"라고 말했다.
결국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주민들은 다른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다음 회에서는 임금만으로는 부족한 생계를 보충하는 핵심 수단인 '임가공'에 관해 보고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