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꺾이자 공원으로 몰려드는 北 주민들 “이제야 살 것 같다”

계절의 변화가 가져온 일상의 작은 여유가 고단한 삶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큰 위안.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변의 공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에도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저녁 시간대 야외 휴식처를 찾는 주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선선해진 날씨만으로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주민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안주시 일대에서는 늦은 오후가 되면 공원과 광장, 강변 등지로 휴식을 취하러 나온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워 살림집과 공장, 편의시설 등을 건설하는 한편, 도시미화 사업에도 힘을 쏟으면서 각지 곳곳에 조성된 공원과 같은 휴식처가 주민들의 일상적인 문화·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저녁 무렵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족 또는 이웃과 함께 공원을 찾아 시간을 보내며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공원 한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앉아 쉬거나 증폭기(스피커)를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줄넘기, 제기차기, 바드민톤(배드민턴) 같은 것들을 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공원만 보면 정말 살 만한 세상처럼 보일 정도로 활기가 돈다”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먹거리가 더 풍족해진 것도 아니고 돈벌이가 좋아진 것도 아닌데 그저 더위가 가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이제야 숨을 좀 쉬겠다’,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한다”며 “올여름 무더위가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날씨가 풀리자마자 주민들이 야외로 쏟아져 나와 여가를 즐기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올여름 주민들이 겪은 폭염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 가운데 선풍기나 냉방기기를 마음껏 틀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성적인 전력난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은 별다른 냉방 수단 없이 밤낮으로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 열대야를 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는 것이다.

매일 직장에 출근하고 장사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각종 동원에 나가는데, 밤에 집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이번 여름 더위는 주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무더위 때문에 한동안 누리지 못했던 주민들이 삶의 여유를 찾으려 공원 등 야외 휴식처로 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름 내내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더위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저녁이면 공원으로 몰려나온다”며 “선선한 바람을 맞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조금 있으면 또 추위 걱정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잠시 미뤄두고 하루라도 좋은 날씨를 즐기자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이들 손을 잡고 공원에 나와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해도 좋다’고 말하며 행복해한다”고 덧붙였다.

계절의 변화가 가져온 일상의 작은 여유가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모양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