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인플레이션 속에서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

대규모 가격 조사로 살펴보는 북한 경제(10)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3인 가족의 가계부 시뮬레이션
양강도 혜산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매시장 근처를 걷는 사람들. 앞의 여성은 아기를 업고 있다. 뒤는 부부일까. 2025년 9월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본 연재에서는 5~6월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4개 도시에서 실시한 대규모 가격 조사의 결과를 총 9회에 걸쳐 보고해 왔다. 연재 10회에서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적인 서민 가구의 수입과,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출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부모와 자녀 1명으로 구성된 3인 가족을 모델로 삼아 '가계부'를 작성해 보았더니, 지방 도시 서민들의 생활이 극도로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국영공장에 다니는 남편과 하루 종일 가발 만드는 아내, 수입은 얼마?

지금까지 북한의 식량·식품·공산품·공공요금 등의 가격과 국영기업의 노임, 그리고 '임가공"이라고 불리는 부업 수입에 관해 그 구조와 함께 분석해 왔다. 그러나 식량을 비롯한 필수 지출과 수입은 전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도대체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사는 거지?"라고, 독자 여러분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이번 회에서는,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3인 가족의 5월 가계부를 시뮬레이션 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고자 한다. 북한의 평균적인 서민층을 상정해, 아시아프레스가 가상으로 설정한 박 씨 가족이다.

◆40세 부부와 중학생 1명 가족… 월급만으로는 절대 못살아

박 씨 가정은, 부모와 자녀 1명으로 이루어진 3인 가족이다. 남편(40세)은 지방 공장에 근무. 아내(40세)는 전업주부로, 집안일 전반을 맡으면서, 일주일에 두 번 소속된 여성동맹의 모임이나 무급 봉사노동에 동원되는 한편, 집에서는 '임가공'으로 가발을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다.

도시 지역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자녀는 중학생이다. 한 달에 몇 차례 교외에 사는 연로한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찾아간다. ※ 여성동맹 :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 조직.

양강도 혜산시 교외 모습. 왼쪽 뒤에 보이는 5층 건물이 일반적인 아파트다. 주변은 단층집인 단독주택이다. 2025년 9월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우선, 박 씨의 한 달 수입을 살펴보자. 남편의 근무지는 양강도가 관할하는 지방 공장이다. 생산품 매출이 좋지 않아서 경양 간부들의 판단으로 원래의 생산품이 아닌, 빵을 만들어 국영상점과 기업에 판매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다. 박 씨의 노임은 7만 원이다.

아내는 아침부터 밤까지 빈 시간에는 계속 '임가공'으로 가발 만들기에 몰두한다. 아이도 방과 후 자주 도와준다. 이 가발의 완성 단가는 3만 5천 원인데, 1개 만드는데 7일 걸린다. 남편도 퇴근 후 가세하지만, 가발을 한 달에 4개 만드는 게 고작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수입은 월 14만 원이다. 가족의 수입을 합치면 한 달에 21만 원이다.

※ 북한의 1만 원은 한화로 약 240원(2026년 9월 4일 현재. 아시아프레스 조사).

◆박 씨 가족의 수입으로 식량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이 돈으로 식량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내가 량곡판매소를 찾은 5월 초 기준으로 옥수수는 1kg에 8,500원이었다. 가정의 수입을 전부 쓴다고 해도 고작 24.7kg밖에 살 수 없다. 3인 가족의 경우 한 달에 최소 50kg은 필요하다. 남편의 직장에서 옥수수 5kg가 무상으로 공급되지만, 이것을 합쳐도 턱없이 부족하다.

※ 북한 당국은 하루 필요한 식량을 성인 750g, 부양가족 550g, 초중학생 450g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볼 때, 많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로 부식이 야채이고 식사에 기름기가 적으며, 이동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하다.

역산하면 한 달 최저 식량 50kg을 사는 것만으로도 17만 2500원의 큰 적자가 난다.

가계부 1 |박 씨 가족의 수입과 식량 지출 (제작 아시아프레스)

◆ 부식비, 공공요금, 병원비 등을 합산하면...

물론, 주식만으로 생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부식비(배추, 무 등 야채, 된장이나 간장 등의 조미료), 전기 수도 요금, 교통비, 병원비 등, 생활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 간단히 예를 들어도 아래 표의 지출이 발생할 것이다.

가계부 2 |박 씨 가족의 식량 이외의 지출 예 (제작 아시아프레스)

인조고기란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굳혀 건조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비싼 육류나 생선을 대신할 수 있는 저렴하고 귀한 단백질원으로 인기가 높다. 전기·수도 요금과 다리미, TV 사용료는 매달 반드시 내야 한다. 또한 아내가 교외에 사는 연로한 어머니의 집을 한 달에 두 번 시내버스를 타고 방문하고, 아이가 열이 나면 병원에 가며, 양말이나 속옷 등의 소모품을 추가로 구입하는 등의 상황을 가정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식비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먼 거리라도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이가 열이 나더라도 민간요법에 의존하며, 양말이나 속옷이 낡아 해져도 꿰매서 버티는 선택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한편,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노후한 시설의 수리비를 부담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일도 빈번하며, 남편의 술값이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지출 등 여기에는 기재하지 않은 다양한 비용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박 씨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박 씨의 가계부를 적어보니, 식비와 기타 지출을 합쳐 44만 4900원으로, 수입의 약 2배가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가?'라는 의문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여기에 덧붙여야 하는 점은, 서민의 주식인 옥수수의 가격이 5월부터 8월까지 불과 3개월 만에 2배로 치솟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했던 식량이, 지금까지의 절반밖에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영양실조는 불가피하다.

옥수수 가격 추이 그래프|2026년 5월부터 8월까지 개인간 거래 식량 가격 추이. 옥수수가 8월 들어 급등. 3개월 사이에 2배가 됐다.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대처법

어떻게 해도 큰 적자다. 서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절약이다. 그리고 먹는 양을 줄인다는, 부득이한 방법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은 흰쌀을 옥수수로,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두 끼를 한 끼로, 밥을 죽으로 바꾸는 식으로, 극한의 절식을 감행해 왔다.

옥수수 가루를 물에 풀어 만든 죽에 양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시래기를 듬뿍 넣고 된장이나 소금만으로 먹는 것은 서민들이 예전부터 흔히 해오던, 기아를 견디는 방법이다. 집에 정원이 있다면 재배한 야채를 식사에 보탤 수 있으니 아파트보다는 이웃집과 건물이 이어져 있어도 단층집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서민이 많다.

다음으로, 노임과 '임가공' 수입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에서 약초나 산나물, 땔감을 채취해 판매하는 것은 북한 서민들에게 매우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큰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유가 있다면 새끼 돼지를 사서 집에서 키운 뒤 판매하기도 한다. (아파트에서도 돼지나 닭을 흔히 기른다) 도구가 있다면 강가에서 사금을 채취할 수도 있다.

유의할 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정은 정권이 개인 경제 활동과 사적 고용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에, 도시 주민이 현금 수입을 얻을 기회가 점점 사라졌다는 것이다.

2020년 이전에는 장사를 비롯해 과자나 떡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리어카를 끌며 운송 일을 하거나,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노력 여하에 따라 개인이 하루하루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해졌다(지금도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은 건설 현장이나 내장 공사 등에 불려가 일하며 좋은 일당을 받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재량으로 현금을 벌 여지가 극도로 줄어든 현재,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주민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막다른 곳에 몰려 도둑질이나 강도, 매춘에 손을 대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라고,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다음은 연재의 최종회다. 대규모 가격 조사를 조감하면서, 북한 경제의 평가를 시도하고자 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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